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은 매일 아침 그날 사용할 딕슨 타이콘데로가 연필 여섯 자루를 뾰족하게 깎은 다음에야일을 시작하곤 했다. 
《분노의 포도》를 쓴 존 스타인벡은 작가 생활내내 완벽한 연필을 찾아다닌 끝에 종이 위에서 활강하며 미끄러지는 블랙 602에 정착했다. 항상 작은 검정색 노트에 작품을 썼던 기행문학 작가 브루스 채트윈은 그 노트의 생산이 곧 중단된다는 비보를 접하고는 평생 쓸 100권의 그 노트를 주문하러 나서기도 했다. 
이들에게 문구는 평범한 소모품이 아니라 창작의 연료이자 작품의 일부였다.
소박하고 겸손한 도구이자 그 안에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담고 있는 물건.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책상 서랍 속에서 서서히 잊혀지거나 회색빛 사무용품의 세계로 유배되는 것들, 영국의 오프라인 문구류 품평회 런던 문구 클럽‘ 의 창설자인 저자 제임스 워드는 이 잊혀진 존재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책상 위에서, 셔츠윗주머니에서, 가방 속에서 오랫동안 함께하며 예술가들에게는 창조와 영감의 도구가, 공부하고 일하며 실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무기가 되어준 문구들을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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