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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악덕 ㅣ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328
쥬디스 슈클라 지음, 사공일 옮김 / 나남출판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 그대로다. 일상에 존재하는, 그러나 무시되거나 간과되고 있는 일상의 악덕 다섯 가지를 서술하고 있는 책인데, 무언가를 설명할 목적으로 쓴 것이라기 보단, 이렇게 쓰면 독자들이 못 알아먹는 다는 것의 교본으로 사용되고 싶은 의도하에 쓰신게 아닐까 싶을만치 가독성 난해한 책이었다. 쉽게 할 수 있는 말을 갖가지 요상한 단어와 비틀린 논리로 꼬아서 도무지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는 거여요, 궁금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결국 내용이 파악하는건 고사하고, 무슨 말을 하시려고 한 것조차 짐작이 안 되었다. 물론 그것도 읽어내려갈만한 인내심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나는 인내심이 없었기에 다 읽을 수 없었다. 고로 원래 이 리뷰는 안 써야 마땅한 책겠지만서도, 그간 책을 읽으면서 든 여러 생각들이 이 책을 보면서 다시 들었기 때문에 적어 보기로 한다.
일단, 저자가 법철학 전공 교수라는데, 법철학을 목표로 쓴 책이 아니라고 함에도 그 못지 않게 어렵게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정말로 법철학자들의 책을 보면 한숨이 나고 눈물이 난다. 별로 어렵지 않게 써도 되는 말들은 일부러 어렵게 쓰는데 도가 튼 사람들처럼 보여서다. 다른 분야에선 쉽게 쉽게, 일반일들도 알아 듣게끔 장벽을 낮추는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한데, 왜 유독 법철학자들은 그렇게도 목을 뻣뻣하게 세우곤 보다 더 어렵게, 다른 사람들이 절대 알아듣지 못하도록 서술해야 잘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들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사는 사람들 같고, 그렇게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서, 본인들만 만족하고 사는게 얼마나 재밌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물론 어려운 말들을 쓰면서 남들과 차별된다는 생각에 으쓱하긴 할지 모르지만서도, 종종 그들의 거만에 눈살이 찌프려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무엇이건 인간이 만든 것이면 그렇게 어려울리 없고, 되도록이면 쉽게 서술해도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그들이 끼리 끼리 어떤 언어를 쓰면서 서로를 존중하던 간에 그들의 문제긴 하지만서도, 이렇게 밖에는 원밖의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왜냐면, 그래도 법철학 정도를 할 정도면 어느정도는 머리가 있는 사람들일 것이기에, 그들이 이렇게 난해한 단어들만 골라서 다른 사람들이 되도록이면 못 알아먹는 외계어를 작성하느라 쓰는 에너지는 그대로 사회에 환원할 시, 훨씬 더 많은 공헌을 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에너지 낭비라는 시각에서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지 싶은 것이다.
다른 것은 상아탑에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사회와 유리될 수 있는가 싶다는 것이었다. 도입부를 읽어가는데 벌써, 이 사람은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현저하게 부족하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없다는 뜻이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고라는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자신의 우물만 열심히 파다보니 우물밖 풍경이 어떤지 전혀 모르는 분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주변 사람들 모두 그녀를 보고 천재라고 칭송을 하기만 했을 터이니, 그녀 자신으로는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전혀 감을 못 잡았을 것이다. 그저 자신이 내린 결론들이 굉장히 참신하고 통찰력있는 견해라고만 생각하면서 평생을 보냈겠지 싶다. 그녀의 시각으로 보자면 그녀의 견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일면이라도 시선에 틀린점은 없으니 말이다. 다만 문제는, 그게 사회 전반에 그다지 보편적이지도, 통찰력 있는 견해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심리학적인 면에서는 그게 아닌데 싶은 문장들도 눈에 뜨인다. 시야가 협소했다는 뜻이고,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했다는 뜻으로밖엔 해석되지 않는다. 종종 하버드 대학이라는 간판을 달면, 그들의 견해가 무조건 옳습니다요,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하버드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좋은 작가란 법은 없다. 단지 그들이 머리가 좋다는 것만은 검증이 확실하게 되어주겠지만서도 말이다.
하여간 다 읽지도 않은 주제에 더이상 왈가왈가 하는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 이쯤에서 접기로 하고, 다른 모든 단점들을 무시하고라도, 이 책이 별 한개밖엔 안 되는 이유는 리뷰의 제목이 말해준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해도 알아먹어야지나 뭐 읽고 말고 할게 아닌가? 일상의 악덕이라는 제목하에 이러저러한 악덕들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다는데 분노를 토하시면서--갖가지 논리로 증명하고 있던데, 우스운 것은 그렇게 다양하고 정교한 논리가 아니라도 대충 이해할 수 있는 명제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잘하면 본인 혼자 북치고 장구치면서 혼자 분노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한 책이기도 했다. 본인만 심각하다는 뜻. 남들이 다 알고 심드렁한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어쨌거나 다른건 다 무시해도 말이다. 정말로 정말로, 아줌마. 이렇게 쓰심 못 알아 먹는다니까요. 쉽게 써야죠~~라고 항의하고 싶은 책이었다. 참 나, 역자분은 법을 전공하신분도 아니라는데, 도무지 이걸 번역하면서 얼마나 끌탕을 하셨을까? 아마도 그러게 남의 돈 먹고 사는게 쉬운줄 알아? 라면서 말도 안 되는 문장들을 내 팽개쳐 버리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지 않으셨을런지...그러게 좋은 원작자를 만나는 것도 역자의 운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