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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보이 ㅣ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2
사소 요코 지음, 이경옥 옮김 / 생각과느낌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다 큰 어른도 그렇겠지만 때론 가족들보다 친구들이 더욱 소중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겐 "이사"라는 단어가 늘 설레이는 단어는 아니다. 단지 집을 옮기는 것이 다가 아니라 다니는 학교까지 옮겨야하는 이사가 어쩌면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겐 황량한 사막에 홀로 버려지는 듯한 무서움을 안겨주지 않을까? 딱 어렸을 적의 내가 그랬다.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야한다는 말을 듣고, 가지 않겠다고 울며불며 고집을 부렸다. 이사를 가는 날까지 고집을 부리고, 살던 집을 떠날 때도 표정은 그야말로 불만 투성이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게 곧 지금의 친구들과 완전히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호시노 또한 생각지 못한 이사를 하게 된다.
이사를 가게 된 곳은 아버지의 고향으로 지금 사는 곳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시골인 곳이었다. 도시에 살면서 좋은 교육을 받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었던 호시노에게 시골로의 이사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해외 출장중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지만 아버지는 공감과 함께 이해를 부탁하셨다. 결국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고향으로 내려간 호시노. 그곳은 버스도 해가 지기전에 끊기고, 멧돼지 경고문이 거리에 흔하게 걸려있는 그야말로 시골이었다. 가장 충격을 준 곳은 학교. 호시노가 다니게 될 학교는 그를 포함해서 반친구과 겨우 4명인 곳이었고, 반 친구란 아이들이 한 명은 말을 하지 않는 아이, 한 명은 조금 모자라 보이는 아이, 그나마 호감은 가졌던 나머지 한 명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거부하는 아이였다. 고민의 늪에 빠진 호시노. 과연 호시노는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전학의 경험이 있었던 만큼 호시노의 심정이 어느 부분에선 정말 공감이 갔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성공에 대해 목말하는 호시노의 모습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입을 앞둔 고3 수험생도 아니고, 이제 경우 중학생인 호시노가 왜그렇게 성적이 떨어짐에 두려워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꿈꾸는지...그리고 자기보다 조금 못하다고 생각되는 친구들을 낮게 여기곤 하는 마음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에서 치매의 우려가 있는 할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이나 어머니에게 하는 모습을 보면 못된 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가끔씩 남을 무시하려는 못된 경향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반 친구들은 호시노를 무시하지 않는다. 되도록 그가 시골 생활에 적응하려고 돕지만 그가 반 아이들에게 못되게 굴자 결국은 갈등이 폭발하고 만다. 그 한 번의 싸움으로 호시노는 반 아이들에게 자신이 그간 숨겨왔던 비밀을 인정하게 되고, 그간 자신이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10년도 훨씬 전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그때 생각이 나서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다.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그런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겪게 되는 갈등들. 조금은 식상할 법도 한 소재를 가지고는 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또한 초반에 가졌던 약간의 의문점들을 한 방에 해결해주는, 그러면서도 무릎을 치게 되는 반전을 책 중반에 드러냄으로써 책을 읽는 재미를 더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나이가 되면 학교에 다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매일 매일을 12년이란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꿈을 꾸고, 가장 많은 경험을 하게 될 아이들이 학교라는 곳을 통해서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