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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의 노래 - 상 - 김용상 역사소설
김용상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별궁의 노래 上,下
인조반정
조선의 15대 임금 광해군을 서인들의 도움으로 밀어 내고 왕좌를 차지 하게 된 능양군 인조. 임진왜란의 참담한 기억을 가지고 선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광해군은 붕당의 폐해를 절실히 깨닫고 이를 초월하여 좋은 정치를 해보려고 하였다. 하지만 자신 또한 대북 파들의 도움으로 왕좌에 올랐기 때문에 당초부터 잘 못 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 대북파의 간교한 무고로 친형 임해군과 이모제 영창대군을 죽였으며, 또 계모인 인목대비를 유폐하기에 이르렀다. 광해군의 잘 못된 정치로 기강이 문란해지자 서인은 반정을 모의하여 능양군을 앞세워 광해군을 몰아내었다. 하지만 인조 또한 서인들을 업고 왕위에 올랐기에 올바른 정치를 펴기란 무리가 있었으리라.
두 번의 호란
이때 중국의 정세는 명나라가 쇠퇴하고 후금인 청나라가 중국을 정복 지배하기 시작한다. 청태조 누르하치가 여러 여진부족을 통일하여 후금을 세우게 된다. 이 후 후금은 정묘호란을 일으키고, 조선과 후금은 형제지국의 맹약을 하게 된다. 후금이 명나라 북경을 공략하면서, 양국관계를 형제지국에서 군신지의로 바꾸게 된다. 하지만 인조는 반청복명을 주창하며 후금과 전쟁을 하기에 이른다. 후금의 태종은 황제를 칭하고 국호를 청이라고 고치게 된다. 조선이 강경한 자세를 보이자 청은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일사천리로 개성을 통과하였다. 강화도로 피신한 인조는 결국 삼전도에 설치된 수항단에서 청태종에게 굴욕적인 항례를 하게 된다. 청나라는 소현세자·민회빈 강씨·봉림대군 등을 볼모로 삼게 된다. 이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볼모의 생활
무엇이 편했을까? 몸이 편했을까 마음이 편했을까? 수치스러운 욕을 보이며 패망한 나라를 업고 볼모로 청국에 간 그들에게 무엇인 편했을까? 멀리 먼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살아가야 하는 그들에게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만큼 간절한 일이 있었을까? 청국 심양에서의 힘들고 어렵기 만한 삶의 시작이 사하보에서 시작이 된다. 청나라에선 볼모로 잡혀 온 그들에게 호의적일리가 없다. 오히려 자기네들 밥그릇만 축내는 불쌍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하였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자급자족의 생활에서 민회빈 강씨의 수완이 발휘 되게 된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그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청국에 기대에 점점 청국에 융화되어 가는 그들의 모습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청국과 조선의 사이에서 때로는 외교관으로 때로는 사업가로써 그들의 힘든 여정이 이야기 되고 있다.
비익연리
세자와 세자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굴레의 틈새에서 그들의 사랑은 더욱 깊어져 간다. 가난한 조선 땅을 넘어 인삼을 캐던 조선을 들을 구명하고 난 뒤 세자가 세자빈에게 고백하는 말이다. "빈궁께서는 나의 비익연리 이십니다. 우리 부부애가 유난히 화락하다는 뜻으로만 한 말이 아닙니다. 빈궁께선 내 한쪽 눈이 되고 내 한쪽 날개가 되어 앞을 잘보고 안전하게 날 수 있게 힘껏, 그리고 지혜롭게 잘 도와주고 계십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서로를 믿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왕의 여자
조소용이라는 여자의 등장으로 이 이야기는 급속도로 긴장이 되어져 간다. 인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후궁 조소용. 그녀의 간교한 이간질로 말미암아 세자와 임금의 사이는 점점 냉랭해져 가기 시작 하고 급기야 인조는 세자를 자신의 장자로써 자신을 대신하여 청국에 볼모로 잡혀간 아들로써의 대우를 잊어버리게 된다. 권력에 눈이 멀어 버린, 자욱한 안개처럼 눈앞이 가려진 임금에게 더 이상 세자는 조선의 세자가 아니었다. 이후 최고의 권력을 쥐게 된 조소용이지만 그 자신도 권력의 힘에 자멸하게 된다.
부강한 나라의 꿈
청국을 부강한 거국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세자와 세자빈은 그들의 선진문물과 부국으로 가는 법을 배워 힘없고 가난한 나라 조선의 부국을 꿈꾸게 된다. 아담 샬 신부와의 만남으로 서양의 선진 과학 기술을 도입하고 정치권의 개혁으로 백성을 위한 나라로 발 돋움할려는 그들의 꿈은 그렇게 꿈으로만 남아지게 된다. 사대부의 나라 조선에선 어찌 보면 무모하고 무리한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소현세자가 왕위에 등극하고 개방의 문을 활짝 열고 개혁을 단행했다면 우리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변하였을까? 남존여비의 조선에서 타국의 선진문물을 경험한 세자빈이 중전이 되었다면, 유교사상으로 단단히 닫혀있던 곳에 서양종교 천주교가 들어 왔다면 어떻게 변하였을까?
조선의 세자빈
귀국 후 급작스런 소현세자의 죽음. 수많은 의문을 남긴 채 사라져간 세자의 죽음 앞에 망연자실한 민회빈의 슬픈 얼굴은 과연 어떠하였을까? 충분히 청국의 힘을 빌어서 세자의 죽음을 파헤치고 조선의 문호를 개방 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세자빈의 각오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조선의 세자빈이다"라고 말하고 죽어간 민회빈 강씨.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녀가 지키려고 했던 것은 진정한 한 나라의 세자빈으로써의 자존감이었을 것이다.
별궁의 노래
현재의 정치권도 갑론을박을 일삼으며 민생을 파탄에 몰아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성을 생각하지 않고 비굴하게 살아간 임금이나 사대부들 에게 단호한 개혁을 통해 이상국가를 실현해보고자 했던 소현세자와 민회빈 강씨. 그들의 꿈과 희망은 채 꽃피워 볼 틈도 없이 사라져 갔지만 이렇게 우리에게 살아남아서 희망을 던져 준다. 김용상의 별궁의 노래는 단순히 역사를 되짚어 보는 그런 부류의 소설을 넘어 이상국가 실현에 어떠한 어려움에도 당당했던 강회빈 민씨를 통해 점점 혼탁해져가는 이 나라 이 민족에게 성토하는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