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이희진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7월
평점 :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은 다소(?) 과격한 제목이 시선을 끌어서 읽게 된 책이다. 책에서는 사람들의 온 몸이 반투명하고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플라스틱 병'이 존재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죽은 연인의 초상', '악취', '역 피크말리온',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등 네 편의 단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환경오염 탓인지 급변하는 기후와 새롭게 출현하는 바이러스들로부터 인류가 위협받고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미세 플라스틱이 신체에 쌓이다가 변이를 일으켜 인간이 플라스틱이 된다는 설정 자체가 허무맹랑하다 싶으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난 이후인 지금에 와서는 '어쩌면 소설에서 말하는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는 인간이 처치곤란한 쓰레기가 되는 세상에서 서로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게 드러내고 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무자비하게 죽이는 인간들의 모습처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을 때 여과없이 드러나는 인간들의 모습이 끔찍하게 그려진다.
'죽은 연인의 초상'에서 나영은 며칠 째 연락이 되지 않았던 연인 준에게 전화를 받는다. 플라스틱 병을 연구하다 결국 플라스틱이 되어버린 준에게 마지막 부탁을 받은 나영은 항체를 발견하게 된다. '악취'에서 수진의 남편은 플라스틱 병으로 사망한 어머니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관을 싣고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은 집을 비우고, 아가씨는 어머니를 절로 모셨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걸어온다. 수진은 시어머니의 시체를 떠맡게 되는데... '역 피그말리온'의 수현은 딸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달라는 연의 의뢰를 받으며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에서 태주는 재활용 센터에서 근무하며 알게된 비밀을 은폐하고, 실종된 동생을 찾아나선다.
학부모가 교사를 괴롭히고, 엄마가 아이를 야산에 묻고, 연인을 살해하는 흉흉한 세상...... <인간쓰레기의 처리방법>은 끔찍한 소식들을 전해듣는 중에 읽게 된 소설인데, 여기에서도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담은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는데, 부디 다가올 세상이 어둡지만은 않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