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여행하면서 쓰고, 쓰면서 여행하는 벅찬 즐거움
원제辺境‧近境

무라카미 하루키
1. 어렵지만 즐거운 여행과 글쓰기
오늘날 여행을 하고, 그 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더욱이 여행에 관한 한 권의 책을 엮어낸다는 것은 참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는 해외여행이란 것이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 P6

그렇다고 두눈을 부릅뜨고 무슨 비장한 결의라도하고 써낸 느낌을 갖게 하는 여행기 역시 읽는 독자에게 약간은 따분하고 짜증스럽게 하지 않을까. - P7

그런 의미에서는 미국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하는 것과 시코쿠에서 사흘 내내 하루 세끼를 오로지 우동만 계속 먹어대는것 중 도대체 어느 쪽이 변경 그 지방의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한적한 지대-옮긴이)인지 잘 모르겠다. 참 어려운 시대이다. - P7

2. 나스스로가 녹음기가 되고카메라가 되는 자세로
나는 실제로 여행하는 동안에는 별로 세밀하게 글자로 기록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때그때짤막하게 적어 놓을 뿐이다. - P7

요컨대 내가 가장 알아보기 쉬운 형태의 헤드라인이면 된다. 바다에 부표를 띄우듯이 그렇게 적어놓는다. 서류 서랍의 색인과 같다. - P8

오히려 현장에서는 글쓰기를 잊어버리려고 한다.  카메라 같은 것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여분의 에너지를 가능한 한 절약하고, 그대신 눈으로 여러 가지를 정확히 보고, 머릿속에 정경이나 분위기, 소리 같은 것을 생생하게 새겨 넣는 일에 의식을 집중한다. 호기심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 P8

반대로 말한다면, 일일이 사진을 보지 않으면 모습이나 형태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에는 살아 있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  - P8

그러니까 취재 여행을 가더라도 작가는 겉으로보기엔 편하다. - P8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다만 잠자코 구경만 하고 있을뿐이다. 사진을 맡은 사람만이 바쁘게 뛰어 돌아다닌다. 그 대신 작가는 여행지에서 돌아오고 나서부터가 힘이 든다. - P9

다만 그 이상 오래 내버려두면 잊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아 문제가 된다. 모든 일에는 어디까지나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 P9

3. 여행기를 쓰는건 나에겐 매우 소중한 글쓰기 수업
그런 의미에서 여행기를 쓰는 것은 나에게 매우 귀중한 글쓰기 수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여행기에서 원래해야 할 일은 소설의 원래 기능과 거의 마찬가지다. - P9

4. 어릴 때부터 닥치는대로 여행기를 읽으며 자랐다.
나는 원래 여행기라는 것을 좋아한다. 옛날부터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헤딘이나 스탠리 같은, 그런  사람들의 여행기를 닥치는 대로 읽으며 자랐다. - P10

그러나 어쨌든 여행을 하는 행위의 본질이 여행자의 의식이바뀌게끔 하는 것이라면, 여행을 묘사하는 작업 역시 그런 것을 반영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 본질은 어느 시대에나 변하지 않는다. - P11

가장 중요한 것은, 이처럼 변경이 소멸한 시대라 하더라도자기 자신 속에는 아직까지도 변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추구하고 확인하는 것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그런 궁극적인 추구가 없다면, 설사 땅끝까지 간다고 해도 변경은 아마 찾을 수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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