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획기적인 변화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앞서 언급한 ‘인건비 폭등에 따른 신기술도입‘이다. 둘째 ‘장인, 상인, 농민의 지위 향상‘이다. 셋째, 신분이나 출신 가문 따위의 허울에 얽매이지 않고 열정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연마하는 새로운 ‘인재‘가 등장한 일이다. 한데, 놀랍게도 이 세 가지 중요한 변화가 모두 페스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 P29
패혈증이란 병원균이 혈액으로 들어가 온몸을 도는 상태를의미하는데, 페스트가 중증화하면 ‘패혈성 페스트‘로 악화할수 있다. 몸 안의 혈액이 페스트균에 오염되면 피부에 반상출혈(ecchymosis)이 나타나고 온몸에 검푸른 반점이 생겨 이내 사망에이른다. 페스트를 ‘흑사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 P31
전쟁 중에 아테네는 농성전을 펼쳤다. 수많은 시민이 도시의 좁은 공간에 빽빽이 모여 어깨를 부대끼며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역병이 창궐했다. 페스트로 알려진 이 역병으로 수많은 아테네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위대한 정치 지도자로 전투를 몸소 지휘했던 페리클레스도 결국 이 병에 걸려 사망했다. - P32
유럽 고대 문헌에 등장하는 라틴어 pestis에서 오늘날의 ‘페스트‘가 유래했는데, 당시 pestis는 역병이나 괴질 전반을 의미했기에 문헌에 등장하는 질병을 모두 페스트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 P32
맨 처음 페스트는 어디에서 발생했을까? 많은 학자가 톈산산맥 북부 이식쿨호(Lake Issyk-Kul, 키르기스스탄) 주변으로 추정한다. 기원전 202년, 한(前漢) 왕조가 성립하자 당시 대부분의 유럽을 지배하던 로마제국과의 사이에 실크로드 무역이 활발해졌다. 이시기 톈산산맥 주변 지역을 통과하는 무역 상인이 유라시아대륙을 동서로 분주히 오가며 페스트균을 퍼뜨렸다고 생각한다. - P35
전 세계 인구 2억 명중 33~40퍼센트의 목숨을 앗아가고 이후 200년간 인구 증가를 막은 6세기 페스트 팬데믹
역사적으로 페스트의 전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은 세차례 확인되는데 각각 6세기, 14세기, 19세기에 발생했다. - P34
십자군 원정에서 돌아온 병사들의 짐에 섞여 유럽에 들어온 곰쥐, 페스트 팬데믹의 도화선이 되다 - P38
급격히 인구가 몰린 도시에서는 페스트의 매개체인 쥐가 급격히 개체수를 늘렸다.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사건이 바로 그 유명한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다. 독일 서부의 도시 하멜른에서쥐가 엄청난 속도로 번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고민에 빠진 시민들은 쥐 잡이를 고용했는데, 그가 쥐를 성공적으로 잡아주었음에도 차일피일 미루며 약속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 자신이 땀흘려 일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해 화가 난 쥐 잡이가 어느 날 그도시의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 P39
몽골제국이 촉발한 ‘세계화‘, 14세기 페스트 팬데믹의 결정적 트리거가 되다 - P40
몽골인이 닦아 놓은 동서 무역 통상로가 지중해 상인의통상망과 이어짐으로써 세계 최초 글로벌 상권이 완성되었다. 이 통상로를 통해 전해진 것은 값비싼 무역품만이 아니었다. 페스트 역시 이 길을 따라 유럽 각지로 번져 나갔다. - P41
이를 전후로 한 시기에 원의 각지에서 대지진과 홍수가 잇따랐고, 허시지방(河西, 황허 유역 서부) 등지에서 곡물을 갉아먹는 메뚜기 떼가 대량 발생(황충(蟲)이 일으키는 재해라 해서 ‘황해(害)‘라고 불렀다)했으며 페스트 유행과 맞물려 심각한 식량 위기를 초래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대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에아프리카 동부에서 메뚜기 떼가 창궐해 중동에서 인도까지 휩쓴상황과 흡사하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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