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공주
한소진 지음 / 해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이야 이름 석자 지니지 않은 사람이 없을테지만 몇 백년 전에는 여성들 중에 자신의 성과 이름을 가졌던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노비신분인 사람들은 물론 왕의 부인이거나 자녀였더라도. 신하들이나 왕족들 사이에서 불렸던 이름이야 있었겠지만  기록으로 남아 전해지는 것이 많지 않아 분명히 존재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존재가 희미한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이름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세종의 어여쁜 딸 정의 공주, 한글 창제에 많은 도움을 줬던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정의공주라는 사람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정말 중요한 인물인 것 같은데 역사책이나 관련 기록이 아니라 소설 책에서의 첫 만남이라니.. 왠지 살짝 묘했다. 

 그녀는 세종의 둘째딸로서 어릴 때부터 총명함이 오빠와 언니에 뒤지지 않았다. 위의 언니가 먼저 눈을 감은 후 세종의 사랑을 더욱더 받았던 그녀. 어린 정의 공주는 왕이라는 아버지의 신분을 이해했고,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무한 사랑에 늘 감사하며 백성을 위하는 공주로 살아가고자 했다. 또한 늘 공부에 열의를 보이곤 했었다. 어느 날 아버지인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위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문자를 만드려고 하는 걸 알고 형제들과 함께 힘을 보태기로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 한가롭지 않은 와중에도 우리 문자 창제에 많은 노력을 했던 정의공주의 삶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얼마 전에 조선의 마지막 공주의 이야기를 다뤄다고 해서 많은 화제가 되었던 "덕혜옹주"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책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의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을 비교하게 되는 건 당연한게 아닌가 싶다. 

 일단 그간 모르던 인물을 이렇게 소개했다는 점에서는 두 작품다 정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덕혜옹주에 비해서 이 책은 집중도가 살짝 떨어지는 편이었다. 내용이 조금 산만했다고 할까?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에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흥미를 끌만 했지만 정작 내용에선 조금 산만한 듯 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중에 정의 공주와 세종대왕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를 끌긴 했지만 그보단 삼례라는 종의 이야기가 더 극적이었고, 시선을 끌었다. 그녀와 안맹지의 이야기 또한.  그쪽으로 시선을 더 쏠린다는 점에서는 약간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그도 정의 공주 이야기의 한 부분이고, 이야기의 재미를 더했다는 점에서는 딱히 부정적인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양대군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역사 속의, 알려져 있는 수양대군의 이미지는 욕심 많고, 포악한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데 책 속에선 그보단 현명하고 형제들을 배려하는 인물로 그려져 있었다. 

 읽기 전에 워낙에 기대치가 높았던 책이었기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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