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베스트 셀러 순위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책. 
소설과 같이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책이 아님에도 당당하게 1위를 오랜기간 차지하고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표지에 당당하게 '자본주의'라는 익숙하면서도 쉽사리 정의할 수 없는 용어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음에도 어쩜 이렇게 많이 읽혀지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책을 받아보고는 생각보다 작고, 페이지마다 글도 많지 않아서 큰 부담이 가는 책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경제가 쉽지는 않구나 싶은 생각이 곧이어 들었다. 책의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닌데, 일단 "경제"라고 머리에 딱 박히고 나니 아무래도 약간의 벽이 쌓이는 듯 싶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경제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 내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들과 관련되어 있는 것인데도 이상하게 그 이론들과 관련 학자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다행히도 작가분은 이런 경제에 대한 고통(?)을 잘 알고 계신듯 했다. 머리아픈 경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책은 그들이 우리에게 말해주어 알고 있는 23가지와 그들이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 23가지를 말한다. 그 이야기의 핵심은 자유 시장주의.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단어이지만 이 자유 시장주의가 실제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효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 시장주의를 택해야 한다고.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다. 자유 시장주의로 인해 발전은 커녕 후퇴의 길을 걷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고. 지금 세계 최고의 부유국이 되어있는 미국 또한  초반엔 강력한 보호 무역을 했었던 나라라고. 그 강력했던 보호 무역이 발전의 기반이 되어서 지금의 미국이 있노라고. 미국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1/10도 되지 않는다.  책 속에선 이해가 보다 빠르고 쉽도록 그때 그때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을 하는데 그 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재미를 더하기도 했고. 

 저자가 한국 사람이다 보니 한국 이야기들 또한 쉬엄쉬엄 등장하곤 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포스코'와 관련된 것이었다. 지금은 어엿한(?) 대기업의 지위에 오른 포스코. 그런데 이런 포스코가 설립 시기에는 투자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빵점 짜리 답안이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그럼에도 일을 추진했던 당시의 정부와 그럼에도 이렇게 큰 회사로 키운 포스코의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뿌듯하기도 했고. 저자가 한국인이어서 신기했던 점은 이 책에 옮긴이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내가 저자를 잘못 봤나 했는데 아님을 알고 왠지 조금은 신기하게 느껴졌다. 

 여러 경제관련 이야기 중에 가장 열심히 읽고, 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프리카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아프리카가 왜 지금처럼 가난한지를. 그들은 아프리카의 토양 기질, 아프리카 사람들의 선천적인 게으름등으로 인해 아프리카가 가난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프리카 또한 한 때나마 성장을 했었으며 미국이나 일본, 한국등과 같은 나라들도 아프리카 못지 않은 약점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발전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즉 그들이 말하는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는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그들.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우리들. 정말이지 씁쓸했다. 

 초반에 살짝 느꼈던 부담감이 마무리를 하면서는 흐뭇함으로 변해가는 책이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렵다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고개 돌려버리는 행동을 좀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경제라는 것이 곧 나의 생활과 무관하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외면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책의 소개글을 보니 이 책의 저자분이 이 책 전에도 좋은 책을 내셨던데 그 책 또한 조만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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