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광기 들린 천재라고 여긴다. 한순간에 자신의 귀를 자르도록 몰고간 그의 정신적 불안정은 이미 전설이 되어버렸다. 끔찍한 악마에 흘리고 원초적인 충동에 휩싸여 사막에서 외쳐댄 고독한 목소리. 이것이야말로 그를 둘러싼 오늘날의 공통된 견해이다. - P8

실제로 반 고흐는 힘겨운 삶을 살았다. 관습에 대한 반감은 (비록 많은 모방자들을 낳긴 했지만) 그가 비길 데 없는 예술 언어를 발전시켜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던 반면, 동시에 친구와 친지들로부터 그를 갈라놓았다. 그런가 하면 말년에 그는 여러 번 좌절을 경험하는데, 물론 여기에는 정서적인 요인들이 작용했겠지만 젊은 시절에 걸린 성병의 후유증으로 악화된 간질 발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몇 차례 낭만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황당하리만큼 서툰 판단으로 매번 불행한 결과에 이르렀고 결국 독신생활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오랫동안 성공 가도를 벗어나 있던 고흐는 서른일곱에 마침내 평단의 인정을 받는가 싶었는데, 권총자살로 갑작스럽게 삶을 마감해버린다. - P8

생존 당시에는 완전히 외면당했던 그의 그림들이  오늘날에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큰 가치를 지니게 되었는데, 이런 예술가의 진면목을 우리는 7백 통이 넘는 편지들을 읽으며 가늠해볼 수 있다. - P8

고흐가 그림을 그리기위해 물감과 캔버스를 살 수 있었던 것도 테오의 재정 지원 덕택이었다. 실제로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마다 더 많은 돈을 요청하거나 돈을 송금해줘서고맙다는 내용의 글을 적고 있다. 테오의 지칠 줄 모르는 격려 또한 불행한 형에게는 구명의 밧줄이었다. 그렇다고 고흐가 동생에게 수동적으로 의존했던것만은 아니다. 그는 동생에게 활기찬 대화 상대였으며, 사적이며 정신적인문제들을 두 사람이 함께 나누었음이 편지에서 드러난다. - P8

이 특징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연과 풍경에서 위로와 감흥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런던이나 헤이그, 혹은 그 밖의 북유럽 전역에서 그가 보낸 편지들에는 주변 환경에 대한 매우 서정적인 묘사가 담겨 있다. 이처럼 삶의 초기에는 그의 사고에 깃든 목가적인 요소들이 깊은 신앙심과 일체를 이룬다(그의 아버지는 목사였다). 나중에 고흐는 신앙을 버리게되지만 자연에 대한 사랑만은 그 후로도 오래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 P11

그가 젊은 시절부터 끊임없이 관심을 보였던 또 다른 영역은 전원생활과 육체노동이었다. 벨기에의 탄광지역인 보리나주에서 선교사로 일할 당시 이 짧은 체류 동안 제약된 조건 속에서도 그는 광부들의 일상을 스케치했는데, 이것은 광부들의 비참한 운명에 대한 그의 통렬한 묘사와 맞물린다. 실제로 이 시기에 그는 성직 대신 화가가 되겠다는 새로운 야심-품는다. - P11

반 고흐는 평생 동일한 화풍의 영향을 받으며 이 화풍에 절대적으로 헌신한다. 그의 작품 경향이 변화를 거듭할 때에이런 헌신은 계속되었다. 특히 프랑스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에 대한 숭배의 감정은 말년의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들물론 초기의 편지나 스케치에서도 나타난다. 밀레가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고귀하게 묘사한 농민의 삶은 고흐에게감동을 불러일으켰다. - P11

특히, 해질 무렵 가로등이 켜지고 젖은 도로 위에 그 불빛이 반사되는 모습을 말이야. - P14

아침에 턴햄그린으로 가는 길은 몹시 아름다웠어. 밤나무와 맑고 파란 하늘, 템스 강물에 반사되는 아침 햇살..…그리고 풀들이 놀랄 만큼 푸르렀단다. 사방에 교회 종소리가 울려 퍼졌지. - P19

네 생각을 자주 한단다. 아주 잘 지내고 있다니 반갑다. 네 기분을 돋워주고 진정한 삶을 위한 건전한 양식이 될 만한 것들을 찾을 수 있다니 기쁘구나. 그런 것들이야말로 진짜 예술이며 자신의 마음과 영혼, 생각을 바쳐 일하는 사람들의 작품일거야. 어쩌면 넌 그런 사람들을 적잖이 알 뿐 아니라 직접 만나보기도 했을 거야. 말과 일이 생명이자 영혼인 그런 사람들을말이다. - P19

살면서 우연히 마주치는 다양한 모습들을 대충 스케치해두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러다 보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작업에 방해가 될 수도있으니 그러지 않는 편이 좋겠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누가복음 13장 6절~9절의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에 관한 설교를 쓰기 시작했단다. - P21

난 종종 늦은 밤까지 그림을 그린단다. 어떤 사물들을 볼 때면 절로 떠오르는생각들에 분명한 형태를 부여하고 이런저런 기억들을 붙잡아두기 위해서야. - P22

1880년 7월
털갈이 시기란 새들이 깃털을 바꾸는 시기로, 사람의 경우로 말한다면 역경과불행 같은 일이 닥치는 어려운 시기를 뜻하지. 우린 이런 털갈이 시기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거기서 벗어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런 일들은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것도 웃어넘길 일도 아니어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숨을 필요가 있단다. 사정이 그렇다면 받아들여야겠지. - P22

요즈음에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이런 상태가 이미 상당 기간 지속되었는데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지 몰라. - P22

"결국 그런 거였어! 그러니까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거야"라고 - P22

내게서 게으름뱅이 같은 모습 외에 네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게으름뱅이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말이다. 나태하거나 비굴한 성격이거나천성이 야비해서 게으름뱅이로 간주되는 사람이 있지. 너 역시 나를 그런 사람으로 여긴다 해도 할 수 없겠지. - P22

"난 새장 안에 있다. 새장 안에 있어. 그러니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다. 이 바보들아! 난 필요한 모든 걸 가졌어! 아, 제발 내게 자유를 다오. 다른 새들처럼 말이야." - P23

때로 자연과의 싸움은 셰익스피어가 ‘말괄량이 길들이기‘ 라고 부른 것과 비슷해 (즉 인내심을 발휘해 어떻게 해서든 저항하는 쪽을 정복하는 거야). 많은 영역에서 그렇듯이 특별히 그림에서는 꽉 움켜잡는 편이 포기하는 편보다 낫단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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