2000년, 유네스코는 브뤼헤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구시가지 전부, 곧 430헥타르(약 130만 평)가 그 영예를 누린다. 이 도시를 찾은 방문객으로서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성모교회였다. 이 교회의 첨탑 높이는 무려 115미터이다. 혹자는 이 첨탑이야말로 브뤼헤 상인의 자존심을 상징했다고 말한다. 그럴 법한 주장이다. 사이먼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벽돌 건물이다.

한 마디로, 브뤼헤는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유럽의 교차로였다. 그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도 브뤼헤의 훌륭한 입지 조건이 한몫했다.

1400년경 브뤼헤 인구는 최대 20만 명을 헤아렸다. 현재 인구가 12만 명 수준임을 고려할 때 실로 꿈같은 일이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가장 번화한 도시라도 5~6만 명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브뤼헤는 단연코 중세 최고의 도시라 해도 손색이 전혀 없었다.

인구로만 단순 비교를 하자면 그때 우리나라의 한양(서울)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다만 질적인 차이가 컸다. 한양은 통치기구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았던 데 비해 브뤼헤는 상업과 수공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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