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순수함이 때론 무섭다 _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표지가 예뻐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었다. 제목도 독특했고. 
그런데 읽고 나니 뭔가 싸하다. 새삼 아이는 악마의 모습도 천사의 모습도 간직한 존재라는 문장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책은 열 네살이 된 소녀의 일기 형식으로 쓰여졌다. 
마리아는 이제 열 네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어른 대접을 받게 된 소녀이다. 그녀의 집은 농장을 운영하며 많은 노예를 부리는 좀 사는 집이다. 더욱이 시대는 흑인 노예를 부리는 것이 당연하며 그들을 인간으로 조차 여기지 않는 때 였다. 마리아는 열 네번째 생일 날 조그만 흑은 아이를 선물 받는다. 더불어 흑은 노예들을 좀 더 잘 부려먹기 위한 채찍까지. 

 여느 청소년 문학의 경우 흑인 노예 꼬마와 주인집 아이의 순수한 우정을 그려나갈 것이다. 이 책의 표지를 보아도 그런 행복한 이야기가 전개 될 것 같은데..

 마리아의 눈에 비친 세계와 그로인해 그녀가 흑인 노예에 대해서 갖는 생각은 참 기가 막혔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흑인 노예를 사람이 아닌 것 처럼 대하는 바람에 그녀 또한 노예를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노예가 낳은 아이를 아이가 아닌 '그것'으로 표현하는 내용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또한 아무렇지 않게 어른 노예의 뺨을 때리고.  그로 인해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도 않는다. 이걸 단순히 아이의 순수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 앞 부분에 있는 추천글에서  이 책은 불편한 책이라고 했었다. 아니 불편할 것이라고 했던가? 정말 읽는 내내 좀 불편했다. 오래전에 흑인들이 노예로 부림을 받았었고, 그러던중에 온갖 부당한 대우를 받고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새삼 첫 번째 단추가 목을 누르고 있는 것 같은 불편함이 내내 느껴졌었다.
 
  매우 불편하고, 매우 위험한 내용을 이렇게 담담하게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이 참 특이해 보였다. 어여쁜 소녀가  곱게 앉아 있기에  해피 엔딩을 담인 책인 줄 알았는데. 
충분히 자극적일 수 있는 내용을 이렇게 조용하게, 담담하게 써내려갔기에 확실히 기억에 남을 책이었다. 제목 또한 정말 독특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