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호랑이 버스
국지승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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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해가 쨍쨍 비추고 있는 구름 없는 날씨인데도 가랑비가 내릴 때가 있다. 이런 비를 맞이하면, 소나기처럼 잠시 그쳤다 내리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우와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리는 이렇게 얘기한다.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인가 보다"

이런 맑은 날의 가랑비를 우리나라는 호랑이비, 혹은 여우비라고 불렀는데 이는 일본이 이런 가랑비를 천기우 天気雨(てんきあめ) 혹은 여우의 시집狐の嫁入り(きつねのよめいり)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호랑이와 일본의 여우가 서로 결혼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옛부터 수호와 벽사의 한국적 멋으로 호랑이를 좋아하듯이, 일본사람들도 여우를 좋아하여 각자의 정서가 기후표현에도 감성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배경을 설명한땐 '어린이 대공원의 동물원'이라는 장소적 특성보다, '맑은 날의 비'라는 날씨에 초점을 두고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기상 캐스터가 "전국이 맑고 화창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곰과 너구리 손님이 "날씨가 좋아요, 근사한 날이 될거예요""좋은 날입니다" 라고 인사하며 호랑이 버스에 오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은 진짜 멋진 날이다"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이 이 책을 이끄는 분위기와 날씨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아이가 웃는것 만으로도, 걷는것 만으로도, 한마디의 말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던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는 제법 자신만의 '기호'를 갖게 된다. '이건 좋아' '이건 싫어' 같은 개념이 생기게 되면 아이는 의사표현을 분명히 전달하고 자신만의 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선아도, 그 무렵의 아이이다. 이제 나만의 애착인형도 있고, 좋아하는 색이 있고, 좋아하는 헤어스타일과 옷도 있다. 그걸 몰라주면 그렇게 서운하다. 선아에겐 바쁜 아빠보다 그걸 잘 챙겨줬던 엄마가 더 좋았다. 그러다가 상황이 바뀌게 된다. 엄마가 일을 시작하면서 아빠보다 더 바빠졌던 것이다. 아빠는 나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아빠가 "호랑이 보러갈까?" 라고 말한다. 내가 호랑이를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 선아는 호랑이 인형을 꼭 껴안은채로 그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호랑이가 너무 좋은데 아빠도 호랑이 좋아해요? 그렇게 선아와 아빠는 버스를 타고 호랑이를 보러가는 길이었다. 타게 된 버스가 호랑이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손님들을 태우는 버스인줄도 모르고 탑승했는데, 도착한 결혼식장에는 '선아' 손님의 좌석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아, 우리는 버스를 잘못 탄게 아니라 '초대'받은 것이구나. 

어느 맑은날, 가랑비를 맞으며, 청사초롱등이 걸려있는 숲에서, 호랑이의 결혼식을 축하하며 음식도 먹고 춤도 추고 부케도 받았다. 그리고 가랑비가 그치자, 우리가 지내는 곳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빠에게 수줍게 속삭인다. 아빠, 오늘 호랑이가 결혼식 올린것 처럼 나도 이다음에 크면 아빠랑 결혼할꺼야. 왜냐하면 나는 아빠가 제일 좋거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주고, 만나게 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준것 만으로도 너무 즐거운데, 날씨까지 너무 좋았다.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선아는 생각하면서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시기의 아이가 부리는 적당한 투정과 적당한 상상력, 이것들이 맑은 날의 비와 비가 그친 오후의 노을 색감으로 그려지는 날씨와 어울어져 이야기는 환상적으로 빛난다. "아빠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라는 투정이, "나는 아빠가 제일 좋아"라는 고백으로 바뀌는 순간, 부모는 웃을 수밖에 없는 거다. 이것이 아이와 지내는 행복이라는 것이겠지.

호랑이의 몸 색감과 노을의 색감이 같아서 따뜻한 주홍빛으로 물들며 아이와 부모 모두 따뜻하게 웃음지을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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