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그가 글로써 말을 걸다 _

소지섭의 길
소지섭 글.사진 / 살림 / 2010년 8월

 

 “저는 소설가도, 사진작가도 아닙니다. 작은 설렘으로 이 여행을 시작했고, 그 여정에서 얻은 소소한 이야기들이 작품 속 캐릭터가 되어 보여지는 소지섭과는 다른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겐 선물 같았던 소중한 시간들, 아무도 의식하지 않은 채 편안하고 행복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특별한 분들과의 만남, 그리고 슬프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공간 속에서 만난 하늘과 바람, 이름 모를 풀과 꽃……. 이 모든 것들이 제가 서툴게 풀어놓은 글, 사진들과 함께 지치고 고단한 이들의 가슴에 따뜻하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책의 마지막에 자리잡고 있는 소지섭씨의 글이다. 참 꾸밈없는 소박한  글이란 생각이 드는 글이다. 그 겉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이 책 '소지섭의 길'은 그런 소지섭씨의 첫 포토 에세이다. 평소 그가 하는 인터뷰를 볼 때마다 불만 아닌 불만을 터뜨린 적이 많았다. 왜 저리 말을 못해 혹은 왜 저리 말을 짧게 하는거야!! 라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속으로 참 많이도 외치게 만드는 그의 인터뷰.
영화 속에서처럼 거침없게, 솔직하게,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좀 해줬으면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이 정말 반가웠다. 드디어 배우 소지섭의 자신의 이야기를 좀 풀어놓는구나 싶었다.
 

 그의 첫 포토에세이는 강원도 일대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그리고 그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과의 추억을 담은 책이었다. 사실 워낙에 화려한 겉모습 때문에 다소 화보집 포스 또한 물씬 풍기는.  

 

화려한 겉모습 때문일까??
아님 길게 말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탓일까??
무작정 그가 쓴 글이 미사여구가 좀 곁들여진 화려한 글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것도 잠시, 우리내 편히 먹는 막걸리 한 잔 처럼 참 구수하고 소박한 글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가 그동안 느꼈던 것들, 현재 주로 하고 있는 생각들, 고민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한 책 속에서 그는 다양한 만남을 가졌다.
마치 한 쌍인 것 처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남자 드렁큰 타이어씨.
역시나 무척 화려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또한 소박하고 구수할 것 만 같은 이미지가 소지섭씨와 딱 겹치는 듯 했다.
그리고 새 박사 정다미씨.
어릴 적부터 너무나도 새가 좋아 새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간다는 그녀.
그녀 역시 새를 향한 열정이 무척 강단있어 보였지만 새가 무섭다는 소지섭씨의 말에 공감을 하는 엉뚱한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사진작가 이응종씨와 소설가 이외수 씨.
두 분다 자신의 분야에서 빛을 내시는, 그러나 역시 잊지 않고 소박함을 간직하고 계신분들이었다. 이 분들이 다가 아니었다.
시사  만화가이신 박재동씨, 패션디자이너 최명욱씨, 아티스트 두식앤띨띨씨.
평소에 잘 접할 수 없는 분들의 모습과 말씀들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보이는 소지섭씨의 진솔한 모습들도 좋았고.  

"이젠 누군가와 편하게 걷고 싶습니다. 말수 없는 저 때문에 힘들었던 모든 이들과, 더디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그를 좋아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 처럼 반가운 말이 또 있을까?
그렇지만 공인의 입장에서 이처럼 부담가는 말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이렇게 글로써 자신의 일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정말 고마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