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가면 오늘 저녁은 간만에 내가 뭐든 만들어 볼게요."

로주
쇼군 밑에서 정사를 감독한 직책

마치부교
시중의 행정과 사법 작용을 맡은 직책

조닌町人
도시에 살며 활동하는 상인과 직인 계층을 가리킨다. 무사와 농민과 구별된다

고케닌
만 석 이하를 받은 쇼군 직속 무사로, 쇼군을 직접 알현할 수는 없었다

우치카케
신분 높은 여성이 겉옷으로 걸치는 옷이었으나 에도 시대 후기부터 혼례복으로도 입었다

그런데 사키치에게 그 ‘만에 하나’가 일어났던 것이다.

하오리
짧은 겉옷

듣기로는 두어 냥짜리 일감이었다는데, 처벌이 혹독해서 한 달간 쇠고랑을 찬 데다(양손에 무쇠 수정을 채워 자택에 근신케 하는 형벌) 작업에 쓰는 연장을 전부 압수당했다고 한다.

가령 수용소(에도 앞바다에 있던 이시카와지마 섬에 설치된 수용소로, 수감자들은 이곳에서 노동을 했다)에 갇혀서 오래도록 오미요를 보살필 수 없게 된다면

"나는 요즘 실시되는 정책에 반대하네." 노인은 천천히 말했다. "사치를 없애려는 정책이라지만 공연히 사람들만 괴롭힐 뿐이지. 무사들은 소속 번藩의 쪼들리는 재정 때문에 궁핍하게 살고 있어서 상인이나 자네처럼 일한 만큼 소득을 거두며 살아가는 자들을 아주 미워하고 있네. 무사는 사흘을 굶어도 이쑤시개를 물고 다니지만, 무사도 배가 고프면 서럽고 옷이 얇으면 추위를 느끼지. 안 그래?"

번藩
제후인 다이묘가 다스리는 영지 혹은 그 통치 기구

그러니 나는 절대로 단속하러 다니는 자가 아니다, 그 점은 안심하라고 노인은 사키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부교쇼
부교가 공무를 보는 곳

"작업이 끝나면 오지 이나리 신사에 참배하러 가자"라고 사키치는 약속했다. "하쓰우마 축제는 끝나 버렸지만 일곱 폭포를 보러 가자고. 힘들게 걸을 필요 없어. 가마를 타고 가자. 신사에 도착하면 참배하는 동안 내가 업어 주면 되니까. 그곳에서 맛난 것도 실컷 사 먹고 살이 쪄서 돌아오는 거야."

오미요의 말은 사실이었다. 노인은 화를 내지 않았다. 훌륭한 물건을 만들었다고 지극한 말로 사키치의 실력을 칭송할 뿐이었다.

"자기 이름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훌륭한 거야."

사키치의 고양된 마음에 덩달아 흔들렸는지 노인도 아직 성한 한쪽 눈알을 반짝이며 말했다.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줏대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지. 이런 세상에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남기겠다니, 비록 조닌이지만 우러러볼 만한 태도 아닌가."

"이런 어리석은 금지령은 언젠가 사라져 버릴 테니까요." 사키치도 말했다.

"제 작품은 남을 겁니다."

요미우리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건·사고 소식을 인쇄한 종이인 가와라방을 선전하고 판매한 이

에도 시대에는 정해진 규칙 하에 복수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그런 규칙 가운데 하나는 관청에 신고해서 복수 허가증을 받는 것이었다. 조력자가 동행하여 돕는 것도 인정되었다

이봐, 오미요. 사키치는 마음속으로 말을 건넸다. 내가 붙잡혀 있는 동안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복수는 대체 누가 해 주는 거지?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렇게 작은 가게라서 매상이라야 저희 내외가 그럭저럭 먹고살 만큼밖에 안 됩니다요. 아주 힘드네요. 다다미와 마누라는 새것일수록 좋다던데 저한테는 꿈같은 얘기지요

오콘(お紺)은 감색이라는 뜻

오시마의 진흙 염색
가고시마 현의 오시마에는 다정큼나무 껍질을 삶은 즙에 비단을 담근 뒤 철분이 많은 진흙을 묻히는 독특한 염색법이 있다

콘, 콘, 하고 불러서 그런지(‘콘콘’은 여우 울음소리의 의성어로 쓰인다) 여우처럼 눈꼬리가 올라갔어요. 돈 계산을 좋아해서 그런지 이름과 얼굴이 장부 숫자 맞듯이 딱딱 맞는 여자랍니다. 나중에 얼굴 좀 보세요. 다만 웃으시면 곤란합니다요.

고급차일수록 뜨겁지 않은 온수로 천천히 내려서 마시고 저렴한 차일수록 뜨거운 물로 내린다

기야만
다이아몬드를 뜻하는 네덜란드어 ‘디아망트(diamant)’에서 유래한 말. 유리를 뜻한다

사쓰마기리코
에도 시대 후기에 사쓰마 번에서 외국 기술을 참고하여 만든 유리 공예품

기타마에부네
혼슈 서쪽 연안 지방들과 오사카 간의 항로를 오간 대형 화물선으로, 운송만이 아니라 상품 무역도 행하여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남만동남아시아, 혹은 그곳에 식민지를 둔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아,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부부가 그냥 쿨쿨 잘 때는 얌전히 있었답니다. 그런데 몸을 섞으려고 하면 갑자기 확 켜지는 거예요. 게다가 평범한 등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밝게, 대낮이 된 것처럼 밝게 켜진다고 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요.

알고 보니 이 사방등은 어느 하타모토만 석 이하를 받은 무사로, 쇼군을 알현할 수 있었다의 측실―쉬운 말로 첩이지요―이 특별히 만들게 해서 사용하던 것이라고 합니다.

어디에 가겠다고 정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바람을 쐬고 싶었다. 다행히 아가씨 혼자 돌아다녀도 오노부라면 위험할 일이 없었다.

그 덩치 큰 여자를.

그 박색을.

애교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여자를.

그 사나운 여자를.

"기야의 장남이 무슨 원령에라도 씌었나?"

이 말은 고정 거래처로서 기야에 드나드는 쌀집 주인이 한 말이다.

기묘한 의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남아 있지만, 기야의 새댁으로 살아가는 오노부의 생활은 걱정했던 것보다 한결 편하고 보람찼다. 본래 열심히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더욱 수월했다.

단자쿠
시 따위를 적어 넣는 가늘고 긴 종이로, 칠석 때 여기에 소원을 적어 조릿대에 매다는 풍습이 있다

물거울
물을 채워 거울로 삼는 나무통. 칠석 밤에 내놓은 물거울에 견우성과 직녀성이 비칠 때 나무통을 살짝 흔들면 두 별이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기를 기원하면서 소원을 빌기도 한다

결국은 오쿠메도 미모만 밝히는 세상에서 밀려난 사람이었다. 오쿠메는 시치베에에게 외면당하자 깊은 상처를 입고 한동안 슬피 울면서 살았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말려 줄 사람 하나 없다. 격이 맞지 않는 만남은 결별의 씨앗. 집안의 격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쓸데없는 질투나 분쟁의 씨앗이 되는 외모의 격도 포함되는 거라고 오노부는 생각했다.

히나 인형
3월 3일에 행하는 여자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행사 때 장식하는 인형

그리고 오노부는 뜰에 석등을 세우고 그 밑에 깨끗하게 닦은 청동 거울을 묻어서 오쿠메의 저주를 풀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실은 별일 없었다. 오노부는 이혼당하지 않았고 지금도 시게타로와 금실 좋게 살고 있다. 오스즈와 오린은 명랑함을 되찾았고, 오스즈는 곧 어느 하타모토의 간절한 청혼을 받고 시집을 가기로 정해졌다. 두 시누이 모두 오노부와 늘 사이가 돈독하다. 여전히 정답다.

거울 닦는 사람을 불러 아름답게 닦아낸 청동 거울을 들여다보며 오노부는 잠깐 이런 생각을 한다. 자, 여기를 봐. 나, 점점 예뻐지는 것 같지 않아?

누타아에
오징어, 대합, 참치 등의 신선한 해산물과 파, 미역, 땅두릅 따위를 초된장으로 버무린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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