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천 정사

회귀천 정사 ㅣ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미스터리 소설, 것도 아름다운. 아름다운 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기에 관심을 갖게 된 책이다. 
보통의 잔혹이라는 말이 붙기 쉽상인 미스터리에. 조금은 모순적이다 싶은 아름다움이라니..
일단 책의 표지를 보고서는 "아하~"싶었다. 말하고 싶지만, 말 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겼기 때문이다. 

 일단 표지에 만족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첫 번째 이야기의 끝이 참 인상적이었다. 
소개글처럼 아름답지는 않았다. 오히려 잔혹 쪽에 더 가까웠지.. 그렇지만 잔혹함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살의가 씁쓸하면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왠지 공감이 갔다. 생각을 하기는 쉽고,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만약 내가 대필가의 입장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하게 된 이야기였다. 

  첫 번째의 아련함이 다 가시기 전에 읽은 두 번째 이야기도 만족스러웠다. 역시 마냥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 이야기는 초보 형사의 경험담 이었다. 첫번 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유곽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약간은 뻔한 전개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도(첫번째 이야기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라 여기고) 마찬가지로 묘한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 

 세 번째 이야기는 초반엔 좀 집중이 되지 않았다. 거친 야쿠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한데, 뭔가 좀 묘하다랄까? 묘하다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은데..정말이지 이 책의 느낌이 전체적으로 묘하다. 몽환적이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 번 죽음의 고비를 겪은 후에 후일을 위해서 오동나무로 짜여진 관을 집안에 두고 있는 어느 조직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세 번째 이야기는 중반까지는 좀 집중이 힘들었는데 마무리에서 "아~!!"싶어서 다시 앞 장으로 가서 읽기도 했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어머니가 누군가를 살해하는 장면을 기억함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분명히 어머니가 누군가를 살해하는 것을 본 것은 맞는데 상대방이 누군이지도 모르겠고, 그 이유도 모르겠기에 주인공의 인생은 물음표 투성이이다. 읽는 나 또한 주인공과 같이 범죄의 대상과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읽었내려갔었다. 마지막에 대상과 이유가 밝혀지면서는 역시나 감탄사를 짧게 내뱉었고. 정말이지 아이를 위한 어머니의 마음이랄까..아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랄까..혹은 저주받은 운명이랄까? 어머니의 삶에서 자꾸만 "운명"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이야기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데, 이상하게도 읽으면서 가장 재미가 없었고, 기억에 남지도 않는 작품이었다. 뛰어난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이긴 한데..공감이 가지 않았다. 대체 왜? 라는 생각때문에 별로 집중하지 못했었다. 

 마지막 이야기가 좀 약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단편이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의 장편 소설처럼 느껴지는 단편 소설집이었다. 시대가 좀 많이 다르고, 약간 우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묘하게 아련함이 느껴지는, 정말 몽환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