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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평점 :
평소에도 유전학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악의 유전학>은 제목을 듣는 순간부터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도 대물림이 될까?'라는 짤막한 생각과 함께 책으 펼쳤다.
비밀경찰에 쫓기던 사내는 어머니와 아들을 보기 위해 집으로 숨어들고, 노파는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는 아들에게 20년 전에 있었던 '홀로드나야'라는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물 서넛 정도의 리센코 후작은 마을 사람들에게 묵직한 돈 자루를 던져주며 방치된 지 오래인 빈수도원을 중심으로 쌍둥이 마을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떠난다. 정확히 1년 후에 수도원과 개울을 사이에 둔 쌍둥이 마을이 완성되고, 리센코 후작은 연구원들과 50명 정도의 군인을 이끌고 마을로 들어온다. 동쪽 홀로드나야에는 250명의 남자아이가, 서쪽 홀로드나야에는 250명의 여자아이가 들어왔으며 이들은 완전히 분리되어있었다.
고아였던 500명의 아이들은 후작의 보살핌 안에서 행복하게 자라나는데, 유일하게 지켜야하는 단 하나의 규칙이 존재한다. 아침 7시와 저녁 7시에 한명도 빠짐없이 차가운 광장의 저수지에서 '입수 기도'라는 특별한 의식을 치러야만 했는데, 10분을 채워야만 몸을 녹이고 식사할 수 있었다. 여덟 살 소녀 안나는 같은 오두막의 한살배기 케케를 구멍 바구니에 넣고 얼음 구멍에 들어갔다가 죽게 되고, 케케만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지는데......
<악의 유전학>은 책을 덮을 때까지 쉴 새없이 책장을 넘겼던 책 중에 하나이다. 추위에 강한 완벽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 1600쌍의 쌍둥이를 생체실험에 이용하고, 자신의 유전학적 이론을 증명해보이고 싶어했던 리센코 후작이나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 많은 사람을 죽여가면서까지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이루어내려던 사내의 모습은 역사 속 인물들을 떠오르게 한다. 세밀한 묘사와 치밀한 구성으로 소설 속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닐까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또 읽을수록 더 빠르게 진행되는 속도감이나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몰입감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소설이었으며 의학을 전공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라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