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윈 - 남자들이 절대 말해주지 않는 것들
황의건 지음 / 웅진윙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게이 남자친구와 함께 동거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여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러브&트러블"이란 영화 였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게이 친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다. 때론 친구처럼 때론 오빠처럼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 정말 베스트가 되어 줄 수 있는 이성. 영화 속에서 보여준 그 모습들은 정말 부러움 그 자체였다. 실제로 주변의 친구들에게 혹시 게이이신 분을 알고 있음 소개좀 시켜달라고 말하기도 했었지만,  돌아오는 건 "왜 하필?"라는 말 뿐이었다. 게이친구를 원한다는 것이 좀 독특해 보였나 보다. 

 최근 몇 년간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동성애"는 그야말로 핫 한 코드였다. 만들어진 영상 속에서 그들은 누가봐도 반 할만큼 멋진 인물이었다가 누구에게라도 쉽사리 말을 걸 만큼 조금은 코믹스러운 친근한 인물이기도 했었다. 덕분에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는 더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친숙한 의미로 다가오진 않는다. 
함께 밥을 먹을 때 "나 사실은 동성애자야"라고 상대방이 말 한다고 하자. 그럼 그때 "아..그랬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어제 무슨 영화를 보았다고 말하며 넘기는 일과는 역시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일은 무척이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저자 황의건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잘 모르는 사람들 혹은 외면하려 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트윈"이라는 에세이를 썼다. 

 처음엔 호기심이 일었다. 과연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할까 싶어서.  

 그런데 이건 마치 역공격을 당한 기분이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삶을  정말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그야말로 거침없이. 그래서 새삼 이래서 책에도 19금 스티커가 필요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치만 그렇다고 이 책이 단지 야하거나 너무 선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어쩌면 이 책을 우리 청소년들도 좀 읽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조금 이중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끼리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른 바 "팬픽"이라는 것을 읽고 쓰는 것이 정말 유행이었다. 그로 인해 동성애를 흉내내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아이들 중엔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인해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를 잘 보듬어 줄 어른들은 없었다. 지금의 아이들이 어떤 줄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황의건씨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정말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내용의 강도(?)를 좀 조절해서...

  책의 제목이기도 한 '비트윈'이라는 말. 언뜻 생각하기론 저자의 말처럼 남자와 여자 사이에 끼어있는 사람들만을 지칭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의미 속엔 보다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저자의 말처럼 살다보면 어느 한 쪽에만 속해 있고, 모든 사람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부분만을 간직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테니까. 
성 정체성외에도 종교와 같이 쉽사리 타인의 이해를 구할 수 없는 부분을 간직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모두가  이해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또한 그렇게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이 냉소적으로 바라보거나  편견 가득한 말과 행동은 좀 사가줬으면 한다. 자신이 언제 그 반대편에 서있게 될 줄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보는 이에겐 일정 부분 숙제를 안겨주는 듯 하다. 사람에 따라 풀어갈 수 있는 정도도 다르고 확실한 정답도 없는. 
그렇지만 부담가는 책은 아니었다. 물론 살짝 놀라운 내용은 있지만서도. 

 호기심에서 보게 된 책이었지만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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