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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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희미했던 기억과 감성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좋았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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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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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불편한 편의점 1, 2를 읽고,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김호연 작가의 신간 출판 소식을 들었다. 이유 불문하고, 그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시절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었다"는 표지 속 글귀가 더욱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어느새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고, 젊었지만 불안정했던 시절을 지나 그 때보단 안정적이지만 한창 때같던 열정이나 체력은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라 책이 더욱 공감가고, 와닿았던 것 같다.

외주 프로덕션 6년차 피디인 주인공 솔은 자신이 기획하여 인기 예능으로 자리잡은 프로그램에서 잘리고, 좌절한 채 고향으로 내려온다. 마냥 놀고 먹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기에 직접 기획하여 촬영한 것들을 유트브에 올리기로 마음먹는다. 촬영 소재를 찾던 도중에 어린시절 추억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비디오 가게 '돈키호테'자리에 카페가 들어선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비디오 가게 주인이었던 돈 아저씨의 아들 한빈을 만나게 된다. 3년 전, 돈 아저씨가 종적을 감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솔은 자신의 성장에 아저씨와 비디오 가게에서의 추억이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아저씨를 찾는 방송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책을 읽다보니 책과 만화책을 함께 대여했던 '명화마을'이라는 우리 동네 비디오가게가 떠올랐다. 친구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곳인데, 한번은 친구 부모님이 외출하셨을 때 가게로 초대받아 친구들과 단체로 비디오 관람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웃음이 났고, 어른과 함께 동행했을 경우에는 18세 이상 관람가의 비디오를 빌리는게 가능 해서 아빠 찬스로 못 봤던 유명한(?) 영화를 빌려보기도 했었다. 지나온 날들이지만 그 때 봤던 영화와 만화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가슴 한 켠이 찡하기도 했다. 십 대 때, 만들어진 나의 감성에 꽤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김호연 작가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거나 마음 한 켠에 있는 애처로운 감정을 잘 이끌어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향수에 젖어들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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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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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 글렌디 밴더라의 소설 <나뭇잎 사이의 별빛>은 그녀의 생물학적 지식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엘리스는 변호사인 남편 조나가 근무하는 로펌을 방문했다가 그가 테니스 강사 아이린과 키스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던 엘리스는 쌍둥이 아들 리버와 재스퍼 그리고 태어난지 두달된 딸 비올라와 함께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찾는 '와일드 우드'라는 숲을 방문하게 된다. 올챙이를 잡으며 노는 것에 열중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남편과의 이혼을 고민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올챙이를 넣어둔 유리병을 엎지르고, 난리통에 카시트에서 잠들어있던 딸 비올라를 두고 온 것을 뒤늦게 깨닫는는다. 비올라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엘리스는 그렇게 딸을 잃어버린다...

딸을 잃어버린 그녀의 삶은 이전과는 180도로 달라지고, 무책임하게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라는 프레임과 죄책감에 술과 약으로 버텨보지만 더 이상은 견딜 수 없게 된다. 엘리스는 결국 집을 떠나 캠핑을 하며 숲 속에서 생활 하기로 마음 먹는다. 책을 읽다보니 딸을 영영 잃어버리는 경험은 일반적이지 않지만 인생에서 주저앉을 만큼 큰 시련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순간, 자연이 주는 위로와 위안을 느껴본 이들이라면 소설이 이야기하려고 하는 값진 것에 대해 깨닫을 수 있을 것 같다. 일에 치여 지내다가 며칠 전에 바다를 보고 왔는데... 잔잔했던 바다가 하룻밤 사이에 사나워지는 걸 보면서 우리 인생도 잔잔하다가 모진 풍파를 몰고 오는 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뻥 뚫린 바다와 어김없이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조여오던 숨통이 트이는 걸 느꼈는데... 그리고 나면 순간을 버틸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숲은, 자연은 분명 대단한 기운을 가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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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7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7
김용세.김병섭 지음, 센개 그림 / 꿈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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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의 출간 소식은 언제나 그렇듯 반갑고, 설렌다.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라서 한, 두권씩 함께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7권이 나오는 걸 보니 신기하다. 책의 기본적인 플롯은 같다. 고민이 있는 아이들에게만 갑자기 나타나는 도깨비 식당, 그 곳의 주인공인 도화랑은 비쥬얼로도 맛으로도 기상천외한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을 대접한다. 그리고 대가로는 황금빛 머리카락 한 올을 받는데, 음식을 먹고 난 아이들의 고민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이 된다. 7권이 나올 때까지 소진되지 않을 만큼 무궁무진한 인물들의 고민을 보고 있으니 우리가, 아이들이 하게 되는 여러 고민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책은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맛>, <꼬리를 잡는 맛>, <부러우면 지는 맛>, <트로트를 잘 부르는 맛> 등의 네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맛>은 도깨비 식당에서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맛을 먹은 연수가 체험학습에서 미연이, 세린이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전에 봤던 '사토라레'라는 일본 영화도 타인의 속마음이 들리는 주인공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는데, 처음에는 부러운 능력이라고 생각했다가 영화를 보고 나서 타인의 속마음을 알게 되는게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긍정적인 말이나 궁금했던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게 되는 것은 좋지만 반대로 나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도 감당해야 되니까 말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 것 같다. <꼬리를 잡는 맛>은 초보 형사인 진수가 보이스 피싱을 당한 어머니를 대신해 피싱 조직을 잡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부러우면 지는 맛>은 공부를 잘하는 영수와 운동을 잘하는 동수가 서로의 능력을 부러워하다가 뒤바뀐 능력으로 인해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트로트를 잘 부르는 맛>은 도화랑의 계란 말이를 먹은 설아가 트로트를 잘 부르게 되는 이야기인데,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신기한 도깨비 식당>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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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선생님 생각학교 클클문고
소향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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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칠판 앞에 서 있던 선생님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책 소개글을 읽는 순간부터 떠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작년에는 서이초 사건을 시작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교편을 놓을 만큼 우울감이나 피로도를 호소하는 교사가 많았다. 학생들의 인권 보호와 강화를 외치는 목소리에 반해 교사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은 마련되지 않은 채로 오로지 변할 것만을 강조하는 모순적인 현실에 조금씩 지쳐가는 이들이 늘었던 것 같다. 이러한 사건을 기사로 접할 때 마다 마음 한 켠이 저리고 아팠다. '조금만 더 버텨보지'... '아니면 죽지 말고, 차라리 교직을 관둬버리지...'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안녕 선생님>은 '알맞은 진실', '아무도 듣지 않는 비밀에 관하여', '교문의 근조 화환', '모두의 거짓말' 등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네 명의 개성 강한 작가들이 자기 나름대로 학교 현장에서 겪고 있는 교사들의 비애를 풀어내고 있는데, 읽다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알맞은 진실'은 죽기 직전에 이미아 선생님을 만났던 학생 학준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권은비와 전학생인 송아름 사이에서 눈치보고 힘들어하는 주인공에게 폭력과 다름이 없는 행위를 하고도 당당한 은비나 딸의 부적절한 행동을 알면서도 은폐하기 위해 오히려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송아름 엄마의 모습은 위선적이고, 억지스러웠다.

실제로도 충분이 있음직한 이야기여서 더욱 실감났고, 또 학교에서 학생들과 마주하는 입장에서 슬프기도 했다.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들이 현장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고, 학교에서도 국가에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꽃이 되어버린 교사들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학생들의 인권과 교사들의 인권이 균형을 이룬 채 원만하게 돌아가는 학교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미아 선생님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하면서도 갓 발령받은 신규교사라 부족해서 미안하다던 선생님. 내가 공부와 담쌓은 걸 뻔히 알면서 "좋아할 것 같아서 주는 거야"라며 책 선물을 건네던 선생님.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고, 힘든 건 없냐고 물어보던 단 한사람. 전교 찐따인 나에게 유일하게 잘해준 우리 담임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p.1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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