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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란것이 참 묘하다 싶다.
배우고 익힐 때에는 마치 그 시대를 다 알고 있는 듯하고, 늘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그 시기가 지나버리면 어느 덧 백지상태가 되어버리니 말이다.
고대사야 그렇다해도 바로 지금,내가 살아가고 있는 때와 가장 가까운 근현대사 또한 순식간에 백지상태가 되버리곤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나 나름없는대도..
소설가 김진명씨의 책들은 그렇게 순간순간 잊고 살아가는 근현대사에 대해 벼락같은 일침을 놓아주곤 한다. 그리고 보다 강렬하게 기억나고, 기억하게 만들어준다.
현실이 아니고 소설이라고, 단지 소설이라고 되새김질 하면서도 자꾸만 현실에 가깝다 느끼게 되면서..
제목인 1026이란 숫자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날짜이다.
1979년 10월 26일. 바로 박정희 전대통령이 믿었던 부하에게 살해된 날이다.
재판장에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고 말했다는 범인 김재규. 그는 박정희의 가장 최측근이자 믿었던 부하였다. 그랬던 그가, 다른이도 아니고 왜하필 그가 박정희 대통령을 죽였는가.
그리고 왜 사람들은 그 일이 단순히 김재규란 인물이 울컥하여 저지른 '사고'라 여겼을까.
극중 변호사 이경훈은 우연히 후배의 부탁으로 인해 어느 노인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박정희 전대통령의 죽음에 얼킨 이야기를 한다. 얼핏 들어넘기기엔 너무나도 무거운 이야기. 이경훈은 후배 수연과 함께 노인이 남긴 이야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경훈과 수연은 위험해지고 그들의 주변인물들 또한 목숨을 위협받는다. 과연 박정희 전대통령의 죽음에 관한 진실은 무엇일까?
이 책은 10여년 전에 나왔던 '한반도'라는 책을 개정한 책이다. 그렇지만 그때와 지금의 여러 사정이 같지 않기에 책 또한 많은 부분을 수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은 새로울 거라고..
실은 '한반도'를 읽긴 읽었었는데 아주 오래전일이라 기억이 흐릿했다. 때문에 이 책이 마치 처음 접하는 내용인 것처럼 신선했다. 읽는 내내 화나고, 슬프고...마지막엔 어떤 기대감같은 것을 느끼며 조금 안심하기도 하고..매번 느끼는거지만 정말 김진명씨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애국심'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치솟는다. 매일 잊고 사는 그 단어, 그 마음이..물론 소설인걸 알면서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김진명씨의 소설. 다소 자극적인 내용들이 있고, 현실이라 믿기도 믿지 않을수도 없는 내용들이 가득하지만 역시나 읽는 내내 집중하게 되는 책이었다.
이 다음번 책들 또한 그러리라 생각되어 역시 기대되고,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