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사실 진짜 선생님이 아닌 거죠?"

태린이 그렇게 물어왔을 때, 이제프는 뜻밖의 질문에는 더이상 놀라지 않을 만큼 익숙해졌다. 태린이 그걸 어떻게 눈치챘는지 궁금하긴 했다.

그제야 이제프는 태린의 눈을 마주보았다. 지금까지 관찰 대상이었던 아이들이 어느 시점을 넘기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이 아이들은 성장하며 자의식을 키워가기에, 결코 두 개의 의식이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 고유한 인간으로서의 자아가 범람체와 강하게 충돌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제프는 태린과 쏠이 형성하는 관계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로 주목해왔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어린 시절의 친구가 영원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쏠은 엄연한 의미에서, 친구가 아닌 기생하는 존재다. 태린이 살아 있지 않으면, 쏠도 그런 형태로 자아를 가지고 살 수 없는.

이제프는 태린에게 지상을 주고 싶었다. 노을과 별들을 주고 싶었다. 단지 파견자가 되어 지상을 경험하고 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언젠가 태린이 파견자가 될 수 있다면 이제프와 함께 지상을 보게 되겠지만, 그것은 갈망을 증폭하는 일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 지상을 얻는 것이 아니었다. 지상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지상을 되찾아와야 했다. 별과 노을과 바다가 있는 행성은 다시 인간의 것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되돌아온 행성을 목격하고 나면 태린도 이해할 터였다. 이 행성은 본래 인간의 것이어야 했다.

무언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이미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자고 설득하는 편이 훨씬 쉽다.

그때는 태린도 이 모든 것이 선물임을 이해하겠지.

늪인들은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고 했다. 파견 본부의 사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그런데 왜 이 진동 신호는 늪인들이 숨기려고 했던 바로 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걸까? 그것도 한참 전부터.

—사랑해.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

그리고 쏠은 스스로를 죽였다.

범람체의 본능을 거스르는 방식이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억압되어 있던 감각들이, 쏠이 그 순간에 느꼈던 고통과 두려움이 아주 짧은 시간 태린에게 밀려들었다. 쏠은 그 고통을 견디고 스스로 사라지기를 선택했다. 태린의 자아가 찢어져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그들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단지 알고 싶어서 왔다. 정말로 이 모든 일이 사실인지 믿을 수 없어서, 직접 보아야 했다. 어떤 확신도 신념도 없었다. 문을 여는 그 순간까지도 도망치고 싶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태린은 알 수 있었다.

그들과 나는…… 다르지 않아.

"정태린, 난 너를 알아. 범람체가 있을 때도, 사라졌을 때도 너는 너였지. 네가 지닌 고유한 자아. 빛나는 눈빛. 그런 것들은 범람체에 의해 오염되지 않아. 그들은 다르지. 그들은……"

"결국 인류 전체를 저들의 숙주로 삼으려는 게 아닌가 싶군."

브리핑했던 여자가 그 말에 대꾸했다.

"사실 그들 입장에서 우리를 굳이 숙주 삼을 이유는 없어요."

"우리를 숙주 삼지 않아도, 지구는 이미 수백 년 전부터 범람체들의 행성이었으니까요."

무거운 침묵과 탄식이 회의실을 채웠다.

흐르는 물이 햇빛을 반사해 윤슬이 반짝였고 강 인근의 나무들은 범람화 정도가 크지 않았다.

밤의 바다는 많은 색깔들을 품고 있었다. 온몸으로 감각되는 빛의 조각들을.

—보다시피.

그 세계는 여전히 낯설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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