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에게
최현우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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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우 시인의 실제 반려견이었던 '코코'라는 이름으로 지은 시에, '코코'라는 이름의 반려견과 함께 살았던 일러스트레이터 이윤희의 그림을 입혀 따뜻한 한권의 그림책 『코코에게』가 만들어졌다. 얼마 전에 읽은 『열세 살의 여름』의 작가의 그림이었다. 두 작가 모두 '짧고 순하고 반복하는 발음'으로 이루어진 '코코'라는 흔하고 쉬운 이름의 각기 다른 발려견과 함께 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소중하고 진심으로 담아낸 이 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어느 겨울 낮, 빈집이 많은 아파트 창문 사이로 깜깜한 방에 홀로 있던 아이는 새하얀 겨울 눈을 보러 밖으로 나선다. 그렇게 홀로 걷다가 자신이 방금전 있었던 캄캄한 방처럼 캄캄한 지하 주차장에 버려져 울고 있는 강아지를 만난다. 깜짝놀라 이내 자리를 피했었었지만,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오고 있었던 모습을 마주하곤 메고 있던 빨간 목도리로 강아지를 소중하게 감싸 안으며 한 번 버려진 상처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시는 혼자 두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아 '코코'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내가 너와 살아도 되겠니? 내 마음이 네가 어렵지 않게 가닿고 있니? 네가 고른 나의 이름은 뭐니?'

호기심 많은 아이의 질문들은 조심스럽고 배려있다. 견주의 '돌봄'을 받고 있는 강아지가 아니라, 어둡고 캄캄한 방안에서 어둡게 누워있던 자신을 가장 밝은 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작고 보잘것 없고 하찮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이끌어주는 든든한 길잡이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내가 찾은 재미있는 풍경'과 '네가 풍긴 즐거운 냄새'가 함께 발 맞춰가며 산책을 이룬다. 그러는 사이 계절이 바뀌며 꽃과 나무의 풍경이 바뀌는것 처럼, 재개발이 진행되는 동네의 풍경도 함께 바뀐다. '코코'라는 흔한 이름을 수없이도 가졌던 가게들도 철거되면서 익숙했던 일상의 풍경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허름한 집들 뒤로 우뚝 솟은 아파트들이 대조된다. 이제 노인과 아이, 힘없는 소외층들만 남게 된 동네지만 여전히 구석구석을 살피며 버려진 병뚜껑들을 모으는 도무지 버릴 줄 모르는 '코코'와 아이였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동네를 떠나게 되었다.

흔하고 쉬운 '이름'이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부르기로 정한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어김없이 '견딜수 없는 다정함'으로 나를 보근히 감싸려하는 한없이 베푸려는 존재, 심장을 포개며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며 곁에 있는 존재에게 소중함과 아끼는 법을 알려주는 존재, 그런 ‘작고 기쁜 영혼‘의 존재가 당신은 있습니까 하고 묻는것 같았다.

나보다 나를 아껴 주고, 그러므로 누군가를 아끼는 법을 가르쳐 준 그 영혼의 존재와 함께 혼자서는 할 수 없고 함께여서 가능했던 날들 그림으로 담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책, 『코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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