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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대로
켄 브루언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지난번 읽은 위대한 탐정들의 탄생기를 작가들이 입을 통해 들려준 <라인 업>에서 인상이 깊었던 작가중 하나가 바로 켄 브루언이다. 그의 책으로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것이 이 책이 유일하기에 기대 만발해서 보게 된 책인데, 도무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처참하달 정도로 별로였다. 켄 부르언의 다른 책들은 다 좋은데, 이 책만 나쁜 것인지, 아니면 대충 그의 책들이 이 수준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다른 책들도 이 수준이라면 그의 이름은 기억에서 지워도 좋겠지 싶다. 참 이상도 하지...<라인 업>에서는 그래도 읽을만 했는데 말이다. 20명이 넘는 작가들 중에서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빙퉁맞게 들리는 그의 대사들이 어찌보면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뭐랄까.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할까. 그런 점들이 호감을 주기에 충분했었다. 적어도 다른 작가들이 모방하는 사람은 아니다 싶었고, 무언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다 싶었다. 개성이 있는 작가겠군 햇는데, 물론 이 책에서 개성을 못 찾았다는 말은 아니지만 , 그렇다고 그 개성이 좋은 쪽이었다고는 말은 못하겠다. 있긴 했지만, 끔찍했다 정도? 적당히 유쾌하게 기괴한 거랑, 눈살을 찌프리게 혐오스러운 것이랑은 분명이 차이가 있는 것이니까. 똑같은 말투인 걸로 봐서는 같은 작가가 쓴게 분명한데, 어쩌다 글이 이렇게 막나가게 되었을지 참 안타까웠다. 이보단 잘 써도 상관없었을텐데... 상상력이 딸리셨나, 아니면 술을 너무 드신 나머지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것도 모르신건가?
줄거리는 이렇다. 누명을 쓰고 상해죄로 3년을 복역하고 나온 미첼(미치)는 절대로 다시는 감옥에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돈은 벌어야 하는데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모두 범죄와 연관된 일들, 우연히 한 여자를 도와준 덕분에 그는 은퇴한 여배우 릴리안의 허드렛일을 하는 자리를 얻게 된다. 보수가 후하다는 사실도 좋지만, 늙은 여배우의 매력에도 한 눈이 팔린 그는 이런 저런 소동을 피하기 위해 아예 그녀의 집으로 들어간다. 너무도 쉽게 그녀의 섹스 상대가 되어 버린 그는 릴리안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집사 조던에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막가파 갱단이 자꾸 자신을 건드리자 , 그는 가만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에 조던이 그를 도와주는데 그의 치밀한 솜씨에 미치는 허를 내두른다. 조던이 왜 자신을 그렇게 도와주는지에 대해 잘 생각해보지 않은 채 술집에서 여자를 만난 미치는 그녀와 결혼하기로 한다. 조던에게 결혼할 여자가 생겼다고 말을 하자 조던의 얼굴은 싸늘해지는데... 과연 그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조던은 왜 그리도 미치를 도와주었던 것일까? 대가없이 그냥 도와주겠다던 조던은 과연 무엇을 그에게 요구할까?
물음표로 마무리를 했지만 절대 절대 절대 호기심을 갖지 말아주십사 부탁한다. 별로 호기심 갖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 유명한 연극 <선셋대로>를 패러디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선셋대로>를 안 봐서 그런가 도무지 그렇게 유명한 연극이 이렇게 후진 추리 소설과 무엇이 닮았다는 것인지가 의아하다. 만약 주인공들의 직업 외에 하나라도 닮은 점이 있다면 <선셋대로>는 안 봐도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밖엔 없다. 그것뿐인가?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것도 안 봐도 되겠다는 견적이 나온다. 물론 조증환자나 ADHD 같은 콜린 파렐이 이 책의 주인공 미치와 비슷하긴 했다. 배우 자신이 이 역활을 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하지만 배우가 좋다고 해서 대본의 허술함과 극악스러움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니까. 하여간 사람 목숨이 개 목숨처럼 다뤄지고,개는 파리 목숨처럼 다뤄지며, 도덕성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보기 힘들며, 후딱하면 이런 저런 책이랑 음악이랑 떠들어 대면서도 인간 말종임이 분명한 주인공 미치는 매력적이라기 보단 혐오스러웠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 필이 나도록 분위기를 엄청 잡고 있지만서도 말이다. 하여간 지나치게 잔인하다. 쓸데없이 잔인하다. 말도 안 되게 잔인하다. 불필요하게 잔인하다. 그래서? 아름다운 표지가 아까운 책이었다.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