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도 생각한다. 살아 있어 봐야 좋은 일이라곤 하나도 없다. 그저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또 하루가 시작되고, 일을 하면 배가 고프니 밥도 먹는다. 그리고 또 일을 하면 지쳐서 잠이 오니 자고 만다. 그 반복, 그저 그뿐이다.

인간은 웃었을 때와 멍하니 있을 때 본성이 나온다. 오유는 ‘싫은 놈이네’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그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손님 출입이 일단락되었을 때 물어보니, 남자는 음식값이라며 금화 한 푼을 두고 갔다고 한다.

"거스름돈은 필요없다더군." 주인이 말했다.

"이건 좋지 못한 일의 시작이야. 그런 손님이 붙다니."

"심상치 않아서 그런다. 죽었다 깨어난다 해도, 우리 가게에서 내놓는 밥에 금화 한 푼 정도의 가치가 있을 리 없어. 그 손님은 우리 가게에 있는, 무언가 파는 것이 아닌 것에 눈독을 들인 게지."

주인의 말이 맞았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겨우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인의 아내도 겉멋으로 얼굴에 주름을 만들어 오지는 않은 것 같다.

"가미카쿠시(알 수 없는 이유로 행방불명이 된 상태)를 이르는 말입니까?"

"후리소데 화재(메이레키 3년(1657) 정월에 발생하여 다음 날까지 시내의 육 할을 태우고 죽은 사람만도 십만여 명이나 나온 에도 최대의 화재)가 있었잖아요."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운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 밤에야말로,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마침 야경꾼이 지나가거나 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도랑에 걷어차 쓰러뜨린 순간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기도 했다. 끝까지 집요하게 괴로워하며 속세를 살아가고 싶어 하는 아버지였다.

주인의 아내가 돈계산을 할 때의 눈빛을 한 채 오유를 보았다. 오유는 처음으로 기가 꺾이는 것을 느꼈다.

오유에게도 지금의 생활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어릴 때와 비교하면 혼자서 용케 노력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몸만 튼튼하다면 이대로 언제까지나 근심 걱정 없이 먹고살 수 있다.

돈계산을 할 때 주인 부부가 왜 그렇게 어두운 눈빛을 하는지, 그 이유를.

그것은 돈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일하고 또 일해도 하루에 겨우 이 정도 매상밖에 나지 않는 것인가 하고, 하늘을 원망하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런 불공평한 돈의 분배를 바로잡을 기회가 눈앞에 버티고 있는데 그것을 망치려고 하고 있는 오유에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에도는 돈을 벌 곳이 많은 도시다. 안주인이 아무리 엄하게 굴어도 일할 사람들은 계속해서 흘러 들어온다. 대부분은, 땅을 일구어 작물을 키워도 태반은 자신들의 손을 그냥 지나쳐 가고 마는 밑바닥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서, 에도로 나가면 조금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맨몸으로 덜렁 올라온 농민 출신의 남자들이다.

노렌
상점 이름 등을 물들여 가게 앞에 거는 천

대낮부터 놀러 다니는 남자들과 그런 남자에게 매달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조금도 즐겁지 않은 듯한 웃음소리를 등진 채, 오유는 가끔 고리짝을 추슬러 올리면서 묵묵히 걸어갔다.

"일하지 않고 매일 꿈만 꾸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극락이 아닌가요? 저는 그런 사치를 한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 오마쓰 씨도 내일 먹을 밥을 위해 오늘 가능한 돈을 벌어 두어야 하는 생활을 한다면, 그런 느긋한 병 따윈 단숨에 나아 버릴 거예요."

거문고나 꽃꽂이 따위는 죽어도 배우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것은 오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오유는 알고 있다. 내일 밥을 먹기 위해서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열심히 바느질을 하는 처녀들이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고시장지
아래쪽을 징두리 또는 맹장지로 하고, 볕이 잘 들도록 얇은 종이를 바르거나 유리를 끼운 장지

"그래. 자네는 모르나? 혼조의 일곱 가지 불가사의라는 것을. 뭐, 시시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인데 그중에 ‘꺼지지 않는 사방등’이라는 것이 있네."

어느 이팔 메밀국수밀가루와 메밀을 2대 8의 비율로 만든 국수 가게의 사방등 불은 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부는 날도, 언제나 똑같이 타오르며 꺼지는 모습을 아무도 본 적이 없다. 또 기름을 채우는 모습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별것 아닌 이야기지만 오유 씨, 나는 ‘오스즈 아가씨가 살아 있다’고 믿는 것이 마님에게는 ‘꺼지지 않는 사방등’이 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살아가기 위한, 발밑을 비추기 위한 사방등이."

오스즈는 살아 있다. 거문고를 배우고 꽃꽂이를 하고, 장래에는 이 집안을 물려받을 것이다─.

마음속의 꺼지지 않는 사방등인가. 오유는 생각했다. 그것을, 어쩌면 꿈이나 희망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와 함께 이 이상한 고용살이도 그리 괴로운 것이 아니게 되었다. 유지로에게 배우는 것도 있고, 오마쓰의 곁에 있는 것이─누구에게 부탁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오유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으로서─자신의 역할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유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화재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밤하늘에 비치는 불꽃은 무섭지만 아름답기도 했다. 잠시 넋을 잃은 채 보고 있었을 정도였다.

오마쓰는 결코 미친 것이 아니다. 이상해진 척하며 남편이 땀흘려 번 재산을 깎아먹고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신경을 쓰게 하면서 즐기고 있다. 오마쓰가 미친 척을 해도 사정이 사정인 만큼 기헤에도 그녀를 내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지로의 생각과는 반대로, 이치케야 주인 부부의 꺼지지 않는 사방등은 증오의 기름으로 타오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아 있어 봐야, 정말로 좋은 일이라곤 없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어떤 가치나 사람에게 ‘네가 최고로 여기고 있던 그건 사실 하찮은 것이었다’., ‘넌 어떤지 몰라도 나에게 넌 아무 의미도 없다’. 배신당하고, 거부당한 적이 있으신지.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는 것 같은 비참함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지.

거참, 울지도 못하게 뭐 이렇게 밝은 걸까요. 세상이 필요 이상으로 밝다는 것을, 가끔은 어둠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전 그때 깨달았답니다.

에도의 밤은, 먹처럼 새까맸습니다. "손을 대어 보면 무겁게 느껴질 것 같을 만큼 짙고, 맛을 보면 틀림없이 쓸 것"

상처를 치료하는(적어도 진정시키는) 방법은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품고 있었을 때 자신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부해졌는지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비록 마음이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도 그 상처는 자기밖에 모르던 사람이 자기 자신보다 더 누군가를 아끼면서 성숙하고 튼튼해진 그 마음을 쉽게 손상시킬 수는 없습니다.

보답받지 못하는 마음에 서글퍼지고 지칠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의 삶에 ‘다음’이 있다는 걸 믿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계속 살아갑니다. 까마득한 삶의 구원이라고 믿었던 빛이 ‘무자비하게’. 눈을 찔러도, 차라리 ‘포근한’.둠에 가라앉아 버리고 싶을 때도, 어두운 밤 조용히 등 뒤를 밝히는 불빛을 찾아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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