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가타上方
교토·오사카와 그 인근 지역을 말한다

구다리자케下り酒
‘위에서 내려온 술’이란 뜻으로, 가미가타에서 주조되어 에도로 운송된 술

이타미 땅
오사카 인근의 효고 현에 위치

기바(木場목재 창고가 몰려 있던 지역)의 짐꾼이 폭이 한 뼘밖에 안 되는 각재 위를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목재를 나르는 것처럼 절묘한 기술과 밝은 눈, 주변 동향을 정확히 가늠하는 민감한 저울 같은 감각이 필요하다.

가미가타의 술은 배를 통해 에도에 수송되었는데, 그해 처음 주조된 술을 누가 먼저 에도에 수송하느냐에 선원의 명예가 달려 선원 간의 경쟁이 치열했고 이름난 볼거리였다.

후지미자케
‘후지산을 본 술’이란 뜻. 가미가타를 출발한 ‘구다리자케’ 수송선이 에도에 도착하기 전 후지산을 보며 항해했다는 데서 붙은 이름으로, ‘구다리자케’를 멋스럽게 이르는 말

"물론 나도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도베에가 개운치 않게 말끝을 흐리며 깡마른 팔로 팔짱을 꼈다.

"실은 어제 불난 자리를 정리하다가 이상한 걸 찾았는데."

도베에는 따라오라고 손짓한 뒤 우물가 앞쪽에 있는, 장작을 비롯한 땔감을 쌓아 둔 뒤뜰로 갔다. 장작 더미 옆에 몸을 웅크리더니 품에서 종이에 싼 가늘고 긴 물건을 꺼냈다.

금줄이었다.

"마님이 불길하니까 신사에 가져가 소각을 부탁하라고 하셨지만."

빔지
종이를 꼬아 만든 끈

오토요는 도베에를 이 세상에 주판으로 정리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뜻밖이었다. 어머, 지배인님에게 이런 면도 있네. 귀신을 무서워하는 꼬마처럼 이야기하다니.

도시오토코
가령 소띠 남자가 소의 해를 맞이한 경우를 말한다. 그런 남자는 신의 가호를 더 잘 받는다고 믿어서, 새해 행사나 공양물 구입, 새해 정한수 길어 오는 일 따위를 맡았다

"그래서 어제 오후에 사 왔지. 그러고는 바로 장식했어. 그믐날에 공양할 수는 없으니까"
새해에 각 가정을 방문하는 신령은 섣달그믐 새벽에 찾아온다고 해서 늦어도 섣달 28일까지는 공양물을 바쳤다.

도비
토목건축 공사, 상하수도 공사 등에 종사하는 기술자

"가깝게는 스나무라 근방에서도 만들고, 멀게는 사와라 쪽에서도 떼 옵니다. 겨울에는 어느 에도 근교 농촌에서나 다 이런 부업을 하니까."

둘은 이타미야에 돌아온 뒤 이번에는 가게 점원들의 이야기를 일일이 들어 보기로 했다. 함께 금줄을 친 자들, 금줄 칠 때 그 자리에 없었던 자들, 금줄 치기 전에 금줄이나 공양물이 방에 놓여 있는 모습을 본 자들.

기도반木戸番
서민들이 사는 구역의 단위인 마치(町) 입구마다 기도라는 나무 문이 설치되었고 밤 열시경에는 기도를 닫아 야간 통행을 차단했다. 기도반은 기도 주변의 조그만 오두막에 기거하면서 기도와 통행을 관리했다

"더 자세히 말하면, 간밤의 화재 소동과 신단에 장식한 금줄 속에 숨겨져 있던 머리카락―그거 때문이니?"

오카쓰는 그 말을 듣자 봇물이 터진 듯 더욱 심하게 울기 시작했다. 아, 맞구나, 하고 생각하며 오토요와 도베에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미즈노미
경작지가 없으므로 조세 의무가 없고 촌락 내 아무런 발언권도 없는 빈농 집

그런 의문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카쓰는 시신을 태우기 전에 아버지 몰래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잘라 빔지에 숨겨서 가지고 다녔다. 목깃 속에 넣어 꿰매어 두었으므로 어머니의 머리카락은 오카쓰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금줄을 보았을 때, 생각했어요. 이 속에 머리카락을 숨겨 두면 신단에 장식되고 여러 사람에게 절도 받을 거라고. 등불도 밝혀 줄 것이고 비쭈기나무(예로부터 신성한 나무로 알려져 신사나 신단에 장식했다)도 장식해 줄 것이고 떡도 공양받을 수 있고."

"그건 말이야, 네 어머니란다. 어머니의 혼이 그 머리카락을 태운 거야."

"어머니는 뭐든 조금이라도 남으면 그것 때문에 어여쁜 너에게 병이 옮을지 모른다고 걱정해서 시신을 남김없이 불에 태워 달라고 하셨다지? 하지만 너는 머리카락을 잘라서 네가 입은 옷 속에 숨겼어. 어머니는 그걸 정말 기뻐하셨을까? 생각해 봐, 오카쓰."

"어머니는 네 옷 목깃 속에서 얼마나 애를 태우셨을까. 어서 태워야 할 텐데, 하시면서. 하지만 딸을 다치게 하실 수는 없었겠지. 옷 목깃 속에 있는 동안은 불에 타실 수 없었겠지."

"그러니까 오카쓰, 그 머리카락은 역시 불에 태워 드리자꾸나. 내일 뒤뜰에서 지배인님이랑 나랑 너랑 함께 사람들 몰래 태우자. 염불을 외면서 태워 드리자. 염불은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방을 나가려고 할 때 도베에가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하여간 생각은 깊다니까……"라고 말한 것처럼 들렸지만 오토요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마무리를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오토요의 코에 그을린 듯한 냄새가 들러붙어 가시질 않았다. 머리카락에서도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어도 그 냄새는 없어지지 않았다.

마치 연기가 따라다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에게 물어보면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코젠그릇을 담아 두는 상자로, 일인용 밥상으로 쓰기도 한다

"오카쓰는 내가 잘 보살필 테니까요. 맡겨 주세요. 내 숨이 붙어 있는 동안은 그 아이를 확실히 보살펴 줄 겁니다."

내가 이타미야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과 같은 것일까. 나는 여기에서 삶의 보람을 찾으며 살아와서 만약 이타미야를 떠난다면 너무나 괴로울 것이다. 그것과 같은 것일까.

쉴 새 없이 일만 하고 한눈팔지 않고 살아오느라 결국 자식을 가질 기회도 없었던 오토요는 생각했다. 오카쓰 어머니 심정을 내가 알 수 있을까.

이나리 신사의 하쓰우마 축제
711년 음력 이월 첫 오일(午日)에 농업의 신이 이나리 산에 강림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축일. 일본 전역의 수많은 이나리 신사에서 풍작, 사업 번성 등을 비는 의식이 행해진다.

고우가이머리카락을 모아 올리는 데 쓰는 비녀 같은 막대기. 머리에 꽂아 장식하기도 한다

한번은 병을 잘 고친다고 소문난 의원을 찾아 네즈까지 오미요를 데려간 적이 있다. 그 치료비를 마련하느라 당시 사키치는 오미요 모르게 하루 걸러 밥을 굶었다. 그 탓에 의원을 찾아갔을 때는 둘 다 병자로 비치고 말았다.

사키치는 낙담했다. 얼마나 평판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밥을 굶어서 수척한 것인지 병 때문에 밥을 못 먹어서 수척해진 것인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의원이라면 모처럼 고생해서 아내를 데려온 보람이 없지 않은가…….

난방의
나가사키 데지마 섬에 배치된 네덜란드 의사가 전파한 서양 의학으로 진료했던 의원

한텐
기장이 짧은 겉옷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입었다

돈이 간절했다. 돈만 있으면 이 에도 땅에서는 어떤 생활도 가능하다. 공동주택일지라도 볕이 제일 잘 드는 쪽방으로 옮길 수 있다. 오미요에게 하루 두 번 흰쌀밥이나 부드러운 죽을 먹일 수도 있다. 계란이나 닭고기, 이제 다가올 철에는 삼치도 좋다. 참돔 회를 사 주면 어떨까. 제철 요리나 맏물은 행운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정말로 영양분이 좋아서 몸에 좋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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