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보이스 -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제용 옮김, 곽수종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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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스트리트의 초단타매매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던 책이다. 월스트리트의 일그러진 초상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던 수작 <라이어스 포커>, 영화 <머니 볼>의 원작이 된 <머니 볼>, 어릴적 체육 코치였던 피츠 선생님이 시대에 밀려 학부형에게 쫓겨나는 수모를 담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 <호랑이 선생 피츠의 위기>,어른들을 경악하게 한 발칙한 미국 10대들의 향연 <넥스트>, 새로운 것이 우리를 부유하게 하리라는 모토로 오늘도 내일도 새로운 것을 선점하려 발악하는, 천재거나 미쳤거나 괴팍한 미국 자본가들을 취재한  <뉴뉴씽>, 지난 20년간 벌어진 네번의 커다란 경제 패닉을 연구한 <패닉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을 파고 들어간 <빅숏>까지...그의 책들을 들여다 보면 그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경제와 스포츠...스포츠를 말하면서 단지 타율만 논하는게 아니라 경제적인 의미도 언급하고, 경제를 논하면서 단지 숫자만 말하는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함의를 우리에게 까발려 준다는 것이 그의 특징인데,  쉽게 읽히고 , 흥미진진하게 서술하며, 경제학자나 스포츠 전문가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것들을 쉽게 쉽게 설명하며, 무엇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각광받을만한 작가다. 무엇보다 글을 시원시원하게 잘 쓴다는 점에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지만서도...


그래서 이 책이 나왔다고 했을때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의 책을 못 읽은지 한참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글은 언제나 반가웠기에...그가 무슨 내용을 가지고 썼던지 간에, 그것이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이건 아니건 간에 나로 하여금 주목하고 읽게 만드는 글발을 가진 마이클 루이스...하지만 간간히 그의 책이 내게 실망을 가져다 준 적은 있어도 이 책만큼 실망한 적은 없었지 싶다. 일단은 재미가 없다. 이 책은 영화 <스팅>처럼 0.001초의 차이를 가지고 우리의 --아니 미국인들의--돈을 합법적으로 강탈해가는 월스트리트의 사기꾼들을 고발한 것인데,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재미가 없어서...대부분의 그의 책들이 왠만하면 흥미진진하게 읽힌다는 점에서 이 책은 예외라고 할만했다. 0.001초를 남들보다 미리 알게 됨으로써, 그를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던 사기꾼 집단이 대단했던 것은 그들이 그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아무도 알아 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같은 정보를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거래 내용을 미리 알게 됨으로써 거래 이익을 얻게 되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돈벌기였지만, 알아차리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그 누구의 레이다에도 걸리지 않고 편안하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니 놀랠 노자다. 다행히도 무언가 수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집념에 의해 마침내 그 정체가 밝혀진다는 이야기...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들의 대립이자, 정당하게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과 돈이라면 무엇이건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의 대립을 다루고 있던데, 그들의 대립이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했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속에선 거액의 연봉을 물리치고 악당들을 물리치는데 시간과 노력을 쏟아내는 그들이 별게 아닐지 모르지만서도, 막대한 돈이 오고가는 월스트리트에서는 그런 유혹을 물리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든 일. 그런 유혹을 당당하게 물리치고 자신의 일을 해낸 사람들과, 그들에 의해 못된 짓이 탄로난 악당들의 정체를 취재를 통해 드러내 주고 있는 책이라고 보심 되겠다.


경제통이 아니라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저자로 알게 되었다는 점이 장점이나, 단점이라면 그 특유의 인간에 대한 묘사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때문이었다. 인간보다 숫자가 이 책을 더 많이 채우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보니 결국엔 지루해진다. 초 단타매매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을 다루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솔직히 그의 전작들에서 익히 보아온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면서 날카롭게 인간을 통찰하는 부분이 빠진 것 같아서 섭섭하기 그지 없었다. 사건은 그럭저럭 설명하고는 있었지만 정작 거기 출연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그다지 알려 주는게 없는 듯 했다고나 할까. 그렇다보니,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딱히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이 없더라. 러시아 인들이 미국에서 초단타매매에 일가견있는 세력으로 자라난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미로운 정보긴 했지만서도, 그외엔 사기꾼들이 이렇게 머리를 써서 돈을 번다는 사실이 징그럽더라.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머리를 쓰느니 차라리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벌 것 같더구만, 대박의 꿈을 가진 사람들의 스케일은 아마도 우리완 다른 모양이다.


이 책을 계기로 FBI와 미 증권 거래 위원회, 뉴욕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어디까지 파헤쳐지고, 벌을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서도, 적어도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만큼은 박수를 쳐줘야 할 듯 하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보시면 좋을 듯...우리나라는 나라 규모가 작아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진 못할 것 같은데, 그건 모르는 일일까? 이런 일이 아니라도 어디선가 우리의 돈을 누군가는 몰래 거두어 가고 있는게 아닐런지...어쩌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알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그것이었을지도...우리가 아무리 물샐틈없이 막는다고 해도, 선량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라는 것 말이다. 과연 거기에 우리는 얼마나 대응을 할 수 있을런지, 그런 점에서 이런 문제를 들고 나와준 마이클 루이스의 통찰에는 존경을 표하고 싶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야 우리가 좀 더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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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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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찾아줘>의 작가 길리언 플린의 데뷔작. 제목에 식겁해서 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길리언 플린의 작품이라는 말에 용기를 내서 들여다 보게 됐다.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겨낸 경우라 할까나. 내용에 들어가 보자면, 시카고 작은 신문사 기자인 카밀은 미주리 주 윈드 갭으로 출장을 다녀 오라는 사장의 지시에 질겁한다. 그녀의 고향인 그곳에 기자라면 침흘릴만한 연쇄 소녀 살인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워낙 구석에 박혀 있는 시골이라 아직은 다른 신문사의 레이다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특종을 잡아 오라고 등떠미는 사장, 까밀은 식은땀이 나고 말문이 막히면서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자신도 효율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아름답고 지적이며 쉽게 행복을 거머쥘 수 있는 듯한 외모의 카밀에겐 남에게 숨기고픈 비밀이 있으니 그녀가 자신의 몸에 자해를 하는 커터라는 사실이다. 여름에도 긴 팔에 긴 바지를 입어야 할 정도로 남아 있는 구석이 없는 그녀의 몸은 한계를 넘어선지는 이제 오래, 다행히도 몇년 전 중독 센타에 들어가 회복 과정을 거친 그녀는 이제 자신이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향에 가라는 지시를 받기 전까지...1년에 걸친 공백을 두고 9살과 10살 소녀가 이가 뽑힌채 살해되는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진 윈드 갭, 그곳의 가장 유력 가문의 외동딸인 카밀의 엄마는 그녀를 냉랭하게 맞아 들이고, 카밀의 이부 동생은 되바라진 모습과 행동으로 그녀를 경악하게 만든다. 도시에서 특별히 초빙되어 온 형사는 1년간 이 마을에 머물렀지만 아무것도 알아낸 것이 없다면서, 살인자가 누군지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다들 입을 딱 다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부 동생의 도발을 흥미롭게 하지만 지친 마음으로 바라보던 카밀은 서서히 엄마가 그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과연 이 부유한 가족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살인 사건을 취재하러 갔던 카밀은 뜻하지 않게 자신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게 되면서, 그간 잠재워 왔던 커터의 유혹이 되살아 남을 느끼게 되는데... 

 

다른건 몰라도 길리언 플린, 이 작가는 못된 여자들의 심리는 확실하게 잘 꿰고 있지 싶다. 추리소설이건 스릴러 소설이건 간에 주로 피해자로 등장하기 마련인 여성들이 그녀의 작품들 속에선 주도적이고 능동적이며 거칠 것 없는 싸이코패스로 출연하는데, 오싹하기 그지 없었다. 길리언 플린 자신이 여자라서 그런가, 남자 작가들이 상상해내지 못하는 극악의 부분까지 신빙성 있게 파고 들어가는 품새가 보통이 아니다. 스티븐 킹의 <캐리>급이라고 해야 하나? 그나마 캐리는 정신이라도 나갔지. 길리언 플린의 주인공들은 다들 겉보기에 너무도 멀쩡한 사람들이라 설득력과 공포심이 배가되는 듯하다. 여성 범죄자들의 급을 높여줬다고나 할까. 이런 통찰력에 상상력은 어디서 온 것이냐 싶어 존경심이 일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길리언 플린처럼 아름답고 이지적인 모습의 백인 여자가 어쩜 이리도 범죄자의 심리에 정통할까 싶어 의문도 생기지만서도... 이 작가도 작품속의 카밀처럼 카터인 것은 아닐까. 내진 <나를 찾아줘>의 에밀리처럼 싸이코패스인건 아닐까 싶은,  물론 그만큼 리얼리티가 넘친다는 것이겠지만서도, 솔직히 범죄자들의 심리를 꿰고 있다는게 좋은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작가로써는 그만이겠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써는? 글쎄...하여간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탄탄한 심리 묘사와 끝까지 놓치지 않는 긴장감이 혀를 내두른다. 반전에 반전을 선사하는 흥미로운 전개 방식도...병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식이 살아있는 작은 마을 윈드 갭을 무대로 한편의 드라마를 잘 그려냈지 싶다. 이 작품 역시 <나를 찾아줘>처럼 판권이 팔렸다고 하던데, 당연하지 했다. 그냥 이대로 드라마를 찍는다고 해도 괜찮다고 할만큼 완벽했으니 말이다. 완성도 높은 스릴러 소설을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하지만 아마도 이 작품은 여성들이 보기에 더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다. 남성들보단 여성들이 더 몰입해서 볼만한 이야기란 생각에서 말이다. <나를 찾아줘>에서는 어쩌다 글을 잘 쓰게 된 작가인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보니 그게 아니라 원래 글을 잘 쓰는 작가였구나 싶다. 주목해봐야 할 작가로써, 앞으로 그녀가 또 어떤 싸이코패스를 들고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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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고 백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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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고 난 뒤 표지 맨 뒤를 들쳐 봤더니, 잭 리처의 책이 그간 7권이나 나왔더라. 생각보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숫자인데, 흥미로운 것은 분명 다 읽었을텐데, 몇 권은 줄거리를 읽어봐도 도무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간 잭이 거쳐간 여인과 사건과 도시가 하도 많다 보니 결론적으로 잭 리처외엔 남는게 없는가 보다. 하여간 기억 나지 않는 몇 권을 다시 읽어야 하는 고민을 잠시 하는 사이, 더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더 추가 되었는데, 이 책이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61시간>이라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나 분명 그 책 읽었는데, 수잔 터너는 기억에 없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리뷰도 썼더라. 물론 내가 쓴 것임에도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읽었지만서도, 요즘은 정말로 리뷰를 쓰는 가장 큰 이유가 그 책을 읽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뇌리에서 휘발되는 책이 너무나 많아서. 그나마 리뷰를 쓰면 적어도 내가 읽긴 했네 싶지만서도, 리뷰라도 안 남긴 책들은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심지어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나를 찾아줘>의 길리언 플린이 새삼 궁금해 그녀의 책을 빌려 왔는데, 문장은 새로운데 결말이 어떻게 될 지 알겠더란 것이다. 나 드디어 득도한거야? 아니면 책을 너무 많이 읽었더니 작가의 머리속이 들여다 보이는 건가? 내가 추리 소설의 트릭을 풀었다고? 그럼 나도 이제 추리 소설 써도 돼? 라면서 오도방정을 떨었더랬는데, 자세히 보니 오래전에 읽은 책이었다. 어떻게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서도 기시감이 없을 수가 있는가에 생각이 미치자 기분이 급반전되었다는 이야기. 아~~~옛날이여~~다. 


혹시나 나의 리뷰를 많이 읽으신 분들은 짐작이 가실지 모르는데, 내가 책 내용은 쓰지 않고 이렇게 딴 소리만 하는 이유를 말이다. 맞다. 책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글자수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물론 100자 평을 해도 되긴 하는데, 왠지 그건 반칙처럼 느껴져서 말이지. 해서 아무리 맘에 안 드는 책이라도 100자평만은 피해자가는 취지에서,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는 중이다. 뭐, 그렇다고 이 책이 맘에 안 들었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리 차이드의 책들 중에선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옳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황당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고? 정말로? 라는 생각이 몽실몽실 떠올라서 사라지지 않았다. 뭐, <61시간>에서 전화상으로 호감을 느낀 자신의 후배를 찾아 110 특수부대를 찾아 왔다는 것까지는 좋다.  잭 리처 다운 발상이니까. 하지만 그 다음부터 무리한 전개에 짜증이 나더라. 무고한 사람에게 폭행 치사에 친부 확인 소송까지 걸면서 그를 올가미에 옭아 놓으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부터,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먹힌다는 설정까지 말이다. 아무리 잭 리처라지만 도무지 이 사람은 얼마나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는 양반이냐? 짜증이 났다. 그렇게 그 짜증이 끝까지 쭉 연결된다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이다.


물론 잭 리처가 그런 몰지각한 분들(?)을 본인만의 능력으로 처단해가는 과정들을 보는건 여전히 통쾌했다. 그런데 이젠 서서히 그가 만나는 사건들이 상당히 억지스럽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지. 잭 리처만을 위한 사건 사고를 일부러 크게 만들어 낸다는 인상인데, 이러면 아무리 잭 리처의 팬이라도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아마도 리 차일드의 고민은 잭이 악당을 어떻게 무찌르느냐가 아니라, 잭이 상대하는 악당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즘은 악당들의 면면이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무리 잭 리처라지만, 신빙성이 있었음 한다는 거지.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지도 몰라라는 신빙성. 조금이라도...내가 바라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정교한 시나리오가 아니니 말이다. 어쨌거나 리 차일드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몇 번 실망했다고 해서 그에 대한 애정을 버릴 내가 아니라서 말이다. 잭 리처는 이미 성공한 프랜차이즈 아니겠는가. 그저 다음에는 이보단 무리스럽지 않은 전개이길 바랄 뿐이다.


<추신> 그런데 이 리뷰를 쓰는 동안 수잔 터너가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났다. 61시간에서 잭을 열심히 도와준 후배였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잭이 이 책에서 그렇게 열심히 수잔을 도우려 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물론 어떻게 그가 가는 곳엔 늘 이런 사건들이? 내진 그가 만나려 가기만 하면 감옥에? 라는 억지스러운 전개만은 어떻게 해도 설득이 안 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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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이야기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김보은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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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원서를 읽고 나서 번역한 책을 읽게 된다고 해도 흥미가 반감되지는 않는 편이다. 아마도 그건 내가 그렇게 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얼마전에 읽은 책의 세세한 점을 다 기억하진 못해서 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밌는 책을 읽는다는건 어떤 언어로 읽는다고 해도 새로운 맛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간 아무리 원서로 읽은 책이라도 역서가 나왔다고 하면 반색을 하면서 읽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이 책만큼은 읽기전부터 약간 부담스러웠다. 다른건 몰라도 꼭 읽어볼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었는데, 왠지 지난한 여정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싶었던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실 이상한 것도 아니다. 원서를 읽었을 당시, 난 이 책을 그다지 썩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이 책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Bury Your Dead>를 읽고나서 생각이 바뀐 것일 뿐이다.  이 책과 연작이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연결이 되어 있는 두 작품속에서, 이 책의 진가는 Bury Your Dead의 밑밥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두드러진다. 루이즈 페니의 다른 책들은 순서없이 그냥 낱권으로 읽어도 상관없지만서도, Bury Your Dead만큼은 이 책을 먼저 읽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된다. 이 책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라 할만한, 그 외에는 다른 범인이 있을 수 없다고 수긍을 하게 되면서도, 어딘지 미심쩍은 인상을 지울길이 없었던 진범이 누구냐에 대한 답을 Bury Your Dead에서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해서 결론은 이 책은 루이즈 페니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도 물론 나쁘지 않다. 어쩜 썩 좋아지지 않더라는 말은 엄살이 불과할지 모른다. 여전히 그녀의 통찰력은 빛이 나는데다, 스리 파인즈 주민들의 매력은 생명력을 얻은 듯 훨훨 날고,  성장을 하는데다, 새로운 등장인물들의 개성 역시 무시못할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우리는 진짜로 알고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으니 말이다. 가마슈 경감의 카리스마와 따스한 성품이 굳이 보태지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추리 소설이건만, 거기에 그가 중심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결론은 이만한 추리 소설을 보기는 힘들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내가 좋아하건 말건 간에 스리 파인즈의 살인사건은 굳건히 벌어지고 해결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여간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는데, 이 책을 유난히 지루하게 오래 읽은 것은 사실이나, 아마도 그건 내가 이 책의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어서 일 것이다. 숲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라 조금 다크한 면이 있었다는 점도 신나게 읽어 제끼지 못한 이유가 될 것이고. 지나치게 이야기를 꼬면서 독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는 인상 역시 호감을 살리 만무하다. 그래서, 리뷰에 줄거리는 쓰지 않고 이런 넋두리만 냅다 쓰고 있는 이유는... 혹시나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봐 싶어서다. 나같은 이유로 중간에 포기하는 독자가 있을까봐서 말이다. 하지만 말하건데, 루이즈 페니의 독자라면, 그래서 다음에 나올 책을 읽으실 의지가 있으신 분이라면, 꿋꿋하게 읽어 내시라고 권하고 싶다. 어떻게 난 루이즈 페니의 책을 언급할때마다 보상이란 말을 운운하게 되는가 본데, 이 책을 읽은 보상은 다음 편에서 기대해도 좋으니 말이다. 좀 오래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추리 소설 독자라면, 그 정도는 양해해 주시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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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 2014-11-2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을 만나니 반가워 댓글까지 남깁니다^^ 냉혹한 이야기 읽으면서 진도가 참 안 나갔고 사실 다 읽고 나서도 지금까지 시리즈 중에 제일 마음이 가지 않는 작품이었는데, 네 시체를 묻어라를 읽고 전작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고 해야할까요; 그만큼 네 시체를 묻어라가 워낙 인상적이서, 냉혹한 이야기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바꾸게 했답니다.

이네사 2014-11-21 09:36   좋아요 0 | URL
오, 다행이네요. 전 이 글을 쓰면서도 과연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거라고 하면서
썼었는데요. 단 한 사람이라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니 왠지 뿌듯한데요?
 
내 인생의 원투 펀치 라임 청소년 문학 3
에린 제이드 랭 지음, 전지숙 옮김 / 라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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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골라온 책들이 몇 장 읽어 보기도 전에 매력 없음으로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하는 수없이 될대로 되라라는 심정으로 신중을 기하지 않고 골라온 책이 되겠다. 그러니까, 평소의 나라면 별로 건드릴 일이 없는 청소년 문학이다. 이때의 청소년 문학이란, 작가가 청소년이란 뜻은 아니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 그러니까 내 주장에 의하면 오래전에 나는 졸업했어야 되는 그런 장르 되시겠다. 오죽 읽어볼만한 책이 없으면 이라고 나를 가엾어 하면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그런데 의외로 괜찮았다. 역시나 때론 그냥 저질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그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거나, 막다른 골목에 몰려 다른 수가 없는 사람들 특유의 낙천성이 한 몫 한 것일지도...하여간 의외로 괜찮았다고 기분 좋게 리뷰를 시작한 < 내 인생의 원투 펀치> 원제는 Dead Ends 되겠다.


줄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데인으로 그가 그런 처지에 몰린 이유는 시도때도 없이 휘두른 그의 주먹때문이다. 물론 그의 견해에 의하면 다 이유가 있어서 휘두른 것이지만,  어른들이라는게 가해자는 동일한데 피해자만 늘어나는 상황이 되면 일단 가해자를 의심하고 보는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결국 교장 선생님의 레이다에 걸린 그는 앞으로 두번만 더 걸리면 전학 조치를 당하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지고 만다. 사실 그간의 전력을 감안했을때 두 번의 여지를 준 것도 교장이 굉장한 특혜를 베풀어준 것이었는데,  그건 그가 성적면에서는 우수한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제발 조용히 학창 생활을 끝내 달라고 어른들이 빌고 있는 마당에 그 앞에 조금은 다른 녀석이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빌리로,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다. 데인의 옆 집에 이사온 빌리는 그의 옆에 있으면 아무도 터치 않는다는 사실을 곧바로 간파하고는 데인을 졸졸 따라다니게 된다. 여자와 장애인은 손대지 않는다는 신념만은 확실히 지키고 있던 데인은 귀찮게 따라다니는 빌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그런데 그 둘이 같이 다니는 것을 본 선생님들은 데인이 좋은 일을 한다면서 빌리를 잘 건사하면 그동안 그가 벌인 일들을 눈감아 주겠다고 한다. 뜻밖의 제안에 어리둥절해진 데인은 어쩌면 빌리가 그의 구원의 동아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과연 이 어울리지 않는 전교짱과 다운 증후군 소년의 우정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전교짱이라고는 하지만 폭력적이라는 성향보단 세상의 부조리에 유난히 적응을 못하는 다혈질 소년에 가깝던 데인이 다운 증후군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좀 더 성숙한 소년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던 소설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점이 읽기 편안했다. 그들이 이런 저런 사고를 치면서도, 늘 주변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해 나가려 하는 점들이 공감이 갔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아빠가 부재한, 개성 넘치는 모자 가정의 아들들인 데인과 빌리가 서로의 아빠를 찾아주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는 설정이 재밌었다. 그런 공통점이 한눈에 보기에도 현격한 차이가 있던 둘을 묶어주던 접착제가 되었는데, 각자 아빠로 인한 사연들을 결국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점들도 좋았지 싶다. 청소년 소설답게 조금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게 아닐까 싶었지만서도--솔직히 이런 학교 짱과 이렇게 영리한 다운 증후군 아이의 조합을 현실에서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하다.--그런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계속 읽어 나가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흔연스럽게 흘러 갔다는 뜻이겠지. 그러니까 이야기로써는 전개가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었다는 것이다. 청소년 소설치고는 모나지 않게 잘만든 작품으로, 이런 내용을 가지고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 싶었다. 아마 영화로 나온다면 나는 보러갈 생각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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