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75미터, 맑은 하늘 아래 적갈색 지붕을 인 중세 목조 건물들이 다정하게 어울려 있는 곳. 400년의 삶과 예술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듬은 사프란볼루다. 가을에 터키를 여행한다면 꼭 찾아야 할 이곳은 한 가족처럼 수백 년을 함께 살아왔기 때문인지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 서로 닮아있다. 그 선한 모습에 여행자의 마음도 덩달아 훈훈해진다. 터키에 올 때마다 발길이 어김없이 사프란볼루로 향했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 P170
이 작은 도시는 중세 동서양의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주요한 길목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경주에서 출발해 지금의 중국 시안과 중앙아시아를 거치는 실크로드 1번 고속도로는 이란의 카스피 해 남부를 지나 흑해로 접어든다. 흑해에서 다시 내륙 이스탄불로 향하던 대상들을 맞아주던 곳이 사프란볼루다. - P170
터키의 중심부 아나톨리아 반도는 인류 문명의 본향과도 같은 고장이다. 인류 최초의 계획도시 차탈휘육, 가장 오래된 문명 발생지 수메르, 철기와 전차를 처음 사용한 히타이트, ‘황금 손‘으로 유명한 미다스왕의프리기아, 노아의 방주가 걸렸던 아라라트산, 아브라함이 활동하고 성모마리아가 숨을 거둔 땅, 알렉산드로스의 원정로, 셀주크튀르크와 오스만제국의 산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발원하면서 생겨난고대 문명과 유적이 80만제곱킬로미터의 반도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 P182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에서 히타이트제국의 경이로운 유물들을 보고있노라면 박물관을 벗어나 현장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기원전 1650~1200년에 번성한 히타이트제국은 최초로 철기를 썼다는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은 오리엔트 고대 역사에서 아시리아와 함께 가장 중요한 문명 국가였다. 히타이트제국의 수도였던 하투사스 유적지는 앙카라에서 동쪽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아직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았고, 내륙 자체가 1,000미터가 넘는 고원 지대여서 높은 곳은 4~5월까지도 눈이 남아 있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차로 세 시간 정도 달려가다보면 험준한 계곡과 산을 등지고 펼쳐진 넓은 평원에 히타이트인들의 지혜가 어린 하투사스, 지금의 보아즈칼레가 드디어 한눈에 들어온다. - P194
이즈미르에서 남쪽으로 60킬로미터 떨어진 에페스에는, 그리스 문화의영성과 철학적 바탕, 로마 문화의 화려함이 한데 모여 있다. 고대 그리스아테네가 식민지로 삼은 이오니아의 중심지였으며, 훗날 사도 요한과마리아가 정착했고 사도바울이 두 번이나 머무르며 기독교를 전파한 땅이기도 하다. 또한 로마가 아시아 지역의 수도로 삼을 만큼 부가 집중되었다. 에페스로 가기 위해선 보통 이즈미르를 경유하는데, 이스탄불에서이즈미르까지 자동차로 해안도로를 달리는 방법이 있다. 이스탄불에서출발하면 열 시간 넘게 걸리지만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멋진 풍광이 펼쳐지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즐길 수 있다. 터키 바다는 이즈미르 앞바다를 경계로 서쪽에게 해와 남쪽 지중해로 나뉜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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