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좀비가 나오는 영화라면 질색을 하곤 했다. 화면 곳곳에서 무슨 폭죽 터지듯이 피가 팍팍 튀는 장면에 절로 표정이 찡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장에서든 집에서든 좀비가 나오는 영화라면 자연스럽게 외면을 했더랬다.
이우혁씨의 퇴마록시리즈는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접하게 되었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나서는 그 잔인함에 놀라 후딱 책을 덮어버렸다. 초반부터 잔인하게 죽어가는 좀비의 모습이 너무나도 리얼하게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내용이라 정말 놀랬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내용 전개가 책을 덮은 후에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용기를 내고 다시 시도를 했더랬다. 그리고 이후에 모든 퇴마록 시리즈를 보게되었다. 더불어서 왜란종결자와 같은 이우혁씨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게 되었는데, 모두가 정말 책에 푹 빠져서 볼 정도로 재미있었다.
이 책, 바이퍼케이션은 참 오랜만에 나온 이우혁씨의 신작이다. 무려 7년. 예전과 달리 5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너무 오랜 시간이었다. 그래서 신작코너에서 이우혁씨의 이름을 보는 순간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더랬다. 혹 동명이인이 아닌가 하고 살짝 불안해하기도 하고.
7년만이라 그저 반가움에 페이지를 넘겼는데 그 시작이 퇴마록 못지 않게 강렬했다. 시작부터 인간이라 생각되지 않는 잔인한 살인마가 등장한 것이다. 꽃놀이라는 이상하고 잔인한 짓을 하며 여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남자. 그리고 남자가 꽃놀이 중에 등장하는 의문의 여자. 둘의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연쇄살인범으로 지목된 남자가 잔인하게 살해당한채 발견되고, 가르시아 반장은 수사에 나선다. 그의 곁에 자신이 FBI의 요원임을 밝히는 에이들이란 자가 동행하고, 둘은 함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그들의 용의선상에 오른 여인( 헤라 헤이워드 )은 얼마전 사랑하는 남편과 뱃속의 아이를 잃은 갸날픈 여인이었다. 자신이 사실은 그리스 신화 속의 영웅 헤라클레스이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 사실 하이드라라는 인물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헤라 헤이워드. 그녀는 말과 눈물로써 상대방의 정신은 물론 신체까지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신비한 인물이다. 가르시아와 에에들은 그녀의 말을 믿기로 하고 그녀와 함께 하이드라라는 인물을 찾아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역시 이우혁이라는 생각을 했다. 각각의 책이 페이지가 적은 것도 아니었고 3권이나 되었는데도 전혀 지루함 없이 읽어내려갔으니 말이다. 책 속에 잔인한 부분이 좀 많아서 걸리긴 했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는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또한 이 책이 그간의 책들과 조금 다르게 느껴진 것이 있었다. 바로 공간적 배경!! 특이하게도 이 책의 공간적 배경은 우리나라가 아니다. 주인공들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미국이다. 이 점이 좀 색다르다 싶었는데, 문득 얼마전에 읽은 이정명씨의 '악의 추억'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정명씨의 책 속 배경은 상상의 공간이었지만 이우혁씨의 책은 현실공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이우혁씨가 말하길 총이라는 무기를 자유롭게 소지하고 사용하기 위해선 국내보단 미국이 적절하다 싶어서 그런거라 했다.
만약 이우혁씨가 신작을 내신다면 치우천왕기 10권이 될 줄 알았다. 치우천왕기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정말 재밌게 봤는데 9권에서 딱 끊어져 버려서 내심 섭섭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이퍼케이션이 나온걸 알고 기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살짝 아쉽기도 했었다. 도대체 10권은 언제나 나오려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치만 바이퍼케이션을 읽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겼다. 하도 오랫동안 신작이 나오지 않아 이제는 책을 쓰시지 않는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책을 내셨으니 조금 더 기다리면 더 멋진 책을 써주시지 않을까? 이후의 책들에 대해 미리 기대를 가져보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