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붉은 손가락", "호숫가 살인사건"등과 같이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보면 그 제목에서 어느 정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확실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던 제목들.. "성녀의 구제"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사건이 종교와 관련된 것인가 했었다. 사건 관계자중에 수녀님이나 혹은 신부님이 관계된 것일까 하고..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제목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글자가 가진 의미 너머에 보다 큰 의미가 있는 것이 느껴서서 살짝 움찔하기도 했고. 등장 몇 페이지만에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는 잘나가는 사업가이며 겉으로는 행복한 가정을 유지해가던 남자였다. 그의 아내였던 아야네와 아내의 제자이자 피해자와 불륜관계에 있던 히로미가 용의자로 떠올랐다. 사건을 맡게된 구사나기와 그의 파트너 가오루는 세세한 점까지 신경을 써가며 수사를 해 나가지만 좀처럼 물증이 잡히지 않아 고생한다. 더욱이 구사나기의 경우 아야네에 대한 남다른 마음 때문에 보다 수사가 힘들게 느껴진다. 그런 구사나기의 마음을 알게된 가오루는 수사의 막막함을 해결하고자 우리의 갈릴레오, 유가와를 찾아간다. 타고난 감각과 뛰어난 머리를 지닌 그이기에 수사가 좀 더 쉬워질것 같았지만 너무나도 치밀하게 준비되었던 사건이었기에 그 해결이 쉽지 않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 "교통경찰의 밤"이란 책을 읽었었다. 그 책은 단편집이었기에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하는데 까지 많은 페이지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성녀의 구제"는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은 처음부터 가는데에 반해서 그 끝이 좀처럼 나지 않아서 솔직히 중반부엔 살짝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용의자를 보고 거의 첫눈에 반하다시피하여 수사에 초점을 잠깐 잃은 것 같은 구사나기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반면에 새로운 인물이라 할 수 있는 가오루의 활약상이 멋져보였다. 물론 단연 최고는 유가와였다. 그가 초반부터 등장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의 등장이 더더욱 반가웠고, 그의 활약상이 기대가 되었던 것이다. 늘 뛰어난 능력을 뽐냈던 유가와의 등장에도 좀처럼 해결의 고리가 풀리지 않는 부분에서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책에 대한 흥미를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중간 중간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소스를 던져주듯이 무언가 툭툭 던져주었기에 수사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던 것이다. 또한 모든것이 밝혀졌을 때의 그 띵~함이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구나 싶었다. 어쩜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구나 싶었고, 만족감을 느낄 때 쯤 제목을 다시보게 되었다. 단순한 의미만을 담고 있는 줄 알았던 제목에 보다 깊은 의미가 있는 듯 싶었다. 최근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들 중에선 가장 만족감이 컸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