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평점 :
캐롤라인 냅.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중 한 명. 오래전 그가 죽었다는 소식에 정말 안타까웠는데, 한 사람의 생명이 진 것만큼이나 그녀의 글을 더이상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이 무너진 듯 가슴 아팠었다. 그래서 조각 글이나마 이렇게 묶어서 나왔다고 했을때 반가운 마음 금치 못했다는 것은 당연한 터. 그녀가 살아있을 적 기고했던 글들을 묶어서 낸 글이다. 과연 그녀가 살아 있었다면 이 글을 내도록 허용했을까 싶을만큼 --아마도 완벽주의자였던 그녀는 이런 글을 내는 것을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글이 중복되고 , 그녀의 삶이 중반에서 멈춰 버렸기 때문에 더이상 나가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짧은 글에서나마 그녀의 특징적인 개성이 톡톡 튀어서, 더이상 읽지 못한 그녀의 글을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싶더라. 그런 양가감정을 갖게 하던, 그녀의 평소 생각이 어땠는지 알 수 있었던 글들이었다.
읽다보면 내가 왜 캐롤라인 냅을 그렇게 좋아했는지 이해가 가더라. 나와 많이 닮아 있는 그녀여서 나는 그녀를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그녀를 통해 나를 이해할 수 있더라. 그녀가 살아 있다면 어떤 글을 썼을지, 그 글들을 나는 얼마나 좋아했을지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녀가 그녀의 육체에 너무 많은 해를 가했다는 것이 글들을 통해 확연히 드러나는 바. 자기 몸을 그렇게 학대하고도, 자기 집안에 암의 내력이 있음에도 담배를 그렇게 피워댔다는 것 역시 그녀가 얼마나 건강에 소홀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녀의 재능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어찌보면 그런 중독적이고 강박적인 성격탓에 그렇게 좋은 글이 나왔던 것일까 싶어서 기분이 묘해진다. 천재는 그렇게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 것일까. 그 중간의 타협점이나 안전한 안착지는 없는 것일까 그런 것에까지 생각이 미친다. 하여간 캐럴라인 냅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반기실테지만, 그녀가 죽고 없는 지금 이 책을 읽는다면 어찌되었던 간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질 것이란 것을 분명하다. 그녀의 아름답고 명료했던 글들을 기리면서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