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겪느니 처음인 석 달 열흘 가뭄 속에서도근근이 끌어올린 지하수로 바닥이나 축여가며 논을 연명시키기에 무던히도 애썼다. 그러나 신청부같은 대로 겨우 벼포기 꼴을 볼 만한 무렵하여 온늦장마와 더불어, 마치 배동오르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목도열병이 덮치기 무섭게 척척 주저앉더니 고스란히 퇴비로 깔리고 말았다. 류는 불로 덴 자리, 물에 덴 아이 허거물쓰며 뛰듯 흰자위를 뒤집어쓰고 허둥거렸다. 부쩌지 못해 안달하던류는 정량보다 갑절이나 독하게 오백 배로 탄 부라에스를 분무기에 가득 담아지고 논으로 뛰어다녔고, 몸 생각할 경황도 없이 마파람을 안은 채 약을 하다가 끝내는 전신이 마비되면서 논두렁에 쓰러지고 말았다. 류는 작년과 그러께에도 한 번씩 쓰러진 적이있었다. 바람을 등에 지고, 깜냥에는 조심스럽게한다고 하더라도 온종일 약내를 맡고 나면 그참몽혼상태로 쓰러지게 마련이었으며, 그런 경우에는 흔히 사나흘씩이나 몸을 추스르지 못하곤 했던 것이다
"그게 워째서 보상이라는겨? 지방세법 이백육조랑 수세규정을 보면 이십 프로 이상 감수헌 경우 농지세와 물세를 감해 주게끔 당초버텀 작정이되어 있는디………… 칠십 프로 이상 감수하면 자동적으로 전액 면제여, 그렁께 이번 보상책은 들리는소리만 시끄럽지 새물내 날 것이 읎더라, 이 얘기여."
"여러 말 씨부렁그릴 것 없이, 그 사람덜 말은장 서리맞은 호박이니라 여기면 그뿐인영농자금을 우선적으로 융자해 주마 허는 것두그려.
조합 돈두 으레 사채얻는 늠이 쓰게 마련이구, 이자가 나이 먹으면 연체이자를 낳으니께 사채나 진배지만, 상환을 일 년 연기해 줍네, 이자를 덜어줍네 해봤자 장 담었던 메주 건져 된장 담는 정도여. 농협돈 안 쓴 늠은 그나마 아무 혜택두 읎는 심이구. 드러." "쌀 피해보상을 보리가 삼 할이나 섞인 혼합곡으루 해준다는 건 말이 되나?"
"그것두 육십 프로뿐이구 나머지는 일판에 나와 일허구 취로비로 받어가라 이젠디, 그게 워째서 피해보상이라나? 품 팔구 받는 품삯이지...... 작것들이 노임이나 제대루 주면서 어르는 소리 허면 또 몰라. 여니 노가다판에 일 가면 그 몇 배를받는 판에, 그 시세 읎는 노임으로 가렵다는 사람헌티 간지럼을 치러 들어? 에, 염치없는 것들." "아무리 못 배운 죄가 많어 논두렁 직장에 출근허는 신세라지만 당최 기분이 챙피해서………….‘
여기 아낙네들은 내동 해찰부리며 능놀아 해를거우르다가도 설핏하기 전에 저녁을 안치고 밝아서 개수통까지 한갓지게 가셔 얹어야 다른 소리안 듣게끔 살림에 맛을 들인 줄로 여겼다. 그렇다고 죄다 먹는 것만 알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들의 그 남볼썽사나운 짓은 그렇게 늘 싫기만 하던 것도 아니었다. 내동 그러던 사람이 보고도 아무 무엇이 없으면 도리어 허전하고 궁금하던 날도 없지 않았듯이. 생각하면 그나마도 시집오고 십오 년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다된 지 오랜 줄 알고부터반은 죽어 살아온 그녀에게 그것은 유다른 일깨움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도 자기 몸의 어딘가엔 무엇이 남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으니까. 설레고 들썽이던 부푼 마음을 고루잡아 가누지 못해 때되는 줄도 모르고 읍내에서 능놀아 어둡게 집을 찾은 것이 그새 몇 번이나 있은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그러나 한 동네 사내들이 패지어 다니며 저지른 짓은 혼자만 다듬어두어 묵힐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마나 그래도 그렇지. 그렇다구 그래 그럴 수 있는겨? 남묘호렝게교 남묘호렝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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