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화(鄭承和)는 가슴이 뜨끔했으나 물에 흔든손을 바짓가랑이에 문대며 허텅짓거리부터 늘어놓았다.
"이 날 가무는디 지랄들 헌다………… 게 뭐라구 악쓰면서 데모허데?"
입때껏 느럭느럭 능놀며 해찰만 부리던 신태복이가 배참으로 드티면서 반겨 물었다.
"쭉 늘어앉아서, 손뼉을 쳐가며 디립다 노래만불러잦혀유"

학생들은 죄 기어나와 모가 반도 안 꽂힌 논배미를 에워싸고 논두렁에 늘어앉아 있는데 이만에서 건너다보기에도 난장판이 달리 있지 않았다.
양수기 호스 끝에 엉겨붙어 물장난에 등멱을 하는녀석도 있고, 일찌감치 자전거 짐받이에 책가방을챙겨얹고 매끼를 질으며 집에 갈 채비로 바쁜 녀석이 있는가 하면, 남의 원두밭을 더듬어 외꼬부리를 따다 먹는 녀석에, 저희들끼리 씨름을 하다논배미로 넘어박혀 붉덩물이 든 교련복을 벗어 지르잡는 녀석하며, 대열에서 이탈한 녀석도 여남은은 되는 성싶었다. 그러나 오십여 명은 그냥 두렁에 주저앉아 박수치는 패와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패로 반반씩 나뉘어 악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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