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 개의 빛>은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말이 눈에 띄어서 읽게 된 책이다.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의 작품은 어떤 내용을 품고 있을지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책은 상담사에게 상담 받는 은영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심리치료사는 '6일의 시간'에 대해 쓰는 것과 노아를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장소로 여행을 가보라는 제안을 하고. 은영은 이를 혼란스러워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은영의 연인이었던 노아 해리슨, 그는 어느날 대학 캠퍼스 총기 난사에 관한 TV뉴스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총기난사범은 스물세 살의 한국 청년으로 여덟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 이민 초기에 겪는 불안을 극복하지 못한 채 성장한 사회 부적응자였는데, 총기 사건으로 32명의 학생들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노아는 불행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괴로워했고, 은영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노아가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을 극복하지 못한 채 4일간의 휴가를 내고 나간 뒤에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당신은 그 스물세 살 범죄자와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인가요? 머리를 감으면 검정 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 같은 까만 머리카락이 그를 떠올리게 해요. 잔혹해 보일 정도로 번들거리는 검정 눈동자까지. 그리고 그 눈빛, 공동 가해자라고 불러도 좋을 유대감이 느껴져요.

P. 22 중에서.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자인 은영과 한번 파양된 적이 있던 한국계 입양아 노아는 급속도로 친해졌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한편 노아는 미국 부부에게 입양되었는데, 양부가 양모를 총으로 쏘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날부터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다. 뉴스에서 접한 총기 사건은 노아에게 어린 날의 일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노아의 죽음으로 연인이었던 은영은 노아를 애도하던 중, 그에게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쫓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소설로 인해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당시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인데, 특히 이민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트라우마가 남았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에게 처해진 상황과 입장을 헤아려보니 마음이 욱신거리고 저려왔다. 이민자의 삶이라고 녹록했을까? 이민자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이 생길 때마다 타국에서 그들이 받았을 따가운 시선이 마음 아팠는데, 책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많은 질문거리를 남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 쉼표 없이 달려온 인생을 위한 행복 내비게이션
이정민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들이 보기에는 그럴듯하고 화려한 생활을 영위했던 저자는 그 때의 삶을 점수로 따져보면 1점도 아닌 -10정도였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자신의 삶에 무척 만족하면 지내는 중인데, 사회적 잣대로 평가했을 때 예전보다 더 성공했거나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니란다. 다만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에 변화가 조금 있었는데, 저자가 어떤 부분에서 달라진건지 궁금했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는 이런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는 요즘의 내 삶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편이다. 딴 생각할 겨를도 없고, 여유도 없는 가운데 아이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쉬고 싶을 때도 참고 다음을 기약할 때가 많다. 바쁘게 지내면서 돈을 벌수 있는 삶이 감사하다가도 문득 이런 삶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지 생각하다보면 고민스러워진다. 지금의 나는 내 삶에 만족하고, 행복한걸까? 자문자답해보지만 정해진 건 없다.

무언가 하나가 잘못되어도 늘 또 다른 길이 있었다. 오히려 더 좋은 길을 찾기도 했다. 인생에는 정해진 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p.13 중에서

 

책은 첫 페이지부터 고개 끄덕여지는 이야기로 쓰여있다. 살다보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가 도처에 숨어 있는데, 생각하기에 따라 그 변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불행한 완벽주의자로 힘든 삶을 살았던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그가 한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아무리 완벽하게 잘 살아보려고 애를 써도 성공하는 일보다 실패하는 일이 더 많기 마련이다. 가능하면 실패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겠지만, 실패한다고 세상이 다 끝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무너지지만 않으면 다시 기회가 왔고, 그때 더 잘하면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불혹의 시간을 보내면서 직접 겪어본 이야기라 무척 공감이 간다. 도처에 숨은 변수가 나를 주저 앉혔을 때, 생각치도 못한 실패로 좌절을 겪었을 때, 마음과 다른 육아로 우울을 겪었을 때 모두 나만 무너지지 않으면 되는거였다. 그러고나면 어떻게든 살아졌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예전에 비해서는 나도 조금 편안해진 삶을 살고 있다. 바빠서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하고 싶은 일을 좋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함께하는 지금의 일이 참 좋다. 그리고 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지만 엄마로서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어쨌든 늘 가족과 함께라서 좋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는 인생 선배로서 저자가 해주는 조언들이 담겨있다. 지금의 삶이 불행하거나 행복해지고 싶은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 팍팍한 현실을 보듬어 안는 인생 돌봄 에세이
안희정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3년차 간호사로 환자를 보살피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저자는 자신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자신의 인생을 돌보기로 마음 먹었고, 약을 먹듯이 글을 썼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써보겠다고 펜을 부여잡고 있는 나를 보면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평범한 듯 그렇지 않은 내 삶에 약 같은 존재는 글쓰기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위로 받고 또 성장하는 중인데,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를 읽는 동안에도 공감받고 이해받는 것 같아 위안이 되는 시간을 가졌다. 책은 1. 그저 그런 날에도 실바람은 분다, 2. 마음앓이 한 날엔 지우개로 '앓'을 지운다, 3. 빛나는 날엔 불을 밝히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와 같이 세 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불완전한 내면의 민낯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나이 들수록 제일 두려운 건 세상의 평판이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은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 두기였다. 적당한 거리는 안전하다. 나에 대해 많이 드러내지 않을수록 나쁜 평가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건 마치 무풍지대에 사는 것과 같다. 바람이 불지 않아 머리카락 한 올 망가질 염려가 없다. 그러나 안전은 이중적인 속성을 지닌다. 안전의 뒷면은 타성이다. 타성에 젖으면 늙어가는 것 이외에 할 일이 없다. 그렇게 나이들어가긴 싫다.

p.21-22, <영혼은 결코 나이를 먹지 않는다> 중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던 내게 희안한 습관이 생겼다. 새롭게 맺는 관계 선상에 있는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당장 헤어져도 괜찮을 만큼만 마음을 주는 정도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처럼 나 또한 안전과 편안함 뒤에 숨어 타성에 젖은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언젠가 봤던 연극의 대사처럼 '오늘의 내가 제일 젊다'라는 말을 잊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며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책은 이외에도 다양한 소재를 주제로 저자의 가치관과 생각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하며 환자를 돌보고, 딸을 키우는 엄마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저자가 새삼 대단해보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친절한 거짓말 - 총리가 된 하녀의 특별한 선택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오현주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친절한 거짓말>은 표지 속 '총리가 된 하녀의 특별한 선택'이라는 문구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던 책이다. 하녀는 어떤 연유로 국가의 원수인 총리가 되었을까? 그녀가 얻고자 했던 건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두 달 동안 내린 비로 인해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도시 프래스토. 늘 베일로 싸인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망사 장갑을 끼고 있는 총리는 여러 해 동안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녀는 강이 범람 직전이라는 대기학자들의 말을 듣고, 곧 비가 그치고 맑은 날이 이어질 것이라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안심시킨 채 홀로 프래스토역을 출발해 북부로 향하는 기차를 타려한다. 총리의 지시로 하녀인 글로리아는 그녀의 첫 번째 강아지 데이지와 짐을 챙겨 그녀를 따라나서지만 기차에 오르지 못하고 다시 저택으로 돌아온다. 그곳에는 총리의 남편인 티모르도 함께였는데, 총리가 모든 걸 계획한 것 같다는 글로리아의 합리적 의심에 호통을 치고만다. 재난 상황 속에서 총리가 도망쳤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그녀의 남편인 티모르는 이를 부인하며 상황을 무마할 방법으로 열다섯 살이 글로리아에게 베일을 쓰고 총리 행세를 하라고 지시한다.

 

저는 하녀예요! 할 일이 많다고요! 침대 정리! 청소! 주방 일도 봐야 하고... 그건 그렇다 쳐도 누가 저를 총리님으로 믿겠어요

p.53 중에서.

 

글로리아라는 인물이 타의에 의해서 총리 분장을 하고, 결국 사람들을 속이는 이야기지만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서서히 높이는 대목에서 감동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이전의 차가웠던 진짜 총리와 다른 무언가가 있는데, 독자가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친절한 거짓말>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녀가 어쩔 수 없이 총리 행세를 하는 설정 자체는 독특하면서 재미있었고, 또 그녀 나름대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해가는 과정이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하루 우째쓰유?! 3 - 부부일상공감툰
욱시무스 지음 / 하늘세상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하루 우째쓰유?!>는 저자가 쌍둥이를 키우게 되면서 일어났던 이야기와 그들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웹툰이다. 책은 육아의 세계, 우째 휴가가다, 육아로 달라진 삶, 이웃사촌이 생기다, 쓰유도 휴가가다라는 주제로 한 부부의 일상을 재미나게 그려내고 있는데, 시작부터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많다. 익살스러운 그림들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그렇다고 웃기기만 하냐? 그것은 아니다. 삶의 방향성, 사람의 매력, 시간의 중요성, 사람의 마음 등을 소재로 촌철살인과 같은 메세지들도 함께 전한다.

사람의 매력이라는 것은 정말 외모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기한 일이지만, 아무리 못 생기거나 , 무서워 보이는 얼굴도 자주 보고 익숙해지만, 친숙한 생각이 들고, 정을 느끼게 됩니다. 어쩔 때는 상대가 잘 생겨 보이기까지 합니다. 대표적으로 미녀와 야수를 보면 주인공 벨이 야수를 처럼에 보고 무서워 공포에 떨다가도 점점 마주하다 보니 나중에 가서는 묘한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결국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대하고, 자주 보이고, 익숙해진다면, 결국 상대에게 매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맘이 가는 사람에게 좀더 자주 얼굴을 보이고, 친숙하게 대해 주시면 되겠네요.

p.77 중에서.

 

글이 쉽고, 그림도 재미있어서 짧은 시간 내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쉬는 시간에 읽기에 안성맞춤인 책이랄까? MBTI로 ENFP인 남자와 ISTJ인 여자의 결혼 생활이야기들이 어찌나 신이나는지. 실제로 ENFP인와 나와 ISTJ인 딸과의 대화는 공감의 문제로 부딪힐 때가 많은 편이다. 하물며 부부로 만난 두 남녀의 좌충우돌 결혼 생활이 재미있기도 하고, 지난 날의 어린 나와 남편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라 기분 좋았다. 그리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울고 웃었던 자잘하면서도 가슴 뭉클했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화가나거나 혹은 우울해서 힘들었던 지난 날들이 흘러 지금은 또 그런대로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도 된다. 재미와 감동을 다 잡고 있는 웹툰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앞으로 이어져 나오게 될 이야기들도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