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과거의 ‘적폐’를 문제 삼아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혹은 국정원 등 이른바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반대파 등을 압박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제왕적’으로 보이는 대통령이지만 정책적으로는 그다지 강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통령의 정책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거나 국회의 예산 동의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우리 국회는 다수결 방식보다 합의제 방식에 의해 운영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야당과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법안 통과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임기 초반 제왕적 대통령으로 등장하지만 어느 순간 레임덕 대통령으로 바뀌고 만다. 더욱이 제왕적이라고 해도 권력기관이나 여론의 높은 지지에 힘입은 것일 뿐 실제 정책을 입법화하고 추진하는 데는 그렇게 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일하는 것으로는 약하고 정치적으로는 강한 대통령제인 것이다.

아무리 많은 지시를 대통령이 내린다고 해도 관료제가 움직이지 않으면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이다.

2017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하면서 4년 중임제를 들고 나온 것은 적절한 대안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과거에는 독립운동을 했거나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일반인과 다른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확립해온 이들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강한 리더십과 권위를 갖춘 인물을 만나기 어렵게 되었다.

우리의 대통령제는 3ㆍ1 운동 이후 설립된 임시정부에서의 정부 형태 논의, 그리고 그것과 연계된 해방 공간에서의 논의, 그리고 제헌국회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한민당 간의 대립 등의 역사적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정치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갖는 집단끼리 타협과 양보에 의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선거.
격변을 예고하는 중요한 시그널

권위주의 권력은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얻고자 했지만, 동시에 무자비한 독재의 몰락을 예고하기도 한다. 선거는 들끓는 민심의 반영이며 오늘날 민주주의 가치 실현의 제일 조건이다.

선거는 복수의 경쟁적 후보 가운데 공직을 담당할 인물을 유권자들이 선택하는 과정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정치 권력의 원천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매우 중요한 정치적 행사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사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대한 권력의 왜곡,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저항의 역사였다고 할 만큼 민주화 이전 한국 정치의 주요한 변화를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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