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의사였던 존 불워John Bulwer는 동물이 언어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 이를 해독하지 못할 뿐이라고 하면서, 인간이 사용하는 제스처들이 동물 언어의 흔적이라고 해석했다.
몽테뉴는 동물이 이성, 예지력, 언어를 가지고 있고 동정, 공감, 즐거움, 사랑, 증오, 질투, 탐욕, 복수, 슬픔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정도 차이에 불과한 것이지 본질에서의 차이는 아니었던 것이다.
더 도덕적인 동물, 비도덕적인 여성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걸리버 여행기』의 4부에서 걸리버가 마지막으로 들른 왕국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역전된 곳이다.
왕국을 지배하는 존재는 휴이넘이라는 말이었고, 이 왕국에서 휴이넘을 위해 봉사하는 동물은 인간의 모습과 흡사한 야후였다.
걸리버는 이 왕국의 동물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 놀라고, 자신이 야후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그중 하나는 당시 영국 사회가 흑인들을 인간취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걸리버가 살던 시대에 인간이 말을 잔인하게 취급한 것에 대한 작가의 비판이라는 것인데, 후자의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거꾸로 머리가 커지고 주둥이가 덜 튀어나온 고등 동물일수록 안면각이 90도에 가깝게 커진다. 하등 동물일수록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은 채 먹는 것만 탐하는 존재이며, 고등할수록 먹는 것에 대한 탐욕이 줄고, 머리 쓰는 일이 많아지면서 안면각이 커지는 것이다.
유럽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주했을 때 그곳에 살던 키가 작고 팔이 긴 원주민들을 마치 동물을 사냥하듯 잡아서 죽이곤 했는데, 기록을 보면 유럽인들은 이때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가 야만스럽지만 아름다운 것처럼, 백인 여성들은 열등하지만 아름다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분명히 우리가 사는 사회를 더 괜찮은 사회,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일하는 사람이 점점 없어진다든지 아니면 조금 다른 용어로 사회의 불평등이 점점 심해져서 아주 많은 돈을 버는 소수의 사람들과 일자리가 없는 다수의 사람들로 세상이 양극화될 가능성을 크게 하는 측면도 있다. 그야말로 (소수에게는) 유토피아와 (다수에게는) 디스토피아의 공존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모어는 ‘좋은 곳’이라는 뜻의 ‘eu-topia’와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의 ‘ou-topia’를 동시에 나타내는 중의적 개념으로 유토피아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이때부터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뜻하게 되었다.
디스토피아dystopia는 유토피아의 반대말로, 상당히 끔찍한 미래의 어떤 사회를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접두어 ‘dys’는 ‘나쁜’, ‘고된’이란 뜻이다. 디스토피아는 19세기에 만들어진 말로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표현이다. 산업혁명 이후에 사회적 불평등이 확산되고 기계화로 인한 인간성 상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디스토피아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널리 사용되었다.
이런 절벽과 암초 덕분에 유토피아는 외지로부터 상당히 격리된 자기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생활방식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꾸려올 수 있었다. 유토피아 그림과 설명을 보면 유토피아 왕국의 모양은 흡사 여성의 성기와 유사하다. 유토피아적 자궁utopian womb이라고 해서 인간이 엄마 뱃속에 있을 때처럼 가장 편안한 장소로 기획된 것이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은 언제까지나 인간을 이롭게할 것인가. 과학의 진보가 인류에게 선사하는 것이 진정한 유토피아인지, 아니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만드는 디스토피아인지 누구도 가늠하기 힘든 현실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 모두의 성찰이 필요하다는사실뿐.
우월한 유전자만살아남는 세상 자폐증 원숭이와 몸짱 돼지, ‘유전자가위’의 혁명이 시작되다
바이러스는 사람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박테리아도 공격한다. 그런데 박테리아들은 바이러스에 공격을 당하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이를 이겨낸다.
GMO에 대한 두려움, 조작을 넘어서다 유전자 연구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가 <옥자>이다. 옥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슈퍼돼지의 이름이다.
심각한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는 어릴 때 안락사시키자는 법안이 통과됐고, ‘살 가치가 없는 삶unworthy lives’이라는 개념이 널리 퍼졌다.
처음에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던 안락사 법은 1939년에는 3세까지로 넓혀졌고, 1941년에는 17세까지로 그 해당 연령이 높아졌다. 그 이후로는 모든 기형 환자와 동성애자, 유대인으로 범위가 확장됐다.
이렇게 해서 2차 세계대전 동안의 홀로코스트, 대학살이 시작된 것이다. 이 대학살로 6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목숨을 잃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을 통해서 우생학이 한국에 들어왔다. 1933년 조선 우생협회라는 학회가 생겼고,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윤치호, 여운형, 주요한, 김성수, 이광수 등이 이 학회에서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우생》이라는 잡지를 발간해서 우생학 프로그램을 널리 알렸다.
그런데 우생학 비판론자들은 사회가 더 이상 우생학을 강요하지 않는 이유가 개인이 알아서 검사와 유산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양수검사 자체가 과거 우생학의 개인 버전personal version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영화제목 가타카GATTACA는 영화에 나오는 우주항공회사의 이름인데, 이 이름은 구아닌(G), 아데닌(A), 티민(T), 씨토신(C)같은 DNA를 이루는 염기의 명칭을 조합한 것이다. 실제로 영화에는 DNA의 이중나선 모양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유전자의 차이가 모든 것을 결정하나니? 사람들의 전장유전체 시퀀싱 whole genome sequencing정보를 가장 알고 싶어 하는 회사들은 보험회사들이다. 미국의 국민들은 대부분 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국가의 의료보험에 자동 가입되는 우리나라에도 현재 실비보험, 암보험 같은 사보험이 늘고 있다. 보험회사는 질병 발병률이 높은사람들은 미리 걸러내거나 상당히 높은 보험료를 매기려 하고, 이를 위해 개개인의 의료정보를 알아내고자 한다.
유전자는 결코 운명을 결정짓지 않는다. 언젠가 ‘캐나다의 이력서에 없는 것‘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우선 캐나다에서는 이력서에 사진을 안 붙인다. 따라서 지원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흑인인지 백인인지 알 수 없다. 또 나이를 쓰지 않는다. 많은 경우에 나이는 취직한 이후에도 비밀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차별당할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젊은 사람을 원할 것이기에 그렇다.
영화에서 빈센트 프리맨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는데, 빈센트가 완벽하지않다는 것을 여자친구가 알게 되면서 둘은 갈등하게 된다. 이때 빈센트는, 자기는 의사가 30년 산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고 고백한다. 유전적 확률이 우리의 운명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혈압 높은 환자가 고혈압 약을 먹고 당뇨 환자가 인슐린 억제제를 먹는 것도 일종의 화학적 제품을 몸속에 주입하는 것이기때문에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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