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상한 상품의 견본품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마감을 앞둔 사무실에 있었다.
후배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나도 한숨을 쉬고 싶었다. 어쩐지 힙스터들을 대상으로 한 대사기극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슴속에서 꾸물거리기 시작했지만, 어차피 몇 달 지나면 다들 흥미를 잃을 수많은 유행 아이템 중 하나일 뿐이다. 괜한 정의감에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었다.
"걔들은 증오체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일단 범죄를 저지르고 핑계를 댄 거 아닐까?"
"선배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제 생각은 이래요.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아요. 왜, 보면 콘서트에 다녀온 티켓을 오랫동안 보관해두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사진도 굳이 인화해서 직접 걸어두고, 휴대폰 사진이 아무리 잘 나와도 누군가는 아직 폴라로이드를 찾아요. 전자책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도 여전히 종이책이 더 많이 팔리고. 음악은 다들 스트리밍으로 듣지만 음반이나 LP도 꾸준히 사는 사람들이 있죠.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향수로 만들어서 파는 그런 가게도 있고요. 근데 막상 사면 아까워서 한 번도 안 뿌려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식약처, 이모셔널 솔리드 전면 판매중지·회수 명령… 마약성분 검출 파문〉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물성은 어떻게 사람을 사로잡는가. 나는 닫힌 문을 가만히 바라보다 시선을 떨구었다.
"관내분실인 것 같습니다." 사서의 말에 지민이 눈썹을 찡그렸다. 분실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도서관 내에서 마인드가 분실된 겁니다. 검색 결과가 없고, 반출된 흔적도 없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도서관 내 분실, 마인드 업로딩 분실, 태그 실종, 온갖 키워드를 넣어가며 검색해보았지만 도통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가 없었다. 데이터가 지워진 거냐고 물으니 그것도 아니라고 하고, 도서관 어딘가에 저장이 되어 있을 텐데 검색이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애초에 엄마의 이름이나 인적사항 중에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기록되어 있었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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