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기는, 아무리 콩으로 메주를 쑤는 엄연한 사실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인정을 안 하면 거짓말이 되고 험담이 되는 게야."

항아리 끝보다 높게 넘칠 듯 말 듯 차 있는 물에 조그만 돌멩이를 넣거나 물을 서너 방울만 더 떨어뜨리면 항아리의 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수기대사는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피해망상증이라고 일축할 수는 없는 말이었다. 지극히 국부적인 일이긴 했지만 이 문제는 선종(禪宗)으로부터 비난거리가 되어오고 있기도 했다. 아무리 부분적이요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대의명분에 어긋나면 지탄을 받게 마련이고, 처한 입장과 놓인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적인 것이 전체적인 것으로, 사소한 것이 절대적인 것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었다. 수기대사는 숨을 가다듬었다.

불법을 일정한 규준 아래 집성(集成)해 놓은 불교성서(佛敎聖書)를 대장경(大藏經)이라 한다. 장(藏)이란 말은 광주리를 뜻하는 범어(Pitaka)에서 유래된 것이다. 따라서 대장경이란 말은 불교성전이 담뿍 담겨져 있는 큰 광주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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