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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평점 :
예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귀여움이 물씬 풍겨나는 아이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오는 표지의 책. 뭔가 있어보이는 아이도 그렇지만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에 끌려서 책을 보게 되었다.
책 속엔 여섯 개의, 여섯 명의 주인공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여자와 남자가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이야기는 결코 특별한 것이 없는 것이었다.
특별함보다는 평범함이 더욱더 짙게 묻어나는 이야기들.
첫번째 이야기 "Sunny Day" 전업 주부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노리코. 어느 날 갖고 있긴 뭐하고, 다른이에게 무료로 주긴 뭔가 아쉬운 피크닉 테이블을 처리하면서 알게 된 옥션의 재미에 빠지게 된다. 더불어 그녀에게는 일상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두번째 이야기 "우리 집에 놀러 오렴" 8년간이나 함께 살던 아내가 집을 나가 혼자 집에 남겨진 다나베 마사하루. 처음엔 덩그러니 남겨졌기에 허전함 뿐이었지만 시간이 갈 수록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 "그레이프프루트 괴물"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던 노리코. 편안하긴 하지만 뭔가 무료함이 가득했던 삶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면서 조용했던 그녀의 삶이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네번째 이야기 "여기가 청산" 14년간 근무해온 회사가 하루 아침에 망해버린 유스케. 아이와 아내 생각에 우울했지만 씩씩한 아내가 대신 취직을 하게 되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진 않게 된다. 또한 집에서 살림을 하게 되면서 전에는 몰랐던 살림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다섯번째 이야기 "남편과 커튼" 너무나도 자주 직업을 바꾸는 남편으로 인해 조금은 노심초사하는 아내. 말리고 싶어도 이미 저지르고 나서 말을 하는 통해 저지보다는 지지를 택하는 아내. 서로를 아끼는 부부이기에 불신보다는 믿음으로 그때그때의 변화를 함께 겪어나간다. 마지막 여섯번째 이야기 "아내와 현미밥" 뒤늦게 상을 받고 베스트 셀러 작가 대열에 합류하게 된 남편. 그리고 그로 인해 늘어난 여유로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생활로 돌아선 아내. 이전의 생활과는 너무나도 다른 생활이었기에 아내와 남편, 아내와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하나하나의 단편을 읽으면서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하나 특별할 것이 없는 소재를, 어느 인물 또한 특별하지 않음을 이렇게 특별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다니.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공중그네, 걸 등과 같은 전작들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전에는 좀 색다른, 그리고 특별한 이야기가 쓰여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었다. 남들과는 다른 톡톡 튀는 개성이 가득 묻어있을거라 기대했었던 것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너무 심심한 이야기들이 아닌가 싶었다.
누군가가 아프지도 않고, 재정 상의 큰 어려움도 없이 하루가 하루 같은 사람들에게 평화로움은 곧 무료함이라 여겨질 수도 있다. 매일이 매일 같기에 뭔가 빵 터지는, 뒤집어질 듯한 전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억하고 놀라는 소리는 낼 수 있는 일, 그야말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늘 소원하는 날들.
나 또한 늘 뭔가 재미난 것을 찾곤한다.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할 때 습관처럼 따라 붙는 말 한마디 "심심해". 사실은 딱 심심하다 느끼는 그 순간이 정말 평화로운 순간인 것을.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너무 빵빵터지는 삶보다는 조용한 듯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무언가가 움직이는 삶. 느린 듯 하지만 알고보면 은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처럼.
책을 읽고나니 갑자기 "거북이는 의외로 빠르게 헤엄친다"라는 일본 영화 한 편이 생각났다.
영화를 볼 때는 그저 지루하다 싶기만 했는데 책을 읽고 보니 갑자기 그 영화가 생각나면서
지금 다시 보게 된다면 그 영화가 조금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면서 때로는 일탈을 꿈꾸지만 결코 현실을 벗어나지는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로 인해 지금의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