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볼 때 거의 모든 아랍 국가들은 배격해야 할군주제 국가이거나 종교적으로 지나치게 관대하다. 아랍의 국가들은 이를 알고 있는 만큼 그래서 무슬림형제단을 꺼린다. 

1920년대에 이집트에서 창설된 무슬림형제단은 수년 동안 심한 탄압을 받은끝에 아랍의 봄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되고 치러진 2012년 이집트 선거에서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에르도안은 희희낙락했다.

그러던 중 2016년에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를 침공했고 2018년과 2019년에 또다시 침공하자 이집트에서는 이 행동을 두고 "아랍이 신오스만주의자들의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라는 말이 돌았다.

"마비 바탄,
우리는 푸른 바다를 지배할 나라다!"

증거가 부족하긴 하지만 에르도안은 자신의 많은 지지자들이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을 넌지시 비췄다. 이 쿠데타는 "미국이 뒤를 받쳐준 거대 음모"라고.

터키 군부 내에서 마비바탄Mavi Valan, 즉 〈푸른 조국>이라는 개념을 지지하는 이들은 대체로 나토회원국이라는 지위를 회의적으로 본다. 그들은 그리스가 동조하는 미국의 책략의 도구가 되는 것은터키가 이 세계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로 올라서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연히 이 입장에 동조할 것이다. 푸른 조국이라는 관념에는 터키가 자신들을 둘러싼 주변 3개 바다인 흑해, 에게해, 동부지중해를 지배할 것이라는 세계관이 담겨 있다. 이 생각을 공공연하게언급하는 이면에는 오스만 제국이 영토를 잃고 오늘날의 터키로 쪼그라들게 만든 로잔조약을 파기하려는 장기적인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군사력이 빈약한 그리스는 미국과 유럽에 의존해서 그들의 대리행위를 하고 있다.
모름지기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에르도안은 조금은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그는 터키를 너무 작게 만들어 버린 로잔조약에 비판적입장을 견지하면서, "터키는 서트라키아(그리스 북동부)와 사이프러스, 크림 반도, 그 외 어디서든 우리일족을 외면할 수 없다."라고 천명한다. 터키 정부의 입장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중립적이어야할 섬들에 군대를 파견함으로써 정작 로잔조약을 위반한 쪽은 그리스라는 것이다.

에르도안과 푸틴의 브로맨스?

이웃 나라와는 물 전쟁,
국내에서는 쿠르드족과의 전쟁

"우리가 언제 아랍인들이 자기네 석유 가지고 뭘 하는지에 대해 왈가왈부한 적이 있던가. 따라서우리가 우리 물을 가지고 뭘 하든 그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는 없다."

물 협정은 터키의 주요한 국내 문제 두 가지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댐 건설은 일자리 창출과전기 생산, 그리고 용수를 개선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남동아나톨리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그런데 문제는 강들의 수원이 쿠르드족의 주 본거지인 아나톨리아 일부 지역에 있다는 것이다.

흔히 쿠르드족을 <나라가 없는 가장 큰 민족>이라고들 한다. 7천5백만 명쯤 되는 인도와 스리랑카의 타밀족을 고려한다면 그 전제는 옳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2백 년 가까이 독립 쿠르드국가를 세우기 위한 운동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나톨리아의 쿠르드족은 오스만제국의 통치자들과 충돌했고 현재도 터키공화국에 지속적으로 저항해 오고 있다.

이제 지난 세기와단절하고 이전의 오스만 제국 시절을 부활시켜 터키공화국이 자신만의 미래를 소유하기 위한 일종의전투 태세 명령이 내려진 셈이다.

민주주의로 가려다 방향을 바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34년 아타튀르크 대통령이 제정한 법을 뒤집고하지아 소피아 박물관을 원래 용도인 이슬람 사원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기 537년 비잔티움 제국 시대에 교회당으로 지어진 이 건축물은 1453년에 이슬람 사원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 건축물이 소프트파워로서 국가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판단한 아타튀르크 대통령이 박물관으로 만들어서 모두에게 개방하고 공통의 종교 역사를 기념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것은 곧 서구 세계를 향한메시지이기도 했다. "문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라는.

"외국인이든 지역 주민이든, 무슬림이든아니든.. 인류애라는 유산을 공유한 하지아 소피아는 보다 진실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모두에게 활짝 열려 있다."

"이는 모든 이슬람 땅에서 우리의 가치와 상징을 대상으로 한 혐오스러운 공격에 대한 대답이다전지전능하신 알라의 도움으로 우리는 이러한 축복받은 길을 내 한몸 희생하여 담대하고 꿋꿋하게 지치지 않고 쉼 없이 걸을 것이다.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말이다."

이것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에르도안은 오스만/터키 역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네 개의 전투도 다시 끄집어냈다.

"하지아 소피아의 부활은 바드르로부터 만지케르트까지, 니코폴리스부터 갈리폴리에 이르는 우리역사의 좋은 시절에 대한 충만한 기억을 상징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는가? 나토 동맹국이자 가치 있고 믿을 만한 현대 민주국가로서의 터키는 지난 얘기인가? 거의 그렇다고 봐야 한다.

그들은 AKP 당에도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세대가 흐를수록 이 새로운 도심지주민들의 다수는 자유주의적 성향을 띄어가고 있다. 그리하여 이 나라의 가슴과 정신, 세계 안에서자신들의 국가 역할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프레너미 frenemy, 
friend와 enemy가 합쳐진 조어로, 한쪽에서는 서로 협력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경쟁하는 관계

현실 정치에서는 터키가 갖는 가치 때문에 나토가 지난 시절 터키의 군사 독재를 눈감아 주었는데, 만약 에르도안의 권위주의통치가 더욱 강화된다면 미국 대통령의 수사학적 표현도 도전받게 될지 모르겠다.

사헬,
테러와 폭력의 악순환에 시달리는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두 강이 만나면, 물이 조용해질 리가 없다."
차드의 속담

사헬이 해안이라면, 사하라는 바다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해안에서 모래바다를 건너 또 다른 해안, 즉 유럽으로 가려고 한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을 떠나고 싶어 한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약 380만 명이나 되는 이곳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곳을 향해 삶의 터전을 뜨고 있다.

"우리는 폭력 앞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막, 낙타, 교역로 그리고 이슬람

산과 강을 따라 국경을 나눴지만
그 산과 강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다

1884년부터 이듬해까지 열린 저 악명 높은 베를린 회담에서 유럽의 열강들은 아프리카 지도에 멋대로 선을 그어 임의대로 대륙을 쪼갰다. 당시만 해도 유럽인들이 발을 들여놓지 않은 곳들도 있었지만강대국들이 원한 것은 명확했다. 바로 영토와 부였다.

당시 영국 총리였던 솔즈베리 경은 몇 년 뒤에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우리는 산과 강과 호수들을 서로 나누었다. 유일하게 어려웠던 것은 그 산과 강과 호수들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육군 장교 폴 불레와 쥘리엥 샤느완은 세네갈에서 시작해서 차드호까지 이어지는 탐험을추진했다. 이 탐험은 프랑스가 확보한 땅을 통합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당시 탐험대는 군인과짐꾼에 포로들까지 섞여 3천 명을 헤아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보급품을 얻기가 힘들어졌다.

그러자 그들은 마을을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주민들을 강간하거나 살해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의회 조사를 거부했다. 식민지부의 자체 조사에서도 그 지역에서 자행된 숱한 잔학 행위들과 정책에 관한 질문들은 무시됐다.

국제 테러 단체의 지원을 받는 반군 세력

정부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다음과 같은 의문이 떠오르는 건 당연하다.
"대체 누굴 위한 정부란 말인가?"

그러므로 대체로 알카에다가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수도에서 싸우지 못해안달인 사람들을 저지하기는 힘들었다. 나이저강을 건너 바마코까지 간 그들은 결국 루비콘강을 건넌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그들은 훨씬 강한 세력에게 도전을 받는 한편 그들이 통치하려고 한 지역 주민들의 지지도 거의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슬람법의 극단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많은 주민들이 그들에게서 등을 돌린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내전은 계속된다

누가 봐도 이들의 목표는 "나일강에서 대서양에 이르는 지역에서 비이슬람교도를 쫓아내고 그 바쁜와중에 "이슬람과 이슬람교도에 대항하는 시온주의 운동과도 맞서 싸우는 것"이었다.

"반군 민병대는 일시적으로 지역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어떤 지역에 병력을 증강해서 투입합니다. 그러니까 한 12시간 정도 말이죠. 그렇게 해서 정부군의 전초기지를 파괴한 뒤다시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거죠."

강대국의 눈치와 부족 갈등 사이에서

강대국의 눈치와 부족 갈등 사이에서

하지만 이런 일에 도사린 위험성을 독일 외교부 산하 시민위기방지위원회 위원장 하이케 틸레는 지적하고 있다. 그는 협력도 중요하지만 "그 활동들에 대한 엑셀 보고서만 주고받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가장 가난한 나라의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항 운동

기후변화, 사막화, 폭력의 악순환

풍부한 천연자원, 테러리스트들의 돈줄

"서구에서라면 각종 허가서와 증서들만으로도 족히 책꽂이 한 칸은 채울 것이다. 하지만 니제르에서는 누군가에게 삽 한 자루와 일당 2달러만 주면 우라늄을 파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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