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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평점 :
날도 덥고. 더울땐 음식으로 치면 콩국수? 냉면? 책으로 치면? 스릴러지!!! ㅎㅎ
지금은 자주 못하지만 학생 때는 한여름 밤이면 스릴러 책을 잡고, 벽에 등을 딱! 붙이고 밤을
보냈다. 읽다보면 창문으로 밖이 밝아지는게 보여서 자야되는데...하면서도 놓지 못하고 결국
끝을 보고 말았다는.. 그래서 여름이면 으레 스릴러를 찾는다. 겁은 엄청 많으면서 ㅎ
책을 고를때 표지를 또...유난히 보는 편인데, 너무 자극적이진 않지만.
내용에서 드러나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보이는 듯하고, 제목이 표지 속 여자의 입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인 표지였다. 제목처럼 침묵하는, 혹은 침묵 당하는 주인공의 모습 같아서.
폭력과 집착, 열정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본 매혹적인 심리학 스릴러
라고 책의 뒷표지에 써있다. 읽기전엔 스릴러가 대부분 그렇지 했는데.
읽고 나선..오..진짜..진짜 잘 표현했네 싶었다.
화가 앨리샤는 사진작가인 남편 가브리엘을 정말 많이 사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귀가한 남편의 얼굴에 다섯 발이나 총을 쏘아버린다. 이해할 수 없는 살인사건에 세상 사람들이 놀라지만 그녀는 사건이후 입을 닫아 버린다. 저항도 변명도 하지 않고 침묵만을 하던 그녀는 정신이상으로 판정 받아 '그로브'라는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범죄 심리상담가 테오는 앨리샤의 사건을
접하고 그녀를 치료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녀가 있는 병원으로 향한다.
1부. 침묵의 여인.
"볼 수 있는 눈,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사람이라면 인간비 비밀을 지킬 수 없다고 확신할지도 모른다. 입이 침묵한다고 해도 손가락이 재잘거린다. 온갖 구멍에서
배신이 흘러나온다. "
-지크문트 프로이트,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입문"-
1부에선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보인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두 사람은 7년째 부부였고, 앨리샤는 서른세 살이었다. 사건 현장은 잔인했고, 앨리샤는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체포 후 그녀는 입을
닫았고, 화가였기에 붓을 들었다. 그림은 자화상이었고, 제목은 "알케스티스".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세상은 그녀를 비난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녀는 죄를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기에 교도소가 아닌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심리상담가 테오는 불행한 어린시절을 겪었지만 지금은 극복하고 앨리샤를 돕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있는 그로브로
향한다.
2부. 불꽃놀이.
"표출되지 않은 감정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산 채로 묻혔다가 한참 뒤에 끔찍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지크문트 프로이트-
저 문장은 전에 어떤 에세이에서도 본적이 있는데 프로이트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몇몇
그의 의견은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는...저 문장도 그렇고..
앨리샤는 평범했지만 정신적으론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가끔 지나치게 우울했고, 남편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남편은 그녀에게 일기를 쓰기 권했다. 글로 감정을, 일상을 적어가기 시작하면서 앨리샤는 조금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것 같다. 2부는 그녀의 일기를 통해 그녀와 남편이
많이 사랑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테오와 앨리샤의 첫만남이 있었다. 테오는 그녀를 돕고 싶음을 간절히 전달했고, 그녀는 경고하듯이 그에게 날카롭게 덤벼든다. 테오는 포기하지 않고 앨리샤에 대해서 사건 이전에 그녀를 알고 있을 가족이나 지인들을 찾아 나선다. 또한 2부에선 테오와 그의 아내 캐시에 대해서도 보여진다.
3부. 앨리샤 베런슨의 일기.
"아무것도아닌 걸 신기하게 묘사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일기를 쓸 때 위험한 점이다.
모든 걸 과장하고, 경계하게 되고 진실을 계속 왜곡하게 된다. -장 폴 사르트르-
문장 그대로 앨리샤의 일기가 보여진다. 침묵하는 그녀에 대해서 가장 잘 알 수 있는 그것.
3부는 가장 짧지만, 보는 내내 앨리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4부. 알케스티스.
"상담 치료의 목표는 과거를 바르게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역사와 맞서서 슬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 - 앨리스 밀러-
앨리샤는 자신의 일기를 테오에게 주었다. 테오는 앨리샤의 일기를 읽고, 점점 그녀에 대해서
알게 되며 그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알아가게 된다. 테오는 앨리샤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점점 커졌고, 동시에 자신의 생활이 조금씩 어긋나는걸 알게 된다.
5부. 얼굴 없는 침입자.
"가령 내가 의로울지라도 내 입이 나를 정죄하리니." -욥기 9:20-
앨리샤와 테오. 앨리샤의 주변 사람들. 테오의 주변 사람들.
모든 이야기의 마무리.
스릴러를 정말 오랜만에 읽었고,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읽기전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입을 닫았다. 어쩌면 흔한 부부싸움의 결론이 아닐까란 생각을 아주잠깐 했었다. 그런데 정말. 책의 뒤 표지에 있는 그대로였다.
폭력과 집착, 열정의 어두운 심연.
심리학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작가분이 이 책을 쓰면서 정말 많이 준비하셨겠구나 싶었다.
중간중간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테오를 통해서 혹은 앨리샤를 통해서 심리학에 대한 글들이 나오는데 그 부분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전혀 어렵다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없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정말 자연스럽게 알지 못했던 사람의 심리? 그로 인해 타인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
그런점에서 앨리샤에 대해서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가질 수 있었다. 누구라도 앨리샤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카페를 나오면서 친구한테 연락했다. 혹시 재밌는 스릴러 한 권 읽어보지 않겠냐고.
곧 영화로도 나온다고 하는데 배우분들이 연기하는 앨리샤, 테오...정말 궁금하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