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들은 한 푼도 삥땅 칠 수 없는 월급 5백만 원보다 마누라가 모르는 눈먼 돈 10만 원을 훨씬 더 소중하게 여긴다.

나하고 함께 관상 본 놈들 다 목 쳐라! 관상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 그렇게 입증되었는데도 회장은 관상 면접을 포기하지 않았다.

똑같은 5백만 원인데 왜 현찰은 ‘뇌물’로 죄가 되고, 상품권은 ‘선물’로 죄가 안 되는 것인지 주는 쪽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법에서도 그런 판결을 내린 적이 없다는데도 고위 공무원들은 그 번거로움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그건 순전히 관습을 방패막이 삼고 있는 약은 기회주의이기도 했다.

검찰이란 이상한 특성을 가진 조직체였다. 상명하복 원칙과 검사동일체 원칙이 그것이었다.

위에서는 명령하고 아래서는 무조건 따라야 하고, 검사들은 모두 한 덩어리! 상사에 대해 충성을 다해야 하고, 검사들끼리 똘똘 뭉치는 검찰 조직은 마치 총 갖지 않은 군대나 다름없었다.

그 이름도 거룩한 폭탄주 마시기의 불문율은 또 하나가 더 있었다. ‘열외’ 인정 없음. 그 술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그 독주를 마셔야 하는 것이다.

그래, 그 짓 자꾸 하다가 위암이고 간암이고 걸려 죽어가도 네 팔자고 네 운명이다. 전인욱은 이런 속말을 하며 그냥 지나치고는 했다.

부처님도 여자 얘기를 하면 빙그레 웃으신다는데. 그것은 이성(理性)이라고 하는 것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수컷들의 본능의 발로 아닌가.

부장에게 그런 굵은 돈줄이 있다는 것을 그저 짐작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돈줄을 생각하면 전인욱은 기분이 영 찜찜하고는 했다. 검사가 그래가지고……, 제대로 된 검사 노릇을 자꾸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억이란 뜻을 아는가? 그 글자는 사람 인 변
(人·亻)에, 뜻 의(意) 자가 합해진 거지.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건 실재하는 수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만 있는 큰 수라는 뜻이야.

그 글자가 만들어졌던 그 옛날에는 지금과 달리 경제 규모가 작았으니까 억 단위의 금전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거야.

여섯 명이 어김없이 시간을 지켰는데 좌장인 부장이 나타나지 않았다. 10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나고……, 먼저 술을 시켜 마실 수도 없고, 그들은 냉수만 홀짝거리는 붕어 신세로 실없는 소리만 주고받고 있었다.

처자식이 있는 몸이라……, 그 한마디는 그 어떤 난처한 입장, 그 어떤 궁지에서도 단숨에 탈출할 수 있는 만사형통의 묘수요, 만병통치 특효약이었다. 그 말의 밑뿌리는 우리의 골수에 박혀 있는 인정주의였다.

‘꼭 그대가 바라는 세상이 되도록 검사 노릇 충실히 하고, 그리고 큰검사 되세요.’ 합격 축하 카드에 그때는 애인이었던 아내가 한 자, 한 자에 정성 새겨 쓴 말이었다.

세상에 3대 바보가 있는 것 알지. 마약 하면서 나만 중독 안 되리라고 생각하는 놈, 사창가에서 바람피우며 나만 성병 안 걸리리라고 생각하는 놈, 카지노 하면서 나만은 돈 따리라고 생각하는 놈.

나그네는 쉬어 간 그늘을 기억하지 않는다. 아, 역시 시인다운 묘사가 아닐 수 없다. 그건 애정이 아니다.

국민은 나라의 주인인가. 아니다. 노예다. 국가권력의 노예고, 재벌들의 노예다. 당신들은 이중 노예다.

긴 인류의 역사는 증언한다. 저항하고 투쟁하지 않은 노예에게 자유와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런데 그들도 체면치레용으로 겨우 여권용 사진만 하게 써서 한쪽 구석으로 몰았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도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가 말한 ‘길거리에서 익힌’이란 저 80년대의 운동권 출신들이 시민단체를 많이 이끌고 있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심전심의 비법이란 석가모니와 그 제자 사이에서만 오가는 깨달음의 기쁨이 아니었던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