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길에서 죽는 것은 사는 것이고 타인의 길에서 사는 것은 죽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를 완성시킨 마쓰오 바쇼,
그는 속세를 초월해 은둔과 여행으로 평생을 일관했다.
그의 시는 미학적 추구도 도덕적 교훈도, 언어의 재치도 아니다.
인간 본래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며 인간이 근원적으로 얼마나 고독한 존재인가를 한 줄의  시에 담았다.
대중의 인기를 얻으며 안락하게 지내기를 포기하고 순수예술의 험난한 길을 고고하게 걷는 삶을 선택했다.
자신을 따르는 문하생들에게는
‘소나무에 대해선 소나무에게 배우고,
대나무에 대해선 대나무에게 배우라‘고 말했다.

파초에는 태풍 불고
대야에 빗물 소리
듣는 밤이여 - P10

봄이 왔는가
한 해가 다 갔는가
작은 그믐달 - P11

달이 안내지
이쪽으로 오시오
여행자 쉴 곳 - P12

늙은 벚나무
꽃 피었네 노후의
추억이런가 - P13

교토에서는
구만구천 군중이
꽃구경하네 - P14

‘교토에서는 봄이면 집집마다 벚꽃 구경을 간다. 화사한 차림을 한 사람들이 꽃나무 아래를 거니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꽃구경의 즐거움이다.
당시 교토의 가구 수는 9만 8천이었으나 ‘ㅋ‘음으로 운을 맞추기 위해9만 9천으로 바꾸었다. 또한 ‘귀천賤‘에 가까운 발음 ‘구천‘을 써서빈부귀천의 구별 없이 꽃구경한다는 의미를 넣었다. 이렇게 동음이의어나 발음이 비슷한 글자로 바꿔 본래의 의미에 다른 의미를 더하는언어유희를 가스리) (곁말)라 한다. 함께 하이쿠를 지으며 자신을 총애하던 요시타다가 스물다섯 나이로 병사하자 충격을 받은 바쇼는 고향을 떠나 교토로 갔다. 이 하이쿠는 그 첫해에 쓴 것으로, 단순히 고토 사람들의 꽃놀이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군중은 꽃구경에 심취해있는데 나의 마음은 슬픔에 잠겨 있음‘을 행간에 담았다. 23세의 작품. - P14

내리는 소리
귀도 시큼해지는
매실 장맛비 - P15

제비붓꽃
너무도 닮았구나
물속의 모습 - P16

바위철쭉도
물드는 붉음
두견새 눈물 - P17

소나무처럼
잠깐을 기다려도
두견새 천년 - P18

초겨울 찬비
안타깝게 여기는
소나무의 눈 - P19

서리 맞은 채
울적하게 피었네
가을 들꽃 - P20

풀 죽어 숙였네
세상이 거꾸로 된
눈 얹힌 대나무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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