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군인이 많은 나라다. 전시체제하에 있는 국가를 제외하면 이렇게 많은 군인을 볼 수 있는 나라는 아마 없지 않을까.
그리고 군인뿐만 아니라 경찰도 많다. 좌우지간 제복을 입은 인간들이 너무 많다. 기지의 수도 많고 시내를 배회하는 군인들의수도 많다. - P153

"잠깐 오시오" 하면서 끌고 가 조사를 하고 필름을  압수한다. 아무리 군인이나 경찰을 찍을 의사가 없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그 모습이 찍혀 있으면 불쾌한 일을 겪게 된다. 시간 낭비는 물론이고 기분도 상한다. 우리도 이스탄불에서 한 번 그런 일을 당한적이 있다. 그들은 매우 진지하다. - P153

부대가 휴가 중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하이테크정보 전쟁시대에 이스탄불의 공원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해군병사 제복의 사진을 찍은 뒤 그것을 단서로 부대이동을 알아내는 귀찮은 짓을 도대체 누가 한단 말인가? 만약 정말로 그런 걱정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완전한 사대주의 히스테리라 할 수 있다 - P154

물론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있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보면터키는 드물 정도로 일관되게 고독했던 나라다. 일찍이 광대한영토를 가진 거대한 나라였고 20세기 초반까지는 주변 나라의국민들을 군사적으로 가혹하게 지배한 만큼 그 과정에서 생긴역사적 알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우선 그리스와는 철저하게 사이가 나쁘다. 이것은 아마 회복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을정도다. - P157

차를 세웠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지까지 데려다주지 않겠나"라고 부탁할 뿐이다. 참 느긋한 군대다. 마침같은 방향이었기에태워주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바닥에 내려놓은 기관총의 총구가 뒷덜미 쪽을 향하고 있기라도 하면 아무리 안전장치가 되어 있다고 해도되어 있겠지?)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핸들을 잡은 손에 땀이 배어버린다. - P161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같은 아시아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들의 눈 속에 뭔가 순수한 것이 혹은 왜곡되지 않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P162

터키의 레스토랑은 한국 식당과 마찬가지로 한 걸음만 안으로 들어가도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참을 수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겠지만 그런 것에 약한 사람에게는 참기힘든 고통이다. - P176

예전에 나폴레옹 3세가 황후와 함께 이곳을 방문했을 때 오스만투르크 황제가 그를 만찬에 초대했다. 그 만찬을 즐긴 황후가 요리에 감동받아 수행하던 궁정요리사에게 "터키 요리사를찾아가 이 음식의 요리법을 배워오라" 라고 명령한 적이 있을 정도로 훌륭한 요리다(이 얘기에는 뭔가 빠뜨린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렸다. 어쨌거나 미안하긴 하지만 나와는 맞지 않았다. - P177

잘 보면 주변에 앉아 있는 서민 아저씨들은(물론 이런 곳의 손님은 모두 남자들뿐이다. 종업원도 남자) 모두 150엔 정도의 전쟁이 비슷한 것을 먹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맛있어 보였다. - P178

내륙을 향해 남하하자 사정은 어려워졌다. 전부가 양고기뿐이다. 어디를 봐도 양, 양, 양이다. 길을 걷다 보면 빈번하게 양과조우하고, 정육점을 들여다보면 털을 벗긴 양이 매달려 있고, 레스토랑에 들어가도 양고기밖에 없다. 마을 전체에서 양 냄새가난다. 화폐 대신 양을 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양 중심의 문화이다. - P180

빵과 차이 각각의 값은 잊어버렸지만 모두 합쳐서 약 28엔이었다. 나쓰메 소세키의소설 중에 "그것은 가격이 아니군"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것이야말로 정말 가격도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물가가 싸기로유명한 터키에서도 이 가격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 P184

아무리 보고 있어도질리지 않는다. 나 말고도 뒤에서 지루한 기색 없이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인간의 행동이란 대부분 비슷한 것 같다. - P189

아무튼 차이하네 - P189

차이는 원래 평범한 홍차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신기하게도 차이는 차이일 뿐 홍차가 아니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다. 차이는 차이 맛이 나고 홍차는 홍차 맛이 나는 것이다. - P191

터키를 여행하면서 제일 처음 느낀 점은 이 나라의 넓이와 다양함이다. ‘터키‘, ‘터키인‘ 이라고 하면 보통 단일국가, 단일민족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돌아보면 그 지역마다의 큰차이를 보고 놀라게 된다. 터키는 지형적으로 몇 가지 얼굴로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 그리고 각 지역에 따라 풍경도, 기후도, 사람들의 생활도 혹은 인종마저도 전혀 달라진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이자 주관적인 구분이므로 정확한 것은 아닐지모르지만 우리 눈에 터키는 확연하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 - P197

유럽에서 차를 몰고 가면 우선 유럽풍의 터키가 있다. 트라키아 지방이다. 이것이 첫 번째 터키, 지형적으로는 그리스 북부와 거의 다름이 없다. 경치는 동유럽에 가까울 듯. - P197

하지만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우리는 흑해로 나아가기로 한다.
흑해 연안 이곳이 두 번째 터키다. 이곳은 멋진 지역이다. 조용하고, 관광객도 적고, 풍경도 아름답다. 단, 에게 해 연안지대에 비하면 도로와 호텔의 질이 말도 안 되게 형편없다. - P201

그리고 시계 방향으로 소련, 이란, 이라크의 국경 방면이 제3의 터키다. - P201

그리고 남쪽으로 내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지중해에 걸쳐있는 중부 아나톨리아, 이것이 제4의 터키, 아랍 색채가 진한 터키다. 호텔과 도로 사정은 조금 나아진다. - P201

그리고 서쪽의 지중해와 에게 해 연안의 터키, 이것이 제5의터키다. 여기까지 오면 경치는 환하게 밝아진다. 내륙지방의 먼지 날리던 공기에서 해방된다.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진 듯한 느낌이다. 아름다운 해안이 펼쳐지고 고급 리조트가 여러 군데 있다. - P203

그것은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신선하고 폭력적인 눈빛이었다. 거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유보 조항은 없었다. 하지만‘ 이나 ‘그러나 가 없는 그곳에 존재하는 것 전부가 그 자체라는 눈빛이었다. 그곳에서 대부분의 일들은 예측이 불가능했고, 규칙은 대부분 허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성급히 말하자면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이 있었다. - P204

그 곳에는 풍경의 아름다움과 서구적 편리함이 존재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내가 과거에 크사다시의 거리에서 맡았던 그 공기는 더이상 그곳에는 없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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