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답장 창비만화도서관 8
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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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지내, 너는 어떻기 지내는지 모르겠다. 이 편지는 뒤늦은 답장이자, 초대장이야. 왜 이제야 답장할 마음이 생겼는지 모르겠어. 난 이제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고 생각하기로 했어."

『뒤늦은 답장』은 주인공 남우가 친구 재근에게 보내는 2000년대 후반, 고등학생이었던 '그때'의 일에 대한 답장이다.

수능 준비는 뒷전이고 영화 동아리 활동에만 열심히였던 남우, 단 둘이 살면서도 최선을 다해 엄마를 외면했던 남우, 그런 엄마에게 엄마도 모든게 '처음'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남우, 돌연 화를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재근을 좋아했지만 연민은 싫었던 남우, 때로 각별했던 사이의 사람과 영영 만나지 못하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몰랐기에 함께했던 시절을 완성하기 위해 보내는 뒤늦은 답장을보내는 남우까지.

남우의 복합적인 감정과는 달리 담담한 그림체와 서정적인 묘사로 남우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공감하면서도, 그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네가 보고 싶다기보다는 아마 그리울 거야."라며 지난 시절을 가만히 돌이키며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낸다. 그때는 그 복잡하고도 처음 겪는 마음 속을 제대로 살피려 하지 못했고, 그렇게 미완성인 채로 시간의 흐름 속에 자그대로 숨겨두고 말았지만, 이제야 보내는 그시절에 대한 환기와 답장은 나지막이 환기하는 『뒤늦은 답장』은 그때의 나를 '이해'하게 한다. 그땐 말이야, 그랬던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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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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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여름, 13살의 해원이 주인공인 『열세살의 여름』이라는 첫번째 책을 읽게되었다. 주인공이 가족끼리 여름 휴가로 떠났던 바닷가에서 겪은 '작은 추억'을 하나 가지고 여름방학을 마치면서 시작한다. '바다에서, '누구' 봤다.' 라고 짧은 한줄로 설명되지만, 볼이 빨개지며 두근거렸던 그 순간을, 그리고 그 시간의 배경을 결코 짧은 설명으로 대신할 순 없을 것이다.

'어린시절에는 '연애'가 무엇인지 잘 몰랐기에 그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자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게 우선이었고 그것은 일반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과,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시절에 겪었던 비슷한 일들에 가끔씩 부딪힐때마다 열세살의 자신이 어떻게 그 순간을 지나왔을지를 떠올리며 용기를 얻는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며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에 떠도는 어떤 마음은, 어떤 괴로움은, 때때로 외면하기에 바빠서, 마주 하지 않고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어린 마음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의 마음이지만, 집요하게 왜 거기 있느냐고,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고 따져봐야 거기서 배우게 된다'는 그 말은 '경험'이 안겨주는 소중한 '성장'일테니까.

인간은 '성장'하고, 계절은 '순환'한다. 아마 우리는 저마다 '계절'이 바뀌었구나를 인지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옷차람이나 바뀌는 계절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아 이렇게 시간이 또 흘러갔구나.
나는 이계절, 이시기에 누구를 만났었고, 누구와 연락이 끊기게 되었더라 하는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하면 그렇게 또 나이가 들어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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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
델핀 페레 지음, 백수린 옮김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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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프랑스 아동문학상 '마녀상(소시에르 상)'을 수상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을 읽었다.

이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엄마와 둘이 떠난 평화로운 여름 휴가의 나날을 그리며 '홀로'있는 시간과,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 다른 가족과의 교류로 '북적'이는 시간을 번갈아가며 보내면서 어느새 아끼는 물건을 나눠줄줄 알고 신발도 홀로 신을 수 있을 만큼 자라나게 된 아이의 이야기이다.

책의 처음을 보면 '한 자리에 머물려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모든 장소에게 나의 아버지와 아들에게' 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를통해 엄마의 어린 시절 기억이 서려 있는 시골집을 배경으로 한 이 그림책 이야기가 델핀 페레 작가 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낸 할아버지 농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의 양만큼 물감이 퍼지는 수채화로 감정의 퍼짐과 풍경의 펼쳐짐을 순수하게 잘 그려낸 여름 풍경의 삽화가 눈에 띈다. 초록빛 들판과 산, 푸른빛의 밤, 밝은 집안, 엄마와 함께하는 아이의 여름 이야기는 싱그러운 여름의 감각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담아냈다.


아이는 늘 무언가를 찾고, 무언가를 늘어놓는다. '발견'하고 '관찰'한 것들을 엄마와 공유하고, 널부러지듯 정리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늘 혼난다. 그것은 집안이기도 하고 풍경 속 자연과 자연물, 자연생물 이기도 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을 관찰하고 묻고 발견한다. 발견한 모든 것들에 상상력을 가미하여 생명체가 되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물건들에 이름이 생기고, 널부러진 그 물건들은 사연이 있다. 한가지에 집중하는 것도 힘들어서 이것을 가지고 있다 얼른 저것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잔뜩 어지르며 노는 아이는 치우지도 않는다.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버리자, '싫어요 다시 필요한걸요.'

-장난감 좀 늘어놓지 말거라! 옆으로라도 치우렴, '아직 놀이가 안끝났어요'

-밥먹자! 손씻으렴(그만하렴), '안돼요. 지금 스파이거든요'


아이는 무언가를 계속 찾고 발견하며, 무언가를 계속 쌓아두거나 계속 늘어트리며 놀기도 하지만, 또 무언가는 계속 잃어버기도 한다.

그것은 때때로 아이의 애착물건이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어디에다 두었냐고 물으면 '모른다'고만 답한다. 아이에게 그 물건은 '모자' 였다.

이 모자는 이 책의 제일 처음, 그러니까 아이에게 엄마가 여름 휴가를 떠날 것이니 '준비해' 라고 할 때 제일 처음 '준비물'로 챙겼던 물건이기도 했다.


아이는 시골에 가서 제일 처음 한 일들도 그런 나열하기들이였다. 찬장위에 사탕을 찾아 좋아하는 맛을 고를때까지 어지럽히고, 가장 신기 쉬운 장화를 고를때까지 신발장을 어지럽히고, 쓸모 없는 코르크마개를 열개이상 모으면서 '혹시 쓸모가 있을지 모르잖아요'라는 자기만의 주장을 내세운다.

"들어봐."

그러나 아이가 엄마의 시골에서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하는 놀이는 조금 달랐다. 엄마는 조용히 새와 바람이 부대끼는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기도하고, 풀잎으로 피리를 만들어 소리를 내보기도 하는 놀이를 가르쳐 주었다.

"봐 봐."

어떤 것들은 직접 다가가거나 개입하지 않고 조용히 관찰해야 할 때도 있다.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그들의 세계를 존중해주는 것이기도 하면서, 관찰자인 나의 세계가 확장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 어떤 풍경은 가만히 앉아서 저 너머를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 돌위가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자리야.'

엄마는 저 멀리 산줄기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그리고 아이는 '아름다워요.'라고 대답한다.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아득히 먼 시간을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라는걸 아이는 아는걸까, '엄마, 무슨생각 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아이였다.

"느껴봐."

엄마는 풀 숲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풀 숲에 누워 땅과 하늘과 가까와 지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아직은 여름 밤 공기가 차가운 아이가 춥다고 말하면, '이리오렴'이라고 하며 가까이 앉으며 체온을 내어주는 법도 가르쳐 준다.


생소한 곤충들을 관찰하고, 모닥불을 쬐고, 풀잎으로 연주하기, 풀밭에 눕기, 다락방 보물 찾기, 열매 따기, 귀뚜라미 잡기, 물놀이 등을 하면서 엄마의 어린 시절에 놀던 놀이의 세계로 초대받는다. 엄마가 그 시절에 식탁 아래 붙여놓아 딱딱하게 굳어 마치 '천년'은 된것 같은 껌을 발견하는 모습은, 엄마와 아이가 아득한 엄마의 '아이 시절' 을 공유하는듯 보이기도 했다.


아이가 시골 풍경속에서 관찰하고 발견하기에 열중하는 만큼, 엄마는 지금은 곁에 없는 아버지(아이의 할아버지)의 흔적찾기에 젖어있었다.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자리야.'

'할아버지가 네 나이였을때를 상상해 봤어'

'할아버지가 뱀을 담아 오신게 기억나' 등의 말들 속에서 엄마는, 아버지를 그리면서도 아이가 자신과 아버지의 추억이 잔뜩 깃든 장소에서 자신과 아이의 추억도 잔뜩 깃들길 바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네가 느꼈던 것들을 아버지도 느꼈겠지, 그리고 나도 느꼈던 감정이고, 그리고 앞으로 네가 큰다면 너 역시도 '그랬었지'하고 남게 될 감정일거야. 우리는 '동시에'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겪어왔고' '격게될' 감정이기 때문에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리라.


'이 (사진 속) 커다란 아기가 할아버지라고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엄마도 우셨어요?' 라는 아이의 질문들을 통해서 아이의 발견하기와 엄마의 추억찾기는 연결고리를 지니며 하나로 이어지게 된다. 엄마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이제 아이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옮겨지고, 언젠가 아이가 자라면 자신의 아이에게 '어머니'의 기억을 '할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때때로 아이는 혼자 보내는 시간 속에서 성장하기도 한다.

아이가 이 여름의 풍경 속에서 스스로 찾아보고, 발견하고, 그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알며, 꿈꾸는 모든 행위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유년 시기' 라고 부르는 이 시기를 모두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 우리에게 '당신의 유년 시절을 어땠냐' 고 물어본다면, 더듬거리며 기억을 찾는 쪽보다, 그 시기를 겪었던 장소로 자녀를 데리고가 자녀에게는 어떤 유년시절로 남게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은 대답을 가지고 올지도 모른다.


"제가 무얼 찾았는지아세요?"

"엄마가 뭘 찾았게?"

홀로있는 시간과,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 우리가 때로는 홀로 경험하는 것과 공유한 '사소한 발견과 일상'을 골고루 다는 이 책은, 자연스럽게 '인생을 이루는 모든 작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다른 사람과의 교류,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의 의미.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고, 즐거운 시간이 있고, 비밀도 생기고, 나누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투기도 한다는 것. 그런 '일상'과 '관계' 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조금만 더 있다가요'

'제가 뭘 찾았는지 아세요?'

'엄마랑 단둘이 있고싶어요' 라면서 엄마와 모든 것을 공유하고 때로는 응석도 부리고 때로는 엄마의 말에 '싫어요', '나중에요','아직이요' 라며 핑계를 대기도 하던 아이는 이 시골에서 자라는 기간 동안 조금은 성장하게 된다.

엄마가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와중에도 '이제는 엄마랑 나랑 단 둘이다!'라는 생각에 보채기도 하지만, '만남'은 반갑다. 엄마와의 '소리놀이'덕분에

'자갈밟는 소리'만 듣고도 손님이 놀러왔다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게된다.


'홀로서기'의 한 관문처럼 열중하던 신발끈을 스스로 메어 신발신기에 성공하게 되고, 소중하지만 자주 잃어버리던 '모자'를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하며 아주 조금씩, 천천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여름 휴가의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이었어요" 라는 고백과 함께 이야기는 끝난다.


'언젠가는 어른이 되고 삶의 비밀들을 아는 할머니가 될 어린 조카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라는 옮긴이 백수린의 말처럼, 이 책은 저마다 갖고 있는 여름의 기억을 꺼내게 하면서도, 우리가 겪었던 경험을, 혹은 그와 비슷한 경험을 갖게 될 다음 세대들에게 어떤 여름의 기억을 선물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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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에게
최현우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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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우 시인의 실제 반려견이었던 '코코'라는 이름으로 지은 시에, '코코'라는 이름의 반려견과 함께 살았던 일러스트레이터 이윤희의 그림을 입혀 따뜻한 한권의 그림책 『코코에게』가 만들어졌다. 얼마 전에 읽은 『열세 살의 여름』의 작가의 그림이었다. 두 작가 모두 '짧고 순하고 반복하는 발음'으로 이루어진 '코코'라는 흔하고 쉬운 이름의 각기 다른 발려견과 함께 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소중하고 진심으로 담아낸 이 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어느 겨울 낮, 빈집이 많은 아파트 창문 사이로 깜깜한 방에 홀로 있던 아이는 새하얀 겨울 눈을 보러 밖으로 나선다. 그렇게 홀로 걷다가 자신이 방금전 있었던 캄캄한 방처럼 캄캄한 지하 주차장에 버려져 울고 있는 강아지를 만난다. 깜짝놀라 이내 자리를 피했었었지만,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오고 있었던 모습을 마주하곤 메고 있던 빨간 목도리로 강아지를 소중하게 감싸 안으며 한 번 버려진 상처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시는 혼자 두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아 '코코'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내가 너와 살아도 되겠니? 내 마음이 네가 어렵지 않게 가닿고 있니? 네가 고른 나의 이름은 뭐니?'

호기심 많은 아이의 질문들은 조심스럽고 배려있다. 견주의 '돌봄'을 받고 있는 강아지가 아니라, 어둡고 캄캄한 방안에서 어둡게 누워있던 자신을 가장 밝은 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작고 보잘것 없고 하찮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이끌어주는 든든한 길잡이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내가 찾은 재미있는 풍경'과 '네가 풍긴 즐거운 냄새'가 함께 발 맞춰가며 산책을 이룬다. 그러는 사이 계절이 바뀌며 꽃과 나무의 풍경이 바뀌는것 처럼, 재개발이 진행되는 동네의 풍경도 함께 바뀐다. '코코'라는 흔한 이름을 수없이도 가졌던 가게들도 철거되면서 익숙했던 일상의 풍경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허름한 집들 뒤로 우뚝 솟은 아파트들이 대조된다. 이제 노인과 아이, 힘없는 소외층들만 남게 된 동네지만 여전히 구석구석을 살피며 버려진 병뚜껑들을 모으는 도무지 버릴 줄 모르는 '코코'와 아이였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동네를 떠나게 되었다.

흔하고 쉬운 '이름'이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부르기로 정한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어김없이 '견딜수 없는 다정함'으로 나를 보근히 감싸려하는 한없이 베푸려는 존재, 심장을 포개며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며 곁에 있는 존재에게 소중함과 아끼는 법을 알려주는 존재, 그런 ‘작고 기쁜 영혼‘의 존재가 당신은 있습니까 하고 묻는것 같았다.

나보다 나를 아껴 주고, 그러므로 누군가를 아끼는 법을 가르쳐 준 그 영혼의 존재와 함께 혼자서는 할 수 없고 함께여서 가능했던 날들 그림으로 담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책, 『코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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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호랑이 버스
국지승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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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해가 쨍쨍 비추고 있는 구름 없는 날씨인데도 가랑비가 내릴 때가 있다. 이런 비를 맞이하면, 소나기처럼 잠시 그쳤다 내리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우와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리는 이렇게 얘기한다.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인가 보다"

이런 맑은 날의 가랑비를 우리나라는 호랑이비, 혹은 여우비라고 불렀는데 이는 일본이 이런 가랑비를 천기우 天気雨(てんきあめ) 혹은 여우의 시집狐の嫁入り(きつねのよめいり)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호랑이와 일본의 여우가 서로 결혼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옛부터 수호와 벽사의 한국적 멋으로 호랑이를 좋아하듯이, 일본사람들도 여우를 좋아하여 각자의 정서가 기후표현에도 감성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배경을 설명한땐 '어린이 대공원의 동물원'이라는 장소적 특성보다, '맑은 날의 비'라는 날씨에 초점을 두고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기상 캐스터가 "전국이 맑고 화창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곰과 너구리 손님이 "날씨가 좋아요, 근사한 날이 될거예요""좋은 날입니다" 라고 인사하며 호랑이 버스에 오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은 진짜 멋진 날이다"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이 이 책을 이끄는 분위기와 날씨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아이가 웃는것 만으로도, 걷는것 만으로도, 한마디의 말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던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는 제법 자신만의 '기호'를 갖게 된다. '이건 좋아' '이건 싫어' 같은 개념이 생기게 되면 아이는 의사표현을 분명히 전달하고 자신만의 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선아도, 그 무렵의 아이이다. 이제 나만의 애착인형도 있고, 좋아하는 색이 있고, 좋아하는 헤어스타일과 옷도 있다. 그걸 몰라주면 그렇게 서운하다. 선아에겐 바쁜 아빠보다 그걸 잘 챙겨줬던 엄마가 더 좋았다. 그러다가 상황이 바뀌게 된다. 엄마가 일을 시작하면서 아빠보다 더 바빠졌던 것이다. 아빠는 나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아빠가 "호랑이 보러갈까?" 라고 말한다. 내가 호랑이를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 선아는 호랑이 인형을 꼭 껴안은채로 그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호랑이가 너무 좋은데 아빠도 호랑이 좋아해요? 그렇게 선아와 아빠는 버스를 타고 호랑이를 보러가는 길이었다. 타게 된 버스가 호랑이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손님들을 태우는 버스인줄도 모르고 탑승했는데, 도착한 결혼식장에는 '선아' 손님의 좌석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아, 우리는 버스를 잘못 탄게 아니라 '초대'받은 것이구나. 

어느 맑은날, 가랑비를 맞으며, 청사초롱등이 걸려있는 숲에서, 호랑이의 결혼식을 축하하며 음식도 먹고 춤도 추고 부케도 받았다. 그리고 가랑비가 그치자, 우리가 지내는 곳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빠에게 수줍게 속삭인다. 아빠, 오늘 호랑이가 결혼식 올린것 처럼 나도 이다음에 크면 아빠랑 결혼할꺼야. 왜냐하면 나는 아빠가 제일 좋거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주고, 만나게 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준것 만으로도 너무 즐거운데, 날씨까지 너무 좋았다.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선아는 생각하면서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시기의 아이가 부리는 적당한 투정과 적당한 상상력, 이것들이 맑은 날의 비와 비가 그친 오후의 노을 색감으로 그려지는 날씨와 어울어져 이야기는 환상적으로 빛난다. "아빠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라는 투정이, "나는 아빠가 제일 좋아"라는 고백으로 바뀌는 순간, 부모는 웃을 수밖에 없는 거다. 이것이 아이와 지내는 행복이라는 것이겠지.

호랑이의 몸 색감과 노을의 색감이 같아서 따뜻한 주홍빛으로 물들며 아이와 부모 모두 따뜻하게 웃음지을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국지승 #아빠와호랑이버스 #창비그림책#유아그림책 #육아그림책 #그림책추천 #그림책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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