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함과 신선함의 경계에 있는 책.

광개토태왕비 - 태왕의 연인 여화의 비밀문서
정현웅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7월

소설을 정말 좋아하고, 즐겨 본다. 때로는 있을수도 없는 일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보는이에게 상상을 자극하는 이야기들. 특히나 '어쩌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역사관련 소설들은 단순히 읽으면서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읽으면서 생각을 하고 읽으면서 새삼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소설 중에서도 즐겨 찾고 있다.
 

'광개토태왕비' 또한 현실과 가상의 중간에 위치하는  책이었다.

중국 지란성 집안현이란 곳에  위치하는 광개토대왕릉비. 사학자 홍민우는 그 비의 받침대에 있던 가람문자 탁본본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의 고대사를 다시 쓸 수 있는 중요한 사료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것은 광개토대왕의 중부인으로서 그가 사랑했던 여인 여화가 썼던 '여화기'가 숨겨진 위치였다. 역사에 의하면 분명히 저술했고 보존이 되었던 책이었지만 우리나라가 모진 세월을 겪는 동안 자취를 감춰버린 책. 홍민우 박사는 그를 찾기 위해 홀로 중국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의문의 추락사를 당한다. 홍민우 박사의 죽음 후 그 몫은 그의 제자  진성규기자에게 넘어간다. 그는 스승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현존한다는 '여화기'를 찾기 위해 중국으로 간다. 그곳에서 만난 일본 학자와 중국의 학자들. 그들은 사학자이기에 앞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었다. 

 

내용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크게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인물성이나 그 결말까지.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보았던 것은 이야기의 전개때문이었다. 책은 광개토대왕과 사랑을 나누었던 여화라는 여인과 의문을 품고 현장으로 뛰어든 진성규기자의 두 시선으로 전개된다.
진성규기자쪽은 좀 식상함이 있었지만 여화라는 여인의 시선엔 신선함이 있었다. 비록 소설상이지만 '담덕'이라는 어린 시절의 광개토대왕과 그 당시의 시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때문에 차라리 담덕과 여화의 이야기만을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너무 뻔한 이야기 전개는 정말 사양하고 싶으니까. 게다가 홍민우 박사가 죽은 진짜 원인이 밝혀지는 부분에선 그야말로 황당 그 자체였다.  

 
 고구려의 역대 왕 중에 가장 왕성한 정복 활동을 했던 광개토대왕. 그러나  천년도 전의 일이고, 보존 된 사료가 많지 않은 덕에 고구려의 역사는 마치 하나의 고전같은 것이 되었다. 
세종대왕과 함께 '대왕'이라는 호칭이 붙여지는 대단한 인물 광개토대왕. 그러나 그 왕성했던 활동과 광활했던 나라의 크기에 비하면 지금 전하는 그에 관한 역사는 교과서에서 몇 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불행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임나일본부설, 중국의 동국공정. 절대 웃어넘기거나 가볍게 넘길일이 아닌것이다.

'왜곡'이란 생각이 들 정도가 아니라 약간의 '가상'이 가미되더라도,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