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박중서 옮김 / 까치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 노퍽에 위치한 목사관에 둥지를 틀은 빌 브라이슨은 어느날 집에 비가 새는 것을 발견한다. 고칠 요량으로 다락에 올라간 그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비밀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다. 그런 비밀공간은 왜 만들어졌으며, 목사관으로 만들어 졌을 당시 그 시대상은 어떠했을까? 아니, 지금과 비교해 그 당시는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에 호기심을 느낀 그는 곧바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름하여 사생활에 관한 역사를 모두 캐본 다는 것...우린 전쟁이나 혁명, 왕들의 뒷 이야기, 귀족들의 횡포에 대해선 잘 알지만서도, 정작 우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주변사에 대해선 아는바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 자신들의 과거와 관련된 것에 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그의 프로젝트는 홀에서 부터, 부엌, 화장실, 침실, 전기, 전화, 거실, 정원, 집무실, 지하실, 육아실, 다락방등등의 순으로 이어져나간다. 이를 통해 빌 브라이슨은 지금과 달라도 너무 다른 과거의 모습을 우리앞에 재현해 놓고 있는데...

 

우리 선조들은 과거에 어떻게 살았으며 지금과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주고 있던 책이다. 물론 이때의 우리 선조들이라는 것은 거시적인 의미에서, 즉 인간이라는 통칭으로 사용한 것이다. 엄밀히 말해 영국과 미국인들이 우리의 선조라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여간 빌 브라이슨의 호기심은 끝도 한도 없으며 일단 파기 시작하면 끝장을 본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다. 옛날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구나, 전반적으로 무식하고, 가끔다가 생각난 듯 번득이는 천재성을 발휘하다가, 다시 무식한 횡보를 줄곧 이어갔음에도 현재에 이르렀다는 점은 대단히 놀라웠다. 우리가 지금처럼 살게 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며, 인간 정신의 놀라운 승리라는 점을 깨닫게 해 준다고나 할까. 시시콜콜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을 열거하고 있다는 점이나, 대체로 영국인들의 사생활을 캐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점이 단점, 아마도 다른 작가가 이런 책을 썼다면 다 읽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빌 브라이슨의 필력이 대단하단 뜻...다음번엔 그가 어떤 것을 호기심을 느끼게 될지 궁금해진다. 지구 여행에, 영어에, 섹스피어에다 과학, 트래킹에, 이번엔 사생활까지 들이댄 그에게 과연 남아있는 주제가 있을런지...남아있길 빌어본다. 그의 현란한 글솜씨는 언제나 환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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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리얄리 2011-04-20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어제까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었는데 말이죠. 벌써 3번째! ㅎㅎㅎ
졸작도 있겠지만, 이 양반에 대한 저의 '팬심'은 어쩔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제가 일상에 지쳐 있을 때 만나서 힘을 얻은 책이기 때문이에요. 글로 사람을 이렇게 즐겁게 해줄수도 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 준 양반...
생뚱맞지만 저는 이 양반이 야구에 대한 책을 하나 써주었으면 하는데요. 제가 야구 좋아하기도 해서이겠지만, 언뜻언뜻 그의 글에서 미국으로 이사한 후에 본 야구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요.
메이저리그 매니아들에게나 인기가 많은 책이 될랑가요?

이네사 2011-04-20 18:02   좋아요 0 | URL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좋아하시는 군요! 저도 그 책 좋아하는데...하긴 말해 뭐하겠나요.
빌 브라이슨 책중에서 탑 3에 들어간다고 해도 좋은 책이니 말여요.
발칙한 유럽여행하고 트래킹한 이야기하고, 그 책하고, 그렇게.
얄리얄리님은 저보다 어휘력이 참 풍부하신 분이신가봐요. 덧글 하나로도 제가 리뷰 쓴 것보다 더 감칠맛 나는데요? 감성이 보통은 아니신 듯...

아, 야구가 있었군요! 맞다.ㅋㅋㅋ 그렇다면 아직은 그의 호기심이 말라 버릴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빌 브라이슨의 아버지가 전설적인 야구 기자 셨잖아요. 빌 브라이슨의 필력은 아버지를 닮은 듯 하던데요. 형도 기자라고 얼핏 들은 것 같은데...
아, 아마 빌 브라이슨이 야구에 대해 쓴다면 야구 열혈 매니아가 아니라도 다들 들여다 볼걸요? ㅋㅋㅋ
아시잖아요? 전염성 있는 글쓰기를 하신다는거...그의 글을 읽다보면 어째 같이 흥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죠. 하여간 글은 참 잘 쓰셔요? 네?