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행성은 자원도 풍부하고 살기 좋은 곳이니까. 처음에는 희소 자원을 가져오기 위해서 개발되었지만 거주 환경이 좋아서 개척 이주를 한 사람들이 제법 많았지. 내 남편과 아들도 지구와는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며 개척 이주 행렬에 동참했던 거라네."
"우주 개척 시대의 서막이 열린 때였어. 워프 항법이 상용화되고, 여러 행성의 개척에 성공하면서 연방 정부가 우주로 확장된 시기지. 다들 다른 행성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던 시대였고, 그건 내 남편과 아들도 예외가 아니었네."
우주선은 비록 빛의 속도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동하는 우주선을 둘러싼 공간을 왜곡하는 워프 버블을 만들어서 빛보다 빠르게 다른 은하로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딥프리징은 우주 개척의 다음 단계를 위해서도 필요했지만 의료계에서도 수요가 있었어.
호기심과 결의가 뒤죽박죽 섞인 열정으로 가득했지. 우리의 프로젝트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어. 사소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되었지. 하지만 삶이란 정말 예측할 수 없더군.
워프 항법은 우주 개척 시대의 눈부신 전성기를 열었지만 인류에게 무한대의 속도를 제공해주진 못했다. 다른 은하까지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0년이 넘게 걸렸다.
사람들이 딥프리징 기술을 유일한 대안이자 해결책으로 제시했던 것도 바로 유한한 인간의 시간과 무한한 우주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함이었다.
우스운 일이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그 경제성이 너무나 떨어지는 방식만을 사용했던 것이 연방 아닌가.
"당신, 나이를 추정해보니 백일흔 살이더군요. 도대체 여태 어떻게 살아남으신 겁니까? 그동안 정거장에는 대체 몇 번을 오간 건가요?"
"같은 곳에 묻히는 것에 그렇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시네요."
"고집 센 할머니를 설득하는 방법은 혹시 연구하신 적 없습니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남자는 노인이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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