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시간 여행이라고 하면 "타임머신"이 공식처럼 생각난다. 묘하게 생긴 기계를 이용해서 이리 저리 시간을 옮겨 다니는, 혹은 돈데기리기리를 외치던 주전자가.

시간 여행이라는 것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던 어릴 적엔 그야말로 환상같은 이야기였다.
구름위를 걷듯이 기분이 붕 뜨는 것과 같은. 그것은 시간 여행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도 마찬가지이다. 현실제로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설레임을 갖게 하는 이야기.
그래서 소설이나 영화의 주된 소재로 많이 등장해 왔음에도 늘 새롭고, 늘 즐거운 것 같다.

 

 제목에서부터 시간 여행에 대해 다루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시간여행자의 아내.
주인공 헨리는 유전적으로 자신이 원치 않는 시간대에 원치 않았던 곳으로 구분없이 이동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그리고 그 여행 중에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클레어를 만난다. 그녀 나이 여섯 살이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만남, 클레어에겐 자연스럽게 기다림이 주어졌고 헨리에게는 불안함이 주어졌다. 
 

 단순히 시간대를 좀 자유자재로 옮겨다니는 사람과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여자의 일을 그린 책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좀 복잡했다. 헨리의 삶은 제3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 정말이지 뒤죽박죽이었다. 멀쩡히 현재에 있다가 어느 순간 과거로 이동해 버리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지 못하기에 안전 또한 보장 받지 못한다. 덕분에 늘 긴장되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헨리.
그랬던 그 앞에 예쁘고 착한 클레어가 나타난다. 헨리가 28, 클레어가 20살 때였다. 이미 6살 때부터 헨리를 보아왔고, 기다려왔고, 사랑해 왔던 클레어에게 "현실"속에서 만난 "실존"하는 헨리는 기쁨 그 자체였다. 그리고 천사같은 그녀였기에 엉망인 삶을 살아가고 있던 헨리 또한 기쁨 그 자체를 맛보게 되었다. 드디어 운명처럼 사랑해왔던 두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책을 보면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면 복권 번호를 알아내거나 주식의 경향을 미리 알아내서 돈을 벌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내가 정말이지 부끄러웠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너무 단순했던 것이다.
쉽게 벌어들일 돈에 대해서 그저 좋게만 생각했지 그 이외의 것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물며 나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서도. 
 

 내용으로 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라고 단순하게 말 할 수 있지만, 조그만 더 깊게 들여다 보면 그게 다가 아님을 알게 된다. 복잡한 헨리의 삶 만큼이나 삶에 대해서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책을 덮을 때 쯤에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이 되었을지가 궁금해졌다.
일찍 내린 것으로 보아, 그리고 책보다 못하다는 평을 보아 큰 기대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책에서 느꼈던 것들을 비교해 보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