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라는 그림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 ’아는 만큼 보인다’였다. 그 한 문장이 나를 온통 부끄럽게 만들었다. 처음 세한도를 보았을 때 이게 무슨 명화라 할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림 나도 그릴 수 있겠네..라면서.. 아마 이 그림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모른다면 설령 추사 김정희가 그렸다고 하더라도 의아해 할 것이다. 왜이리 횡하고 쉬워보이나 싶어서. 그러나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알고 나면 그림이 다시 보이고, 자신 또한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세한도를 안지는 오래되었어도 그 의미를 안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서 설명해주던 어떤 책을 통해서 간략하게만 그 의미를 알게 되었었는데 이후엔 또 세한도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제목처럼 딱 세한도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책. 의미를 알고 무릎을 쳤던 만큼 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엔 책의 두께를 보고 왜이리 두껍나 싶었다. 여러 그림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딱 세한도 한 점을 설명하는 것인데. 괜스레 이런저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가 싶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오~’하는 마음에 열심히 읽게 되었다. 그림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추사 김정희의 삶과 우정 등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관련된 고사들도 많고. 맹자왈, 공자왈 하며 열심히 그분들의 책을 읽을 때라면 몰라면 지금은 잘 읽을 수 없는 옛 고사들을 이렇게 접하니 새롭고, 왠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세한도는 이미 많이 알려져있듯이 추사 김정희의 오랜 벗이라 할 수 있는 이상적이란 사람을 위해 그려진 그림이다. 그의 소나무같은 우정을 위해. 추사 김정희가 모함에 의해 제주도란 먼 곳으로 유배를 가게 되고, 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외면했을 때 이상적이란 사람은 끝까지 그를 위했다. 좋은 책이 있으면 제주도까지 보내줬고, 추사 김정희가 궁금해하는 연경의 소식을 알려주곤 했었다. 귀한 책을 보내주어 고맙다 말하는 추사 김정희의 글엔 다른 사람들이라면 잘 알지 못할것 같아 보냈다며 겸손함으로 대하셨다. 이에 추사 김정희는 사람됨에 대해, 진정한 우정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문학동네에서 시리즈로 나온 책 중에 한 권이다. '키워드 한국문화'라는 주제로 하여 한국 문화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다른 책들을 보니 그간 잘 보지 못했던 신선한 소재들로 이루어진 책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책만큼이나 다들 관심이 가는 소재를 다루고 있기에 다른 책들 또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