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을 읽어도 첫 두세 줄을 대충 훑어보고서 이미 그 소설의 내막을 훤히 꿰뚫은 듯 코웃음 치며 책을 덮는 오만불손한 남자가 있었다. 여기 러시아 시인의 말이 있다. "대체 어떤 자인가? 그렇다면 겨우 흉내쟁이 보잘것없는 유령? 해럴드의 망토를 걸친 모스크바 청년.  타인의 버릇을 번안했다? 유행어 사전? 아니, 결국 패러디 가득한 시(詩) 아닌가?" - P174

우선 고쳐 써야 할 부분은 이 주인공의 직업이다. 어이쿠참, 주인공은 신인 작가다. 이렇게 고치자고 생각했다. 먼저 문호가 되려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 그때의 첫번째 통신다음으로 혁명가를 꿈꾸었으나 패배, 그때 두 번째 통신. 지금은 샐러리맨이 되어 가정의 안락에 대한 의문을 품고 괴로워하는데, 그때 세 번째 통신. 이런 식으로 대략 조망해 둔다. - P178

"그는 오직 정열의 가장 정직한 배출구를 원했다.
생각하는 것보다, 노래하는 것보다 말없이 느릿느릿 실행하는쪽이 진짜인 듯 여겨졌다. 괴테보다 나폴레옹. 고리키보다 레닌." - P183

남자는 쓰기 시작한 원고지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잠시 생각한 다음, 제목을 ‘원숭이 얼굴을 한 젊은이‘라고 했다. 어쩔수 없을 만치 딱 어울리는 묘표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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